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 사이에선 인체적용시험 자료 요건에 대한 혼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라벨링 요건이 지난달 1일부터 공식 시행되면서부터다. 특히 아마존·현지 유통 플랫폼 입점을 준비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시험만 유효하다”는 오해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화장품협회는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행 중인 MoCRA는 시험기관의 소재 국가나 국적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에서 수행한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활용해도 미국의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체적용 시험은 물론 품질시험과 RP 지정 모두 국내 기반으로 진행해도 상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충족을 위해 현지 기관의 인체적용시험 자료가 필요하다고 오해하는 기업이 많으나, 공신력 있는 국내 시험기관 자료로도 충분하다. ⓒDALL·E
MoCRA는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 권한을 FDA에 부여하고, 제조업자와 마케팅 책임자는 제품의 유해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반면 ‘효능에 대한 광고 표현’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관할하며, 이때도 시험이 수행된 국가보다는 과학적 설계와 합리적 근거가 핵심 평가 기준이다. 시험기관의 위치보다 시험 설계의 타당성과 데이터의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FTC는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판단할 때 과학적·객관적 근거의 존재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연구 논문 기반의 프로토콜을 설계할 수 있는 인체적용시험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목적과 기대 효과에 따라 대조군 설정, 표본 크기, 통계 분석 등을 포함한 정교한 설계를 통해 FTC와 FDA 규제 대응에 필요한 ‘합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제품 신뢰도 또한 높일 수 있다.
MoCRA 관련 원문은 미국 FD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발간한 ‘화장품 성분 안전성 평가 정보집’을 통해 글로벌 규제 환경 정보를 요약 제공하고 있으며, 대한화장품협회도 관련 문서와 안내 링크를 통해 정확한 규정 해석과 실무 대응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에선 국내 인체적용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특장점을 강조한 K-뷰티 브랜드들이 다수 확인된다. 피부 자극, 수분 지속력 등 소비자 관심도가 높은 항목을 국내 시험자료로 설명한 상세페이지와 콘텐츠 구성 결과, 북미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은 2012년부터 표시·광고 실증제도를 도입해 인체적용시험의 객관성과 정밀성 면에서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피험자 모집 속도, 비용, 커뮤니케이션 효율 등에서도 실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시험 데이터를 글로벌 시장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업계 전문가는 “국내 화장품 업계는 MoCRA와 FTC 규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시험기관의 국적보다 시험 설계의 과학성과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에 중점을 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