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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가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로서의 입지를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자사의 듀센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치료제 ‘엘레비디스(Elevidys)’를 포함한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제에서 잇따라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시장 철수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른 것.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과 6월, 두 명의 DMD 청소년이 엘레비디스를 투여받은 뒤 급성 간부전(acute liver failure, ALF)으로 사망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사렙타는 비보행 환자에 대한 상업적 공급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고, 면역억제제인 시롤리무스를 병용해 간독성을 완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사망 사례의 충격은 가라앉지 않았다. FDA는 즉각 공식 조사를 시작했고, 그 여파는 투자자들과 의료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던 중 7월 중순, 세 번째 사망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번엔 듀센형이 아닌 지대근이영양증(Limb-Girdle Muscular Dystrophy, LGMD) 2D형 환자에게 임상 단계 치료제 ‘SRP-9004’를 투여한 사례였다. 51세 남성 환자는 간부전으로 사망했으며, 해당 치료제 역시 AAV 벡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엘레비디스와의 플랫폼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렙타는 환자 사망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지난 17일 대규모 구조조정과 전략 재편을 발표하는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발표 직후 사렙타는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축소하고,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5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으며, 엘레비디스 라벨에 ‘급성 간손상’ 블랙박스 경고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대한 환자 사망 사실은 발표 이틀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고, 이는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렙타의 CEO 더글라스 잉그램(Douglas Ingram)은 금요일 긴급 투자자 설명회를 열고 “사망 사건은 이미 종료된 임상에서 발생했고, 해당 치료제는 개발 중단을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일 발표 의제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J.P.모건, William Blair, Leerink Partners 등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중대한 안전성 정보는 시장에 즉시 공유되었어야 한다”며 사레프타 경영진의 ‘투명성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Leerink는 “이 사망 사례 누락은 남아있던 시장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결정적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그 여파는 주가로 직격탄처럼 나타났다. 사망 소식이 공개된 이후, 사렙타 주가는 하루 만에 35% 폭락해 주당 13.9달러로 추락했다. 바이오 산업 전반을 반영하는 XBI 바이오테크 ETF도 1.9% 하락해, 사레프타 이슈가 시장 전반에 퍼지는 불안심리를 방증했다. 특히 불과 이틀 전 구조조정 발표로 소폭 반등하던 흐름이, 사망 은폐 사실 공개로 인해 급반전된 점은 투자자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망 사례가 단일 제품의 문제가 아닌, AAV 벡터 플랫폼 전반의 간독성 위험성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세 건의 사망 모두 AAV 기반 치료제 투여 후 간 기능 이상으로 사망했으며, 엘레비디스와 SRP-9004는 벡터 구조상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FDA는 플랫폼 차원의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적 맥락에서도 이번 사태는 조용하지 않은 모습니다. 엘레비디스의 초반 승인 당시 FDA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검토 의견이 우세했지만, 당시 생물학적제제평가연구센터(CBER)의 피터 막스 박사(Peter Marks)가 이를 뒤집고 승인을 강행했다. 이 조치는 당시부터 논란을 낳았고, 막스 박사는 이후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후임인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Vinay Prasad)는 트위터에서 “막스는 내부 리뷰어 3명의 의견을 무시하고 간을 폭발시킬 수 있는 치료제를 승인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바 있다.
FDA 커미셔너 마틴 마커리(Martin Makary) 역시 “엘레비디스의 시장 철수 가능성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해당 사안이 단순 경고 차원을 넘어 퇴출 논의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FDA는 현재 사렙타 측에 엘레비디스 전면 공급 중단을 자진 요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렙타는 전략 재편에 따라 LGMD 관련 파이프라인 대부분을 중단하고, 자사 siRNA 플랫폼 기반 프로그램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포함된 적응증은 근긴장이상증(Myotonic Dystrophy type 1), 특발성 폐섬유증(IPF), 헌팅턴병 등이다. 중단된 유전자 치료제들은 파트너링 혹은 라이선스 아웃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냉담하다. 애널리스트들은 “SRP-9003 역시 동일 벡터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승인 전 안전성 우려가 증폭될 것”이라며 “상업화 가능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는 사렙타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유전자 치료제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성, 안전성, 투명성 이슈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동반된 이상, 단순한 라벨 경고만으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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