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소아 코로나19 백신, 2025-26 시즌 못 쓸 수도
모더나 공급 확대 논의 본격화…반백신 정서 속 규제 변화 가속 우려
모더나·노바백스 중심 재편 가능성…美 방역 정책 시험대에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14 06:00   수정 2025.08.14 06:01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생후 6개월에서 4세 대상 화이자-바이오엔텍 소아용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승인(EUA) 갱신을 보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계에선 미국의 올해 가을 소아 예방접종 계획 전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이자에 따르면, FDA는 6개월에서 4세를 대상으로 하는 자사 백신의 EUA를 ‘갱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전달했다. 화이자는 당국과 대안을 협의 중이며, 2025 가을 시즌에도 현행 EUA가 유지되기를 요청한 상태다.

회사는 “이번 논의는 안전성과 유효성 이슈와 무관하며, 백신의 이익-위해성 프로파일은 여전히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 가능성에 따라 경쟁사 모더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소아용 mRNA 백신 공급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CDC 산하 국립예방접종·호흡기질환센터(NCIRD)는 최근 내부 이메일을 통해 공급량, 배송 시점, 잠재적 공백 등 세부 조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더나 측도 필요 시 공급 증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품목·연령별 허가 범위는 제약요인으로 지목된다. 모더나 백신은 생후 6개월~64세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과 만 65세 이상에서만 접종이 가능하다. 반면 화이자 백신의 소아용 EUA는 기저질환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연령대 전반을 포괄한다. 따라서 화이자 EUA가 실제로 갱신되지 않을 경우, 영유아 접종의 접근성과 편의성은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책적 배경도 주목된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향후 규제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코멘트하지 않는다”며 연방 공중보건비상사태(PHE)가 2023년 5월 종료됐음을 상기시켰다. 일각에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 체제에서 나타난 일련의 조치들이 연방 보건당국 내 백신 회의론 확산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FDA 수장 마티 마카리와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비나이 프라사드 소장은 ‘근거 기반 코로나19 백신 승인 접근법’을 제시하며 향후 승인 요건 강화를 예고했고, CDC도 뒤이어 임산부와 건강한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권고를 철회했다. 당시 케네디 장관은 소아 반복 부스터 전략을 뒷받침할 임상데이터 부족을 거론하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시장·접종 지형의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FDA가 화이자 소아용 EUA 갱신을 최종 보류할 경우, 영유아·미취학 아동 대상 선택지는 크게 축소된다. 모더나 백신의 적응증 제한 외에, 노바백스의 단백질백신은 만 12세 이상에서만 승인됐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역시 만 12세 이상에서만 정식 승인(BLA)을 보유한다. 결과적으로 5세 미만 연령층에선 접종 경로 자체가 협소해질 수 있고, 지역 보건당국과 소아과 현장의 수급·예약 시스템에도 재조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슈를 단발성 행정절차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승인 요건의 상향 조정과 권고안 변화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연례 업데이트-대상층’에 대한 규제 철학이 재정립되는 흐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특히 소아·임산부 권고의 변화는 공중보건 메시지와 직결되는 만큼, 임상데이터 축적 속도, 변이주 동향, 비용-효과성(접종군별 중증 예방편익) 판단이 향후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화이자 소아용 EUA의 여부는 올 가을 미국 소아 접종의 접근성과 현장 운영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작용한다. 모더나의 공급 확대 논의가 ‘완충장치’ 역할을 하더라도, 라벨(허가 범위)의 차이는 대체 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CDC 권고안의 추가 업데이트, HHS·FDA의 정책 방향, 경쟁 백신의 연령 확대 여부가 중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어, 보건당국과 의료현장의 신속한 커뮤니케이션과 재고·예약 관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