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니코스메 바람, K-뷰티 '한몫'
트렌드 접점 된 미니 제품…정품 전환까지 이끈다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30 06:00   수정 2025.06.30 06:01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미니 사이즈’ 코스메틱이 새로운 소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뷰티 리뷰 플랫폼 앳코스메(@cosme)를 운영하는 아이스타일(iStyle)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2025년 하반기 트렌드 예측’에서 ‘미니 코스메’를 ‘주역급(主役級)’이라고 표현하며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단순한 휴대용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케팅 접점으로 기능한다는 설명이다. K-뷰티 브랜드가 미니 사이즈 화장품 열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 일본에서는 미니 사이즈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니사이즈, 가을 피부 경보, 헤어케어의 화장품화 등이 하반기 뷰티 트렌드로 꼽혔다. ⓒiStyle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선 최근 몇 년 동안 미니 사이즈 화장품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15~69세 앳코스메 회원 약 6909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대의 31.4%와 30대의 30.5%가 '일반적 사이즈보다 미니 사이즈 제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10대 소비자의 41.6%는 '미니 사이즈 화장품이 귀여워서 좋다'고 응답했고, 2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30.3%가 귀여워서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미니 코스메틱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몇 인기 K-뷰티 브랜드는 일본의 대형 편의점 등과 협업을 통해 미니 사이즈 제품을 출시해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롬앤(rom&nd)은 2023년 3월, 일본 편의점 로손과 손잡고 전용 브랜드 앤드바이롬앤(&nd by rom&nd)을 론칭했다. 사이즈를 기존 제품의 ⅔ 정도로 줄이고, 가격도 1000엔대 전후로 낮춰 출시, 품절대란을 빚었다. 클리오는 지난해 5월부터 세븐일레븐을 통해 글리터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트윙클팝 by CLIO'를 론칭하고 대부분 매장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월, '힌스(HINCE)'의 세컨 브랜드 '하나 바이 힌스(HANA BY HINCE)'를 론칭하고 현지 패밀리마트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보고서는 특히 어뮤즈(AMUSE)와 삐아(BBIA)의 사례를 언급하며 K-뷰티가 미니 틴트 제품들을 통해 '미니 사이즈'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뮤즈는 지난 4월 ‘미니듀 틴트’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고, 삐아는 ‘로우 틴트 미니’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현지 온·오프 라인에서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스타일은 “미니 코스메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정품으로의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접점”이라며 향후 전략적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앳코스메 사용자 조사에서도 “미니 사이즈가 없었더라면 구입하지 않았을 상품이 있다”는 응답이 31.5%, “미니 사이즈로 체험 후 정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7.1%에 달했다.

이 외에도 아이스타일은 2025년 하반기 트렌드로 ‘#가을피부경보(#秋肌アラート発令中)’를 선정하며 계절성 피부 트러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 자외선의 축적, 가을 꽃가루에 따른 자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피부 컨디션의 불안정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꽃가루성 피부염에 대한 @cosme 내 키워드 언급률은 전년 대비 4.6배 증가했으며, ‘가을 꽃가루’ 역시 1.9배 증가다. 이러한 변화는 자극 완화형 성분을 내세운 스킨케어 제품, 더모 코스메틱 계열의 기능성 브랜드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발표된 ‘스가미(素髪) 케어’ 트렌드는 헤어케어의 ‘화장품화’를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향이나 질감이 아닌 기능과 성분 중심으로 헤어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고기능 두피·모발 케어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앳코스메 매장에서 샴푸·트리트먼트 카테고리는 전년 동기 대비 1.46배 성장했다. 한국 브랜드 가운데서도 스킨케어 성분을 적용한 두피 앰플, UV 차단 샴푸 등 ‘스킨케어 발상 헤어 제품’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프래그런스 시장 역시 진화 중이다. 향수를 넘어 ‘먹는 향기’ ‘마시는 향기’ ‘흡입형 프래그런스’ 등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아이템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픈한 일부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향기와 음료를 결합한 복합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용자 조사에선 30% 이상이 향기를 주제로 한 체험형 이벤트에 관심을 보였으며, 젊은 세대 중심으로 감성적 만족을 위한 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드럭스토어와 버라이어티숍 중심의 PB(Private Brand) 코스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아이스타일은 “PB 코스메틱은 저렴한 가격대에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하며, 유통 채널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츠키요, 스기약국, 플라자 등은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앳코스메 어워드 상위권에 진입했으며, SNS 상에서도 ‘PB가 더 좋다’는 후기가 늘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마이 KAWAII⤴’다. 이제는 남들과 같은 것이 아닌, 자신의 얼굴과 취향에 맞는 메이크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용자 중 66.2%가 “자신의 얼굴 특징에 맞춘 메이크업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10대 중 약 31%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뷰티 롤 모델로 삼는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자기만의 컬러를 조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화장품이 늘어나고 있으며, K-뷰티 브랜드들도 다양한 싱글 섀도, 믹스 가능 블러셔, 커스터마이징 립 팔레트 등을 출시하며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일본 뷰티 트렌드는 단순한 상품 변화가 아닌, 소비자의 가치관과 소비 행동의 진화를 반영한다. 특히 한국 브랜드들은 ‘미니 퍼스트’ 전략, 더모 케어 확장, 감각 중심 커스터마이징 등 다양한 방향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K-뷰티의 지속적인 영향력 확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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