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유찰·독식 우려…영남대병원 의약품 입찰, 또 '예가의 덫'에 걸릴까
입찰 구조상 한 업체 독식 가능…지역 제한·실적 요건에 경쟁 참여자 좁아져
과거 전면 유찰·그룹 축소·독식 낙찰 반복…예정가격 결정이 핵심 변수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07 11:00   수정 2025.08.07 11:00

영남대병원이 2026~2027년도 진료용 의약품 구매를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그룹 분할, 지역 제한, 중복 입찰 허용 등 구조는 기존과 유사하지만, 과거 반복된 유찰과 독식 낙찰 전례에 비춰, 올해 입찰도 예정가격을 둘러싼 힘겨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영남대병원은 지난 8월 4일 입찰 공고를 게시하고, 총 2,353품목을 1~3그룹으로 나누어 단가계약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2년간이며, 입찰은 오는 12일 병원 사무처에서 그룹별로 순차 진행된다.

△그룹별 분할에도 '중복 낙찰 허용'…사실상 독식 구조
이번 입찰은 총 3개 그룹(1그룹 785품목, 2그룹 782품목, 3그룹 786품목)으로 나뉘며, 그룹별 최저가 총액 단가입찰로 낙찰자를 결정한다. 특히 그룹별 중복 투찰이 가능해, 이론상 1개 업체가 전 그룹을 모두 낙찰받는 '싹쓸이 낙찰'도 가능한 구조다. 실제로 2011년 청십자약품이 당시 입찰에서 4개 그룹을 전부 낙찰받은 전례가 있어, 올해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입찰은 대구·경북 지역에 소재한 자체 소유 사업장 및 KGSP 적격 물류배송센터를 보유한 업체만 참여 가능하며, 위수탁 또는 공동사용 업체는 배제된다. 여기에 최근 3년간 상급종합병원 납품실적이 연 200억원 이상이거나 같은 기간 평균 매출이 300억원 이상인 업체로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인 입찰 참여 대상은 지역 내 소수 업체로 좁혀진다.

일각에서는 “입찰 요건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예가가 낮게 책정된다면 또다시 유찰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3년 영남대병원 입찰에서는 1~3그룹 모두 예정가격을 넘는 입찰가가 제시되며 전 그룹 유찰됐고, 병원 측은 그룹 구성 변경 없이 11월 재입찰을 실시했다.

△과거에도 유찰·그룹 축소·싹쓸이 반복…'예가'가 핵심 변수

영남대병원의 의약품 입찰은 그동안 예정가격 문제로 인한 유찰과 전략 수정이 반복돼 왔다.

2010년 입찰에서는 경동사, 동원약품, 부림약품, 지오팜, 청십자약품 등이 참여했지만 전면 유찰됐고, 2017년에는 1차 입찰 유찰 이후 그룹 수를 3개에서 2개로 축소해 재입찰이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으로, 당시 총 450억 원 규모의 입찰에서 청십자약품이 4개 그룹을 전부 낙찰받으며 단독 공급 구조를 형성했다. 입찰 구조상 중복 낙찰이 가능하고, 지역제한과 실적 요건까지 붙을 경우 특정 업체에 유리한 입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단가 구조상 병원이 정한 예정가격이 너무 낮을 경우, 공급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예가 수준에 따라 유찰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남대병원은 올해 입찰 공고 시점을 5개월 앞당겨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병원 측이 낙찰 실패 우려를 고려해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낮은 예정가격으로 유찰이 반복되면 입찰 지연은 물론, 실 공급시기의 공백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방식·예가 산정에 제도적 검토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예정가격의 현실성 확보, 공급 안정성, 지역 편중 문제 등을 고려해 병원 측 입찰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병원 입찰 구조가 ‘최저가 낙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결과적으로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유통업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올해 입찰이 유찰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의료계와 유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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