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새 CEO 체제…글로벌 빅파마와 닮은 ‘긴축 전환'
매출 성장 둔화 속 채용 동결·인력 감축 가능성 확대
GLP-1 이후의 돌파구 필요…경쟁사 릴리와의 격차 주목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2 06:00   수정 2025.08.22 06:01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새 CEO 마지아르 마이크 더스타르(Maziar Mike Doustdar) 체제 출범과 함께 비핵심 사업 부문 채용 동결과 비용 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이는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 등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제품 성장세 둔화, 주가 폭락, 투자자 불신 등 복합적인 압박 속에서 나온 불가피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더스타르는 30년 이상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온 내부 인사로, 지난 7일 라르스 푸르가르 요르겐센 전임 CEO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직전 반기 실적에서 회사는 1549억 덴마크 크로네(약 24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대비 16% 성장에 그쳐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급격한 성장 둔화(Sharp Slowdown)’라고 평가했고, 회사는 곧바로 2025년 매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스타르는 비용 구조를 재조정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임 요르겐센 CEO가 퇴임 전 “인력 감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구조조정 가능성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약 135달러 수준에서 59% 이상 급락했으며, 이는 회사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와 투자자 신뢰 하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은 비용 절감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세마글루타이드 이후의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한다.

노보 노디스크의 이번 변화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최근 취하고 있는 전략과도 유사하다. 바이엘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과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축소에 나섰고, 머크는 장기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면서 핵심 암 치료제와 백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노바티스 역시 수년간 이어진 구조조정을 통해 비핵심 사업부를 축소하거나 매각하며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은 공통적으로 ‘광범위한 사업 다각화’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적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노보 노디스크의 행보도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라는 본원적 강점에 집중하겠다는 점에서 같은 궤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 환경은 갈수록 치열하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GLP-1 계열 약물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터제파타이드(Mounjaro)를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시장 구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노보 노디스크가 GLP-1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모달리티 개발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장기적 성장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스타르는 이에 맞서 “회사의 본질적 강점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이며, 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R&D와 자금 투입을 대사질환 분야로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당장의 방향 설정으로는 타당하지만, 글로벌 비만 치료제 전쟁 속에서 차별화된 임상 데이터와 장기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GLP-1 계열 약물의 적응증 확대와 장기 사용 안전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어, 노보 노디스크가 선제적 규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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