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차단제, 국내선 화장품이지만 미국선 일반의약품이다. 그만큼 한국과 미국의 시장 환경은 다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일 ‘제5차 글로벌 화장품 규제 동향 세미나’를 열고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 OTC(Over-The-Counter, 일반의약품)를 중심으로 인허가 기준 및 대응 전력을 들려줬다. 강사로 나선 리이치24시코리아 손성민 대표와 미국 윈게이트 컨설팅(WYNNGATE CONSULTING) 대표 빈 응우옌(Binh Nguyen) 박사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미국 수출을 위해선 좋은 제품을 넘어 미국식 기준에 맞춘 성분 구성, 라벨 요건, 제조소 품질 시스템(GMP) 전반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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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C 등록 규정은 '미국만 달라서' 까다로워
먼저 손 대표는 미국은 OTC 성분 허용 목록이 매우 좁다고 강조했다. 허용되는 UV 필터가 16종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자외선차단 성분 중 상당수가 미국에선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주의하지 않고 국내 제품 처방 그대로 미국 OTC 등록을 시도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성분이라도 미국에선 OTC 등록 시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처방에 포함된 성분이 허가 리스트에 없다면 신약 등록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OTC 제품 성분의 조합 방식도 세세하게 제한하고 있다. 손 대표는 FDA가 지정한 OTC 의약품별 기준 문서인 모노그래프(Monograph)는 활성 성분 간의 허용 조합도 명시돼 있어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복합 처방이 미국에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OTC 등록 시 자외선차단제에 포함된 모든 성분은 활성 성분(active ingredient)과 비활성 성분(inactive ingredient)으로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외선 필터는 활성 성분으로, 보습제나 점도 조절제, 향료 등은 비활성 성분으로 처리된다. 손 대표는 "OTC 제품은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활성 성분은 USP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사용하는 제조소는 의약품 수준의 GMP 요건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벨링 요건도 엄격하다. OTC 라벨에서 활성 성분은 모노그래프 명칭으로 알파벳 순 표기해야 하고, SPF·내수성 결과에 따라 경고 문구와 지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수성 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제품은 '2시간마다 다시 바르라(reapply every 2 hours)' 등의 문구를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고, 색소가 포함된 제품은 해당 착색제가 FDA 인증 원료임을 증명해야 한다. 라벨링에 기재한 모든 정보는 FDA 공개 DB인 데일리메드(DailyMed)에 등록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성분과 라벨 요건을 충족했다 해도 고유 식별 번호인 NDC(National Drug Code) 코드 발급도 필요하다. 손 대표에 따르면, 제조사·유통사 식별 번호와 해외 제조시설 정보 등을 사전에 등록해야 하며 제품명, 제형, 투여 경로, 전 성분, 포장 구성, 제조소 정보, 라벨 디자인까지 포함한 세부 데이터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등록이 완료되면 이 정보 역시 데일리메드에 게시된다.
손 대표는 하와이 주의 유기자차 규제 움직임과 소비자·환경단체 캠페인, EWG의 문제 제기 등이 겹치면서 미국 시장에서 유기자차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 영향으로 징크옥사이드(Zinc Oxide), 티타늄디옥사이드(Titanium Dioxide) 같은 무기계 필터 제품 비중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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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실사, 해외도 '무통보' 대상…상시 대비 필요
이어 발표에 나선 빈 응우옌 박사는 FDA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OTC 심사 전문가로, 이번 세미나를 위해 방한했다. 빈 박사는 FDA의 실사 구조와 대응 전략을 설명하며, 특히 최근 변화된 실사 방식에 대해 경고했다.
빈 박사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FDA는 미국 외 제조시설에 대해 직접 실사 권한이 없다. 하지만 업체가 자발적으로 시설 등록을 신청하면 방문 실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때 실사 여부는 FDA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과거에는 해외 시설에 대해 일정과 방문 목적을 사전에 조율하고 실사에 나섰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요즘은 해외 시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미리 통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아무런 연락 없이 실사관이 공장에 방문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OTC 등록을 신청한 국내 제조사는 상시 실사에 대비한 품질 시스템 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FDA는 실사에서 △원료(Material) △생산(Production) △시험실(Laboratory) △포장·라벨링(Packaging & Labeling) △설비 및 장비(Facilities & Equipment) 등 5가지 핵심 품질 시스템을 중심으로 시설을 점검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이 '원료 관리 시스템'이다. 빈 박사는 "원료 없이는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FDA는 원료 시스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격리 보관 △시험성적서(COA) 확보 △대표성 있는 샘플링 △시험·방출 절차 △보관 조건 준수 등 원료의 추적·검증을 위한 전반적인 품질 시스템이 실사 항목에 포함된다.
이 중 정제수는 가장 기본적인 원료이자, FDA가 가장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항목 중 하나다. 빈 박사는 "정제수는 제품에 직접 사용되거나 기기를 세척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USP 기준과 함께 EPA(미국 환경청) 기준까지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미생물 증식 위험이 높아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제수가 USP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제품 전체가 변질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실사 과정에서 이를 놓쳤을 경우 경고장 발부로 이어질 수 있다. 정제수 외에도 시험성적서(COA)가 없는 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 보관 조건 미준수 등은 실사 초기 단계에서 곧바로 문제로 지적될 수 있어, 원료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빈 박사는 강조했다.
빈 박사는 FDA 실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문서로 'Form 483'을 언급했다. 이는 실사 종료 시 발급되는 지적서로, 특정 품질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견됐음을 알리는 문서다. Form 483을 받은 뒤 15 영업일 이내에 시정조치(CAPA)를 포함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후속 조치로 경고서한(Warning Letter)이 발송될 수 있다.
경고서한은 실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제품 회수나 소비자 민원, 시판 후 이상 사례 보고를 통해 발송되는 경우도 있다. 빈 박사는 “경고서한을 받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단어 선택 하나, 문장 표현 하나에 따라 사안의 성격이 달라지고, FDA의 조치 강도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빈 박사는 최근 FDA가 'RRA(원격 규제 평가, Remote Regulatory Assessment)' 방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RRA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기업에 문서를 요청해 이를 기반으로 규제 평가를 진행하는 비대면 실사 방식이다.
빈 박사는 “이 같은 비대면 실사는 실제 현장 점검만큼이나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작동한다”며 "기업은 원료 수입 문서, 시험성적서, 보관 조건 등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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