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누리×민텔] 아시아 향수는 '게임체인저', 유럽 아성에 도전
본 투 스탠드 아웃·다남·어스의 성공 배경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26 06:00   수정 2025.06.26 06:01

유럽이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향수 시장에 도전자가 생겼다. 바로 K-뷰티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향수 브랜드들이다. 민텔 조사에서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향수 신제품 출시는 2021년 대비 19%나 증가, 향수 신제품 출시가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확인됐다.

절대 강자의 영역에 도전하는 아시아 향수들은 유럽 중심 향수와는 달리 전통적 특색과 경험, 라이프스타일 등을 담아 차별화를 꾀했다. 앞으로의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을 가꾸는 수단으로 향수를 사용한다는 민텔의 분석을 고려하면, 신흥 아시아 향수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민텔은 아시아 향수가 일으키는 반향에 주목하며 대표적 성공 사례로 BTSO(본 투 스탠드 아웃), D'Annam(단남), ARTH(어스) 세 브랜드를 지목했다. 세 브랜드는 단순한 향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와 감성 기능을 아우르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거대한 주류 시장의 틈새(Niche)를 제대로 파고 들었다.

 

▲ BTSO(본 투 스탠드 아웃)의 홈페이지 속 향수 페이지. ⓒBTSO 홈페이지 캡처

금기를 깨고, 일부러 지저분하게

본 투 스탠드 아웃(Born To Stand Out), ‘튀기 위해 존재한다’는 이름처럼 BTSO는 은근하게 드러나는 '럭셔리'에 집중하던 기존 향수들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임준 대표가 2022년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뒤 2023년 1월 미국에서 론칭한 이 브랜드는 유럽까지 빠르게 확장하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향수 애호가'이자 '보헤미안'인 임 대표는 BSTO의 향수를 ‘더럽고 끈적끈적하고 퇴폐적인’ 향으로 묘사하며, 욕망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금기를 해제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민텔은 이 같은 지점을 BTSO의 '대담함'으로 정의하며, 대담한 향과 대담한 브랜딩이 향수에 대한 전통을 새롭게 정의한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브랜드 디자인은 매우 도발적이다. BSTO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마우스 포인트가 세 번째 손가락만 들어올린 빨간 손 모양의 아이콘으로 바뀐다. 향수 소개 페이지도 의도된 지저분함이 가미된, 붉고 자극적인 영상과 이미지가 가득하다. ‘더러운 천국(Dirty Heaven)’ ‘죄와 쾌락(Sin & Pleasure)’ '무화과 포르노(Fig Porn)' 등의 제품 라인업은 이름부터가 매우 도발적이며, 강렬한 향조를 사용한다.

반항적인 이미지의 브랜딩을 전개하면서 그 패키지는 한국의 백자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택했다는 점이 또 다른 성공 요인이다. 고급스러운 백자 형태의 향수 병은 세련된 럭셔리함으로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도 한편으론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도발적인 브랜딩에 절묘한 색을 더했다.

민텔은 BTSO의 경우 향기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카테고리 확장을 꾀했기에 성공을 거뒀다고 봤다. 향을 자기 표현의 매개체로 삼는 소비자들에게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대담한 향 경험을 선사해, 일상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민텔 안나 켈러(Anna Keller) 수석 애널리스트는 "BTSO는 강인함, 반항, 주류 브랜드의 안전한 진부함으로부터의 도피처를 연상시킨다"면서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향을 선택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온·오프 라인 가리지 않고 BTSO의 메시지가 부각되고 있다"고 평했다.

BTSO는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초 보디케어 분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향의 윤리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치들을 강조하고 있다. 시그니처 팝업 스토어와 몰입형 브랜드 활동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합을 통합해 더 큰 인상을 남기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  D'Annam(단남)의 첫 번째 향수 라인업 ‘인챈팅 베트남’ 소개 이미지. ⓒ 단남 홈페이지 캡처

