[2025년 결산] 저마진 고착에 ‘비용·규제·플랫폼’ 겹악재…유통업계 생존 압박
카드수수료·유통마진 인하 도미노 속 ‘얀센 마진 갈등’까지…협회 공문·비대위로 집단 대응
지출보고서 정정·온라인몰 포인트 논란·거점도매 충돌·판매정보 요구까지…유통질서 재편 국면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24 06:00   수정 2025.12.24 06:01
카드 수수료 인상과 유통마진 압박이 겹치며 의약품유통업계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의약품 유통 물류센터 내부.

2025년 의약품유통업계는 ‘저마진 구조’가 고착된 가운데 비용 부담이 커지고, 거래·규제 리스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며 생존 압박이 한층 뚜렷해진 한 해로 정리된다.

카드 수수료 인상 움직임과 제약사의 유통마진 조정 기조가 맞물린 상황에서, 온라인 유통 채널 확산과 공급망 재편 시도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올해 유통업계가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지점은 비용 구조다. 약국 거래에서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제약사들이 유통마진을 인하하거나 정산 구조를 변경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일부 중소 제약사의 마진 인하 통보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낮은 구조에서 비용과 마진이 동시에 압박받는다”는 업계 위기감이 확산됐다.

갈등이 가장 전면화된 이슈는 한국얀센의 유통마진 인하를 둘러싼 공방이었다. 유통업계는 일괄 2% 인하 추진이 업계 전반의 기준선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협회 차원의 항의 공문 발송, 이사회 논의, 강경 대응 검토 등 집단 대응에 나섰다. 한국얀센이 “개별 협상 사안”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며 협회와의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으나, 이후 유통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협의가 이어지며 일정 수준의 조정안을 마련해 갈등을 정리하는 흐름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진 조정의 연쇄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수익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제약사-유통사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성분명 입찰’로 표방된 절차가 실제로는 품목과 수량을 사실상 지정한 구조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며, 입찰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 논란이 불거졌다. 적격심사 1순위 선정 이후 입찰이 취소된 사례를 두고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고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등,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거래 리스크가 비용 문제를 넘어 ‘절차 신뢰’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을 보였다.

규제·컴플라이언스 이슈도 업계 부담을 키웠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출보고서 정정 요청을 진행하면서 유통업계는 특히 ‘금융비용’ 항목의 해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했다. 거래 관행으로 누적된 신용거래 조건이 리베이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 명확한 기준 없이 책임이 현장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업계는 제도 취지에 맞는 정비에는 협조하되, 실무 적용이 가능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유통 채널 변화도 올해의 큰 변수였다. 온라인 의약품 플랫폼을 둘러싸고 과도한 포인트 제공, 최저가 보상 등 ‘혜택 경쟁’이 확산되며 변칙 리베이트 논란이 제기됐고, 유통협회가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등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일부 온라인몰에서 특정 품목 독점 유통, 일방적 수수료 인상 및 거래조건 변경, 소분 반품 운영 등으로 기존 유통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통정보’가 새로운 갈등 축으로 떠오른 것도 특징이다. 일부 제약사가 유통업체에 약국·의료기관 판매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요구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영업기밀 침해와 데이터 남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통업계는 거래 유지 조건처럼 작동하는 정보 요구가 반복될 경우, 공정한 파트너십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정보 보호 장치와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충돌도 이어졌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 진입 논란과 관련해 유통협회는 ‘플랫폼 도매 금지’ 입법 필요성을 주장하며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고, 제약사 주도의 공급 집중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불거졌다. 특히 대웅그룹의 거점도매 정책을 두고 유통협회가 공문과 성명을 통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선정 기준의 일방성, 지역 독점 우려, 접근성 저하 가능성, 약사법 위반 소지 등을 놓고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유통 마진과 비용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출보고서와 금융비용 해석 기준 정비, 온라인 유통 채널의 혜택 경쟁에 대한 관리 기준 마련, 거점도매나 플랫폼 도매 등 공급망 재편 흐름에 대한 제도적 정리가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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