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주요 순간마다 등장한 K-뷰티, 정상들 관심에 어깨 '들썩'
정상 배우자 선물부터 현장 구매까지… '문화 외교' 역할 톡톡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04 06:00   수정 2025.11.04 06:01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서 K-화장품이 예상치 못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각국 정상들과 관계자들이 K-뷰티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북 경주시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이번 APEC에서  K-뷰티는 문화 외교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뿐만 아니라 실익도 컸다. 당장 외국인 매출이 증가했고, 미래의 가능성도 기대하게 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3일 "평소 20% 수준이던 올리브영 경주 황남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APEC 기간인 29~30일엔 60%를 넘어섰다"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구매해 간 토리든의 '다이브인 세럼'은 지난달 30일 황남점 인기 상품 TOP5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이 지난달 29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올린 K-뷰티 구매 인증샷(왼쪽)과 올리브영이 준비한 K-뷰티 패키지. ⓒ캐럴라인 레빗 인스타그램

백악관 역사상 최연소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28)은 29일 경주 황리단길의 올리브영 황남점을 찾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오후였다. 레빗 대변인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국에서 산 스킨케어 제품(South Korea skincare finds)’이라는 문구와 함께 구매한 제품 사진을 공유했다. 레빗 대변인이 구매한 제품은 다이브인 세럼과 함께 조선미녀의 인삼 클렌징 오일·인삼 아이크림·광채 프로폴리스 세럼·산뜻 청매실 클렌저, 메디큐브의 제로 모공 패드·PDRN 핑크 톤업 선크림 등이다. 

관계자는 "지난해 다저스 가족들의 방문 인증샷에 이어 APEC을 계기로 한 유명인사들의 방문 인증이 이어지면서 올리브영이 대표적인 K-뷰티 쇼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망 K-뷰티 브랜드를 소개하며 이들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은 스프레이 세럼, 리프팅 크림, 히알루론산 마스크, 톤업 선크림 등 기능성과 편의성을 겸비한 K-뷰티 기초 제품을 주로 찾았다. 일부는 휴대폰에 저장한 제품 사진을 직접 보여주며 구매를 요청하는 등 '목적형 소비'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선 K-뷰티의 ‘텃밭’이었던 중국 시장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엿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나눈 '나비 대화'가 사실상 한한령 해제 신호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문화 공연 막바지 날린 로봇 나비를 언급하며 "내년 (2026 APEC이 열리는) 선전에서도 나비를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시 주석은 "나비가 노래도 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조심스럽다"면서도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K-뷰티를 받아들이는 중국 시장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금은 거시적인 산업 구조 자체가 변화한 상황이기에 한한령 여부에 따른 변화보단 최근 단행한 리브랜딩의 효과가 확실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도 "한한령 해제에 대해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외국인 방문률이 높은 현장에 대해 매장 디스플레이와 프로모션, 재고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K-뷰티는 매우 인기 있는 선물이었다.  

한국미를 더한 선물들. LG생활건강 더후가 APEC 참석 정상 배우자들을 위해 준비한 ‘국빈세트’(왼쪽)과 에이피알이 협찬한 '부스터 프로 일월오봉도 에디션'. ⓒ 각 사 

LG생활건강의 더후는 높은 격조로 눈길을 끌었다. APEC 참석 정상 배우자들을 위한 '국빈세트' 는 더후의 대표 제품인 '환유고'와 '환유 동안고‘로, 특별한 선물함에 담았다. 서울특별시 무형유산 제1호 칠장 수곡 손대현 장인이 제작한 '국화당초문 나전칠기함'은 그 자체가 작품이었다. 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한 주요 기업 CEO들에게도 나전칠기함에 담은 환유고를 증정했다.

우리 정부가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한 공식 선물 중 하나였던 더후 '환유고'와 '환유 동안고'는 양국 정상 만남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멘텀이 되기도 했다. 한중회담 중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로의 선물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시 주석이 더후 제품을 가리키며 "여성용입니까?"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큰 소리로 웃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평소 더후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이피알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K-뷰티 디바이스를 선물 보따리에 딤았다. 에이피알이 21개국 정상 배우자들에 선물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부스터 프로 일월오봉도 에디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특별제작했다. 디바이스 헤드캡은 한국 전통 꾸밈 장식인 족두리와 댕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APEC 공식 엠블럼인 나비 문양을 적용해 만들었다.  

올리브영은 직접 엄선한 K-뷰티 패키지를 각국 정상에 공식선물로 마련했다. 이 패키지엔 설화수, 에스쁘아, 라보에이치, 연작 등의 대형 브랜드를 비롯해 티르티르, 조선미녀, 정샘물, 브이티, 롬앤, 라운드어라운드, 토리든, 퓌, 닥터포헤어, 아이디얼 포 맨, 보다나 등의 중소 브랜드, 올리브영 자사 브랜드 바이오힐보 등의 제품들이 다양하게 포함됐다.

K-뷰티는 또한 APEC CEO 서밋 부대행사로 경주 황룡원에 마련됐던 'K-뷰티 파빌리온'에서 세계 각국 VIP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상북도가 공동 운영한 이번 행사에는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정샘물뷰티, 에이피알 등이 참가해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과 문화를 직접 소개했다.

LG생활건강의 '더후 아트 헤리티지 라운지' 부스를 방문한 니키 힐튼(왼쪽)과 아모레퍼시픽의 부스 전경. ⓒ 각 사 

LG생활건강은 '더후 아트 헤리티지 라운지' 부스를 열었다. 신라 시대 국빈을 극진히 예우하던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행사를 구성했다.  APEC 회원국 정상 배우자들은 물론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 미국 패션디자이너 니키 힐튼 등도 부스를 찾아 관심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도 설화수, 헤라, 오설록 등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연구 기술력과 브랜드 헤리티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했다. 설화수는 인삼 과학을 주제로 인삼 입욕제 만들기 클래스를 열었고, 헤라는 AI 피부톤 진단 기술로 맞춤형 파운데이션과 립 제품을 현장 제조했다. 오설록은 '말차 스테이션'을 통해 블렌딩 체험을 제공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모든 시간대의 부스 예약이 꽉 찼고, K-뷰티의 높은 기술력과 완성도에 놀라워하는 반응들로 성황을 이뤘다"면서 "현장에선 특히 헤라의 파운데이션과 립을 맞춤제조해주는 커스텀매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APEC 행사장을 방문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K-뷰티의 현 주소와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한국 화장품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K-컬처를 대표하는 핵심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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