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의 자회사로 알려진 미국 바이오텍 블루락 테라퓨틱스(BlueRock Therapeutics)가 미국 캠브리지에 위치한 연구소를 전면 폐쇄하고, 전체 인력 중 약 50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이번 결정은 회사의 핵심 세포치료제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블루락 측은 “파이프라인과 조직 구조를 간소화해 핵심 프로그램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목적”이라고 최근 밝혔다. 구조조정은 캠브리지뿐만 아니라 블루락이 운영 중인 다른 지역의 인력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본사는 계속해서 캠브리지에 유지되지만 주요 연구 활동은 뉴욕과 토론토로 재편된다.
블루락의 핵심 전략은 iPSC(유도만능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세포치료제 개발이다. 특히 최근 임상 3상에 진입한 파킨슨병 치료제 ‘벰다네프로셀 (bemdaneprocel)’과 올해 임상에 진입한 망막질환 치료제 ‘OpCT-001’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벰다네프로셀은 다능성 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유도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혁신적 접근으로, 업계 최초로 전향적 등록 임상 3상에 진입한 동종(allogeneic) 세포치료제다. 바이엘은 이를 “신경퇴행성 질환에서의 세포치료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첫 사례”로 강조하고 있다.
OpCT-001은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광수용체를 기반으로, 시각 상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원발성 망막질환을 표적으로 한다. 현재 초기 임상 단계에 돌입했으며, 블루락은 향후 시각장애 치료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루락은 이들 주요 후보물질 외에도 프리클리니컬 단계의 세포편집 및 면역 회피 기술 플랫폼을 유지할 계획이다. 파킨슨병 치료용 도파민 신경세포 DA02, 신경질환용 골수세포 기반 플랫폼, 시각 회복용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편, 블루락의 모회사인 바이엘 역시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CEO 빌 앤더슨(Bill Anderson)은 지난 1월 “2025년은 바이엘의 대전환기 중 가장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번 블루락의 인력 감축 및 연구소 폐쇄도 이러한 모회사 차원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루락은 이미 지난해에도 전체 인력의 약 12%에 해당하는 50명을 감축한 바 있다. 당시에도 조직 슬림화와 자원 재배치를 통해 벰다네프로셀과 OpCT-001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조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 결정은 블루락이 임상 진입 단계의 핵심 자산에 보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자금 소모가 큰 기초연구 및 다수의 연구 거점을 축소하는 형태로 요약된다. 미국 바이오업계에서도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블루락의 행보는 향후 세포치료제 시장의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