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설문조사 ②] ‘건강한 노화’ 등 긍정적이고 포괄적 메시지 담아야
성분 기술 혁신이 주도 …글로벌 기업들 최첨단 과학과 맞손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01 06:00   수정 2025.09.01 06:08

업계 종사자 240명 설문 조사 

젊은 외모까지 유지하고 싶은 ‘21세기의 진시황들’을 위해 뷰티 기업들은 과학자들과 동행을 선택하고 있다. 

독일 바이어스도르프 그룹은 지난달 피부 역노화(age-reversing) 세럼 신제품을 발매했다. 이 세럼은 후성유전학이 적용된 혁신적인 원료 ‘에피셀린(EPICELLINE)’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 노화를 되돌리고 피부의 장수를 촉진해 준다고 바이어스도르프 그룹은 설명했다.

로레알 그룹도 후성유전학 검사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알려진 미국 생명공학기업 트루 다이어그노스틱(Tru Diagnostic)과 전략적 연구‧개발 협력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뷰티 지표들과 후성유전학적 생체지표인자들의 변화 사이에 연결성을 탐색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장수(長壽) 분야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후성유전학’이란 유전자 고유의 형질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형질까지 후천적으로 획득하게 되고, 이것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최첨단학문의 한 분야다.

 

소비자, 나이 들어서도 젊은 외모 유지하고 싶어해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노화와 첨단 기술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이 ‘성분 기술 혁신’(57.1%)이 향후 노화 관리 전략의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봤다. 이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환’(19.6%), ‘규제 대응’(9.6%), ‘브랜드 철학 연계’(8.7%), ‘비용관리’(5%) 등을 꼽았다. 

 

 

중요 전략으로 꼽힌 성분 기술 혁신은 만만치 않은 노력과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선지 응답자들은 노화 관리 제품 개발 시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개발 시험 관련 비용 부담’(29.6%)을 들었다. ‘원료 기술 확보의 어려움’(16.3%), ‘전문 인력 부족’(10.8%) 등도 성분 기술 혁신 등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따라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기술 혁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 및 광고 제한’(25.0%)을 꼽은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광고실증제가 화장품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첨단 성분을 개발해도 광고나 홍보를 할 수 없을 만큼 규제가 촘촘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 ‘소비자 인식 수요 부족’(18.3%)도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요즘 노화 관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K-뷰티 브랜드들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노화관련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뷰티 산업이 향후 노화 관리 영역에서 강화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과학 기반 제품 및 성분 연구’(58.8%)를 들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 제품만 바르면 모델처럼 젊어져요’ 같은 속삭임엔 넘어가지 않는다. 성분을 따지고 효능을 체크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선 과학적인 연구가 뒷받침돼 효능이 뛰어난 성분 개발이 정답일 수밖에 없다. 

 응답자들은 ‘글로벌 수출 시장 연계 전략’(14.2%), ‘브랜드 포지셔닝 재정리 및 채널 전략’(11.7%) ‘연령·성별·인종 포용 마케팅’(11.7%), ‘해외 규제 대응’(3.7%) 도 챙겨야 할 항목으로 꼽았다.   

최첨단 학문이 동원되는 노화 관련 제품들이지만 마케팅은 여느 제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노화 관리 제품 마케팅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는 채널은 역시 ‘SNS 인플루언서 협업’(49.2%)이 차지했다. 이어 ‘TV 등 전통 미디어’(25.4%),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14.2%) 순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자사몰’(7.9%), ‘전문전시회·B2B 상담회’(3.3%)를 꼽은 이들도 있었다.

노화 관련 용어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핫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뷰티 인사이트 플랫폼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가 지난해 12월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오픈스트림즈 글로벌 뷰티 산업 서밋;노화 포럼’에선 노화와 관련한 용어가 중요 주제로 다뤄졌다. 서밋 참가자들은 “노화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진화됨에 따라 뷰티 산업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도 진화하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이미지의 안티에이징보다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메시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안티에이징은 부정적 이미지 너무 강해 

국내 브랜드에선 노화 관련 용어에 대한 논의조차 미약한 상태다. 응답자의 37.9%가 노화 관리 표현과 관련해 ‘가이드 라인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는 ‘슬로우에이징(Slow aging )으로 25.0%가 선택했다. 이어 ‘안티에이징’(Anti-aging) 23.3%, ‘웰에이징’(Well-aging) 13.3% 순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적절한 용어는 전체 응답자에게 물어봤다.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33.3%의 응답자가 선택했다. 이어 ‘슬로우에이징’(29.2%), ‘웰에이징’(19.6%) 순으로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안티에이징’(12.9%)은 4위로 밀렸다. ‘장수 케어’( Longevity care)2.5%, ‘활력 증진’(Vitality boosting)1.7%, ‘프로에이징’(Pro-aging) 0.4% 등은 소수만이 선택했다.  

뷰티스트림즈가 서밋 참가자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건강한 노화’(50%)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혔다. 이어 ‘웰에이징(Well aging)’과 ‘활력증진(Vitality boosting)’이 22.3%, ‘프로에이징(Pro-aging)’이 20.0%의 점수를 얻었다. 서밋 관계자는 “노화를 싸우거나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힘을 실어 주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경기도 화장품위원회 이세훈 회장은 “이제 ‘웰에이징’ ‘자연스러운 노화’ ‘아름다운 노화’로 용어를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