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미라 대표 '면역학 치료' 시장, 황금기 끝나고 '차별화 전쟁터'로
바이오시밀러 공습·포화 경쟁 속, 혁신 전략 없이는 생존 불가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5 06:00   수정 2025.08.25 10:51
세그먼트별 글로벌 면역학 시장 성과(매출 및 예측, 10억 달러, ex-MNF).©아이큐비아(IQVIA) '면역학 (Immunology) 시장의 변곡점 - 혁신과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보고서

지난 10여년간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을 견인해온 면역학 시장이 근본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임상 CRO 및 제약바이오 전문 리서치 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최근 '면역학 (Immunology) 시장의 변곡점 - 혁신과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아이큐비아 마케팅 영업담당 이강복 상무는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면역학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전체 제약시장 평균을 하회할 전망"이라며 "성장 양상은 염증성 질환과 자가면역 질환으로 이원화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RA), 건선, 염증성 장질환(IBD) 등 자가면역 질환은 바이오시밀러 확산과 시장 포화로 인해 약 4%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반대로,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염증성 질환 분야는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아 2024~2029년 연평균 약 14% 성장이 예상된다.

이 상무는 "면역학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보장된 성장의 무대가 아니다"라며 “두 자릿수 성장은 끝났고, 바이오시밀러 공습과 포화, 경쟁, 프로모션 과열이 동시에 덮쳐왔다 "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염증성 질환의 고성장, 차세대 모달리티의 도전, 환자 중심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기회도 생겨났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성패는 과학적 혁신성, 임상 확장 속도, 환자 가치 실현이라는 세 축에서 갈린다는 것.

최근 바이오시밀러의 급속한 침투가 면역 치료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2023년 미국 시장에 출시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2025년부터 본격화될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는 제약사 수익성을 위협하며 가격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미국 면역학 시장의 Gross-to-Net 할인율은 약 60%에 육박한다. Gross-to-Net 할인율은 약가 정가와 실제 제약사가 받는 매출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60%라는 수치는 제약사가 책정한 약가(정가)에서 보험사·정부 환급, 유통마진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손에 쥐는 매출은 절반 이하라는 의미다.

글로벌 톱 플레이어들은 초경쟁(hyper-competition) 환경 속에서 플랫폼 전략과 적응증 확장 속도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애브비는 휴미라 특허만료 이후 린버크(Rinvoq, JAK 억제제)와 스카이리치(Skyrizi, IL-23 억제제)에 공격적 투자를 집중해 시장 지배력을 이어가고 있다. 린버크는 2019년 첫 승인 이후 2023년까지 4년간 류마티스 관절염 외 6개 적응증을 추가하며 빠른 확장을 보여줬다.

일라이 릴리의 엡글리스(Ebglyss)는 월 1회 유지 투여가 가능하고, 초기 가려움 개선이 데이터로 확인됨에 따라, 2024년 승인 이후 아토피피부염 치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는 단순 효능 경쟁을 넘어 환자 경험 차별화가 시장 성패를 가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UCB의 빔젤릭스(Bimzelx)는 첫 허가 후 1년 만에 4개 적응증을 확보, 병렬 임상개발(Parallel Clinical Development)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치료 모달리티도 속속 부상하고 있다. 전신홍반루푸스(SLE) 대상 CAR-T 세포치료제, 염증성 장질환에서의 TL1A·BTK 억제제, 다수 질환에서의 이중항체(Bispecifics) 등이 임상 단계에서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다.

강화되는 가격 압박과 프로모션 경쟁 출혈

면역학 중심 프로모션 지출 현황(모든 채널, 10억 달러).©아이큐비아(IQVIA) '면역학 (Immunology) 시장의 변곡점 - 혁신과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보고서

규제 환경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보험 등재 조건은 강화되고, 바이오시밀러 확산은 지불자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선 시장에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가 TNF 억제제에 이어 두 번째 저비용 옵션으로 자리 잡을 경우, 지불자의 가격 협상력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마케팅 지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면역학 시장 연간 프로모션 지출은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팬데믹 이전 대비 약 66% 급증했다. 이 중 애브비가 약 37%를 차지하며 공격적으로 자원을 투입했다. 이러한 마케팅 경쟁은 신규 진입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기존 강자에게는 마케팅 비용의 덫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상무는 향후 면역학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세 가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연구개발 전략을 혁신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라며 "단순한 'me-better(기존 약물보다 조금 더 나은 약물)'수준을 넘어 새로운 기전과 모달리티를 발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화농성 한선염(HS)이나 원형탈모처럼 소외된 질환에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또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와 같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적응증 확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하나의 분자를 다수 질환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병렬 임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분자 그 이상(Beyond the Molecule)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환자지원 프로그램(PSP), 디지털헬스, RWE(실사용근거) 기반 솔루션을 결합해 치료제를 넘어선 환자 경험과 지불자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면역학 시장에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주도하는 가운데, 동아에스티도 합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Hadlima)'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Pyzchiva)'를 앞세워 면역학 분야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하드리마는 2018년 유럽 출시를 시작으로 2023년 미국 시장에도 본격 진입했다. 피즈치바는 2024년 4월 유럽 승인을 시작으로, 지난 2월 미국 출시까지 성공했다. 회사는 크론병·궤양성 대장염·건선 등 주요 염증성 질환 적응증에서 처방 확대를 노리고 있다.

셀트리온도 휴미라 시밀러 '유플라이마(Yuflyma)'와 스텔라라 시밀러 '스테키마(Steqeyma)'를 통해 글로벌 면역질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플라이마는 지난 5월 FDA로부터 제형·용량에서 상호대체성을 인정받으며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스테키마 역시 전 적응증 상호대체성을 확보, 류머티즘 관절염·염증성 장질환·건선 등 다양한 면역학 적응증을 포괄하고 있다.

후발주자 동아에스티는 스텔라라 시밀러 '이뮬도사(Imuldosa)'로 2024년 10월 FDA 허가, 12월 EC 허가를 연이어 확보했다. 최근 인타스(Intas Pharmaceuticals) 미국 계열사 어코드바이오파마(Accord BioPharma)와 함께 이뮬도사 미국 상업 출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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