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이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분식회계 의혹까지 무죄로 확정되면서,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1위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와 회계 투명성에 다시 한번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2015년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허위로 처리한 혐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해 약 4조5000억원의 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검찰의 주장이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회계처리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했고, 회계기준 해석상의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 결론을 받아들이며, 증거능력 부족과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총수 개인에 대한 무죄 판단을 넘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투명성과 경영 적정성에 대한 법적 인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협업하거나 CDMO 파트너십을 모색해 온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도 불확실성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용 회장 측은 대법원 판결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5년 가까운 심리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와 M&A 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 이슈에 대한 부담이 걷힌 만큼, 미국·유럽 중심의 대형 CDMO 수주 경쟁에서도 전략적 판단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