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B2B 프라이빗 엑스포, 중소 제조사-브랜드 '실질 협력' 강조
메가코스·씨티케이·피코스텍 등 기술 경쟁력 선보여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30 06:00   수정 2025.10.30 06:01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29일 열린 ‘K-뷰티 B2B 프라이빗 엑스포’ 세미나 현장. ⓒ약업신문 박수연 기자

K-뷰티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중소 제조사와 인디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협력의 장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뷰티 플랫폼기업 슬록과 프리몰드닷넷 주최로 29일 열린 'K-뷰티 B2B 프라이빗 엑스포'엔 20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큰 박람회나 전시회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매칭이 쉽지 않았던 중소 화장품 제조사와 인디 브랜드 간의 연결을 효율적으로 유도한 행사로, 사전 현장 ‘밋업’ 신청만 380여건에 달할 만큼 관심이 컸다. 행사 현장엔 국내 제조업체 9개사와 일본 딥테크 기업 1개사가 참가했다.

참가 제조사들은 세미나를 통해 K-뷰티 시장 변화에 대응한 R&D 전략과 차세대 제품 트렌드를 공유했다.  인디브랜드 관계자들은 마련된 부스에 자사의 제품을 전시하고 현장에서 참가 제조사들과  상담했다.  

세미나 첫 주자로 나선  메카코스 김영호 대표는 '2026 원료·효능 기반 트렌드 포뮬레이션 인덱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10 더하기 10이 아니라 10 곱하기 10의 시대"라며 "기술과 감각, 협업이 곱해질 때 브랜드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가코스가 현재 미세조류 유래 원료, 멜트 익스트루전 추출법, 뉴로코스메틱(수면·정서 안정 향료), AI 기반 펩타이드, 디바이스 연계 가능 포뮬러 등 다섯 가지 테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딸기잼 같은 제형의 멀티베이스, 말랑한 고마주 클렌저, 스킨케어 기능을 탑재한 색조 화장품 등 소비자 반응 중심의 포뮬러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김 대표는 "이런 감각적 포뮬러를 바탕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결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기 계열사 태성산업, 브랜드 계열사 토니모리와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씨티케이는  미국 OTC(Over-The-Counter, 일반의약품)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적 제조 솔루션을 제시했다. 박강수 본부장은 "OTC 제품은 FDA 모노그래프 기준에 따라 성분, 효능, 용기 등이 모두 고정돼야 하고, 한 번 승인되면 제형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화장품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제 환경 속에서 사전 설계와 인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씨티케이는 이러한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인증을 마친 선케어 포뮬러를 확보했다. 유기·무기·복합 처방 모두 가능하며, 백탁 없이 사용감이 개선된 제형이다. 브랜드가 이 포뮬러를 그대로 활용하면 미국 OTC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고 박 본부장은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미국 LA에 위치한 OTC 전용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 체계를 갖췄다"며 "한국에서 원료와 포장재를 검수해 미국에서 충진·포장하는 구조로 납기 단축과 관세 절감, 규제 대응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 정보를 공유한 발표자들.  (왼쪽부터) 메가코스 김영호 대표, 피코스텍 신재희 이사, 엔글로벌 손해원 이사, 리안코스메틱 이재희 대표. ⓒ약업신문 박수연 기자

피코스텍 신재희 이사는 “히트 제품은 빠른 실행력에서 나온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피코스텍은 국내 최다 인증을 보유한 제조사로, 할랄 인증 공장과 자체 임상센터를 운영 중이다. 색조와 기초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능성 하이브리드 포뮬러를 다수 갖고 있다. 트리플오일 클렌저, 멜팅 수분 크림, 고함량 나이아신아마이드 세럼, 레티놀 마스크 등은 브랜드와의 공동 기획을 통해 완성된 제품이다.

신 이사는 "제형 기획, 인증, 임상까지 브랜드와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글루타치온, 세라마이드 NT, PDRN 등 고기능 원료 기반 포뮬러를 통해 기능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글로벌은 향을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기획하는 ODM 전략을 소개했다. 엔글로벌  손해원 이사는 "향이 좋다는 건 기본이고, 기능성과 감성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며 디퓨저, 탈취제, 섬유향수, 기피제 등 비화장품 영역을 중심으로 수출형 제품군을 제시했다. 그는 "향은 소비자의 기억을 만드는 요소이자, 브랜드의 감각을 전하는 수단"이라며 "디자인, 인증, 향의 층위까지 같이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글로벌은 미국, 일본, 파나마 등지로의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비건, 페타, 더마 인증 등 글로벌 기준에 대응한 라이프케어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엔 수면·긴장완화 등 뇌파 변화 기반 기능을 갖춘 뉴로향료 제품도 제안하고 있다.

리안코스메틱은 클린 뷰티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셀룰로오스 시트 소재의 특성과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이재희 대표는 "바이오셀룰로오스는 미생물 대사활동으로 생성된 천연 소재로, 식물성 셀룰로오스와 달리 불순물이 거의 없고 탁월한 흡습력과 쿨링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안코스메틱은 이 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스크팩, 아이패치, 넥패치 등 고급 마스크 시트 원단을 제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구조적으로 물 분자를 강하게 결합하고 있어 피부에 천천히 에센스를 전달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면서 “특히 쿨링감이 강해 레이저 시술 후 처치용 시트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권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에서 실제 사용 중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셀룰로오스는 민감한 소재인 만큼 클린룸 환경에서 취급해야 한다"며 "클린뷰티 트렌드와 생분해성 원단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이 소재의 시장성은 앞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를 겨냥한 기능성 제형과 응용 기술에 귀를 기울였던 인디브랜드 실무자들은 부스에서 제품을 소개하며 상담도 했다. 슬록 측에 따르면 메가코스는 60건 이상의 상담 신청을 받았으며, 씨티케이와 피코스텍, 루치온 등도 40~50건의 밋업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회사에서 스킨케어 브랜드를 새로 만들 계획이 있어 제조사 트렌드를 확인하러 왔다"며 "몇몇 업체에서 원하는 제형에 대해 실질적인 제안을 받았고, 앞으로 샘플을 공유하며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디 브랜드 대표는 "요즘 팩클렌저 제품을 준비 중인데, 세미나에서 흡수력이나 밀착력 중심의 클렌징 기술을 들을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슬록 김기현 대표는 "K-뷰티 산업이 브랜드만으로는 확장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세미나와 밋업을 연계해 중소 제조사들이 R&D 역량을 기반으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플랫폼을 통해 산업 간 연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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