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폼·무스·휘핑 형태 자외선차단제를 제제하고 나섰다. 5개 뷰티 브랜드가 무스형 자외선차단제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경고서한(Warning Letter)을 받았다.
FDA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슈퍼굽(Supergoop!)의 'PLAY SPF 50 Body Mousse'는 허용되지 않은 자외선차단제 제형으로 판단돼 15영업일 이내에 회수하거나 재포장, 또는 별도 승인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받았다. 케이앤케어 오가닉스(K & Care Organics)의 'SUN & SHINE SPF 50+ Mousse' 역시 같은 사유로 소명을 요구받았다.
FDA가 무스형 자외선차단제에 제동을 건 이유는 무스·폼·휘핑 타입이 OTC 허용 제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정해진 제형(로션, 크림, 젤 등)에 해당할 경우에만 별도 승인(NDA) 없이 판매할 수 있으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제형은 FD&C Act에 따라 ‘잘못 표시된 의약품(misbranded drug)’으로 분류된다.
경고서한을 받은 브랜드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FDA 절차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슈퍼굽은 "이번 조치는 제품의 안전성이나 효능과는 무관하다"며 "FDA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베케이션(Vacation)도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에 자신이 있으며, 규제 당국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스형 제형의 효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화장품 화학자 아바 퍼킨스(Ava Perkins)는 최근 뷰티 전문매체 뷰티매터(BeautyMatter)와의 인터뷰에서 "무스 제형엔 공기가 많이 포함돼 실제 자외선차단 성분이 적게 도포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제품의 안정성과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약사이자 독성학자인 모하메드 카나딜(Mohamed Kanadil)은 뷰티매터에 "자외선차단제 제형은 SPF나 UVA 테스트와는 별도로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면서 "무스와 같은 제형이 허용되기 위해선 입자 크기나 인화성 등에서 스프레이만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스형 자외선차단제가 수년간 판매돼 온 제품이라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화장품 화학자 아만다 램(Amanda Lam)은 얼루어(Allure)를 통해 "자외선차단제 혁신에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공기가 많이 함유돼 사용자가 실제로 얼마나 제품을 바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는 FDA 승인을 받은 스프레이(에어로졸) 자외선차단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행 기준이 기술 변화에 비해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 원료 기업 DSM-피르메니히의 북미 뷰티 사이언스 담당자 칼 드루이즈(Carl D’Ruiz)는 미국 코스메틱디자인(CosmeticsDesign US)과의 인터뷰에서 "규제가 시장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기준에 대한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휘핑형 자외선차단제가 출시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쏘내추럴의 '글로이 선 무스 픽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수출을 고려하는 브랜드라면 FDA의 규제 기준에 맞춘 제형과 포장 형태를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