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케어 기술특례상장, 출발선일 뿐…전략과 성공으로 증명해야"
[인터뷰]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가 말하는 기평 본질과 바이오 기업 생존 전략
상장 전후 사업화 전략, 투자 분석, 밸류업 전략, 자금 운용 등 철저한 설계 강조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22 06:00   수정 2025.07.22 06:01
변정훈 대표.©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기술특례상장 제도(IPO)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10년이 달라진다. 이 제도를 뛰어넘을 준비가 돼 있는가."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의 말이다. 변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약업신문과 만나 "기술이 뛰어나다고 다 상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시장은 전략이 없으면 상장 전 또는 후에 결국엔 무너진다"고 말했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는 지난 4월 설립된 기술특례상장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단순한 문서 작성 지원을 넘어, 기업의 상장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사업화 전략 중심 컨설팅'을 전문 영역으로 삼고 있다. 기술력만으로 코스닥 상장이 가능한 기평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되, 이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형 상장 전략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를 이끄는 변정훈 대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10년간 재직하며 20개 이상의 제약·바이오·의료기기·디지털헬스·AI·소부장 기업 등의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직접 수행한 실무형 전문가다. 진흥원 재직 시절부터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군의 상장 구조, 제도적 한계, 평가기관 운영방식, VC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기평 제도의 전 후단을 모두 경험한 경력을 갖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매출과 이익 등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성 평가를 통해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과 같이 장기 개발형 산업군에는 매우 중요한 성장 통로지만, 일부 기업은 이를 목표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대표는 "기술특례상장은 어디까지나 출발선이지 도착지가 아니다"라면서 "제도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장 이후 실적 부진으로 이른바 '좀비 기업'이 되는 사례는 물론 제도 자체의 한계도 있겠지만, 전략 없이 상장을 시도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기평을 통한 상장에는 평균 8~10년의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 상장 후에도 최소 5년간 실적 요건 충족이 필요하다. 총 15년에 달하는 긴 호흡이다. 이에 따라 그는 철저한 '장기 로드맵'을 전제로 한 사업화 성장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변 대표는 "신약개발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알려졌으나, 전략만 제대로 세워도 그 안에 매출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며 "결국 문제는 과학과 제도 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기업들이 소위 '대박 아이템'에만 집중하지 말고, 소박-중박-대박 구조의 파이프라인을 병렬로 갖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법인 설립 이후 1~2년 안에 매출이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생존 기반(Cash Cow)을 확보해야 하며, 중기적으로는 3~5년 내 수익화가 가능한 사업(Platform)을 주축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약개발처럼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자산(Lead Pipeline), 즉 대박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 세 가지 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기업은 결국 무너진다"면서 "대박 하나에 모든 걸 거는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오롯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평은 초기 기업의 성장을 돕는 보조 바퀴이며,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최근 기업이 기평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스스로 학습하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며 "상장 전후 사업화 전략, 투자 분석, 밸류업 전략, 자금 운용 등에 있어 철저한 자기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2005년도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이후로 2025년까지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약 170개 내외가 상장했으며, 선배 기업들의 상장 전후 사업화 전략 및 성공·실패 요인 분석이 앞으로 후배 기업들의 차별화된 생존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기업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더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이나 자금이 아닌, 생태계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대표는 "좋은 기업이 성공하려면, 그 기업이 서 있는 생태계가 건강해야 한다"며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로, 지금의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제도, 평가, 투자, 규제 모든 축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 난해한 생태계의 작용기전(Mode of Action)을 해독할 전략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매주 전국의 창업지원기관, 대학, 테크노파크 등과 협력하며 실전 컨설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좋은 기업을 만나면 기꺼이 돕고, 계속기업으로서 꾸준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확실한 사업화 전략 없이 무리한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에는 단호하게 조언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한국이 마지막으로 도약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혁신은 제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실행에서 시작되므로, 더 정직하게, 더 전략적으로 상장에 접근하고 제도를 뛰어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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