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실패, 이유는 현장 단절" 바이오의약공방, 임상 수요 기반 모델 제시
병원 중심 세미나와 전주기 연계 전략 통해 실질적 신약 연구개발 융합 생태계 구축 시동
김형순 박사 "기초 연구와 제품 개발 단절 없이 연결하고, 병원과 산업 협력 파트너로 삼는 생태계 필요"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14 10:41   수정 2025.07.14 10:53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가 11일 경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바이오의약공방 진화 세미나-망막질환 콜로퀴움'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

국내 바이오 산업이 또 한 번의 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바이오의약공방 진화 세미나-망막질환 콜로퀴움'이 학술 교류의 장을 넘어,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 신약 연구개발(R&D) 전략이 산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행사는 바이오의약공방이 주최하고 연세대학교와 송도컨설팅그룹이 공동 주관했으며, 파멥신 유진산 부사장이 기획과 좌장을 맡아 기초 연구부터 임상, 사업개발, 특허 전략까지 전주기를 관통하는 통합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바이오의약공방은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목표로 민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설립한 커뮤니티다. 개발, 인허가, 생산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주기 구조 속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공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의 복잡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반영하고자 한다.

이번 세미나 역시 그러한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망막질환(Retinal Diseases)'으로 망막질환 치료 전략을 중심으로, 임상의, 바이오텍, 법률전문가, BD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접근한 다층적 논의가 펼쳐졌다.

바이오의약공방 관계자는 "이 발표들은 단순히 연구 성과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미충족 수요를 과학적으로 정의하고 그 해결 방향을 산업과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임상의가 말하는 수요, 산업이 귀 기울여야 한다"

세미나 첫 세션에서는 실제 임상 의사들이 직접 연단에 올라 황반변성 치료의 현주소와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공유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우세준 교수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환자의 병태생리 단계별로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 관점에서의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영남대병원 사공민 교수는 반복적 주사 치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기 지속형 솔루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포트 전달 시스템(PDS) 기반의 anti-VEGF 접근법을 소개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양지명 교수는 Dll4-Notch 신호전달 억제를 통해 혈관 누출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기전의 가능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공유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치료제는 결국 임상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치료 편의성, 지속효과, 병태생리 기반 맞춤전략 등 의료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않으면, 개발은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바이오의약공방 진화 세미나-망막질환 콜로퀴움’ 현장.©약업신문

바이오텍과 특허 전문가의 '현장 밀착형' 전략 공유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현황과 전략이 공유됐다. 셀리아즈 강경화 대표는 "망막 재생 기술은 현재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라며 자사의 치료제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어 넥스세라 박세광 대표는 점안제 'NT-101'을 통해 환자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동시에 개선하는 전략을 설명했다. 뉴라클제네틱스 한주석 본부장은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NG101'의 작용기전과 투여 후 장기간 지속 효과를 확보한 사례를 공유했다.

지식재산권 관점에서는 Bora IP 컨설팅의 박귀수 변리사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 '아일리아(Eylea)'의 특허 분석을 통해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배워야 할 전략적 요소를 조언했다. 박 변리사는 "후속 약을 개발하더라도 단순한 특허 회피가 아닌, 기술적 차별성과 임상적 유효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진정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기술이전, 시장 진출, 제조 및 법적 전략까지 산업화 단계의 핵심 과제가 다뤄졌다. 독일 Vetter Pharma Tatiana Ignashkova BD 매니저는 안과용 프리필드 주사기의 제품화 경쟁력을 조명했다.

미국 Gemini Law LLP David Kim 변호사는 황반변성 치료제 관련 특허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FDA, EMA 진입 시 유의사항을 설명했다. 특히 BL&H USA 문영수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안과 치료제 파이프라인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환자 순응도 개선과 장기 효과 확보"라며, 실질적인 딜메이킹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를 전달했다.

병원 중심 세미나와 2기 체제…"이제는 전주기 융합 생태계로"

바이오의약공방은 이번 세미나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2기 체제에 돌입한다. 김형순 박사(송도컨설팅그룹 대표)는 "기초 연구와 제품 개발을 단절 없이 연결하고, 병원과 산업을 협력 파트너로 삼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초연구의 창의성과 제품 개발의 실용성은 서로 다른 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임상의 수요를 중심축으로 삼으면 양쪽을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기 체제에서는 키닥터와 병원 중심 세미나를 확대하고, 연 2회 공동 프로젝트와 4회 정기 세미나를 통해 임상현장 기반의 기술 수요를 직접 산업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김 박사는 "환자, 의사, 병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개발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임상의들이 주도하는 과제 발굴과 산업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 미국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는 미국 임상의들이 주도한 신약개발 기업으로 설립 5년 만인 2018년 셀젠(Celgene)에 약 12조원 규모로 인수됐다. 산업의 혁신은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김 박사는 재차 강조했다.

파멥신 유진산 부사장.©약업신문
영남대병원 사공민 교수.©약업신문
‘바이오의약공방 진화 세미나-망막질환 콜로퀴움’ 현장.©약업신문
셀리아즈 강경화 대표.©약업신문
넥스세라 박세광 대표.©약업신문
뉴라클제네틱스 한주석 연구본부장.©약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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