쌀국수가 향수로? 문화 결합된 희소한 럭셔리로 승부

BTSO가 기존의 럭셔리에 외설적인 자유로움으로 돌을 던졌다면, 2023년 미국에서 출시된 베트남 향수 브랜드 단남은 럭셔리함에 베트남의 문화 색채를 강하게 끼얹음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베트남과 관련한 이미지를 차용할 뿐 아니라, 전통적인 기법으로 현지 예술가와의 협업을 하고, 소량 생산 방식으로 특별함과 희소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텔 차야팟 라차타위파사난(Chayapat Ratchatawipasanan) BPC 부이사는 단남이 향수 시장의 혁신자가 된 이유에 대해 "세심하게 제작된 향수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고, 문화유산을 신선하고 관련성 있는 방식으로 담아냈다"면서 "창립자의 추억에 생명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과 베트남 밖에서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문화적 요소를 접목해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단남의 향수는 성 중립적인 패키지와 단순함, 포용성을 브랜드의 강점으로 내세워 브랜드 헤리티지를 구축했다. 베트남 유산과의 연결을 통해 정서적 공감대, 문화적으로 풍부한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에 접근했으며, 특히 다양한 정체성과 스토리를 반영한 브랜드를 찾는 MZ세대에 공감을 일으켰다.

제품 라인업은 베트남 커피를 기념하는 '베트남 커피 EDP', 베트남식 쌀국수 요리를 연상시키는 향을 담은 '포 블렉퍼스트 EDP', 베트남의 문화적 상징인 쌀을 향으로 만든 '화이트 라이스 EDP'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단남의 '챕터 1' 라인업으로, 베트남과 아시아 음식 유산에 대한 찬사를 담아 흥미를 유발했고, 50㎖ 단일 용량으로 구성됐다.

안나 켈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식에서 영감을 받은 단남의 향은 강력한 내러티브를 전달해 사용자를 추억 또는 환상 속 특정한 시간과 장소로 이동시켜 준다"면서 "담남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향수 브랜드로서 민텔이 추천하는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단남은 '챕터2' 라인업으로 일본에 대한 추억을 일으키는 향들을 선보이고 있다. 베트남에 이어 일본 현지의 요리, 전통, 문화와의 관계를 활용한 향을 만들었다. 단남은 이처럼 또 다른 고객층에 문화와 결합된 감각적이고 특별한 여정을 제공함으로써, 추가적인 브랜드 확장을 꾀하고 있다.

 

▲ ARTH(어스) 브랜드 이미지. ⓒ어스 홈페이지 캡처

웰빙에 특화, 기능과 과학에 초점

2022년 한국에서 론칭한 어스(ARTH)는 향수에서 심신의 회복과 감정 조절이라는 기능적 가치를 강조하며 기존 향수 브랜드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Earth'에서 'E'를 뺀 이름처럼, 자연 그대로의 정수를 담겠다는 철학을 담고, 향수뿐 아니라 보디케어, 스킨케어, 홈케어 제품까지 확장해 전반적인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어스는 유기농 에센셜 오일 등 천연 성분을 기반으로 한 향료를 사용해, 감정 안정·휴식을 유도하는 기능성 향을 지향한다. 민텔은 이 같은 접근이 "향을 자기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가꾸는 수단으로 여기는 소비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표 제품 '윔비 포레스트(Wimbi Forest EDP)'는 독일의 숲에서 영감을 받은 향으로, '생동감을 깨우고 영혼과 육체를 재충전하는' 웰빙 혜택을 제공한다. '라벤더 테라피 워터(Lavender in Relief refresh water)'는 홋카이도 라벤더 밭으로 초대해 어지러운 감정들을 정리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어스는 제품의 기능성에 과학적 근거를 더하기 위해 30년간의 향료 연구와 사용자 체험을 기반으로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라벤더 오일 등 주요 성분은 프랑스 소규모 농장에서 인증받아 윤리적 생산까지 고려했다. 또한 친환경 포장과 리필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차야팟 라차타위파사난 부이사는 "어스는 자기 표현과 사회적 자신감을 강조하는 기존 향수 브랜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오로지 정신 건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브랜드"라며 "외부의 기대를 버리고 진정한 자아의 본질을 발견하도록 장려하는 철학이 명확하고 목적 지향적"이라고 평가했다.

어스는 헤어·보디케어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브랜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오프 라인 균형을 유지하고 소비자 참여를 높이기 위해 최근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입점했다. 향과 감정의 연결성을 더 섬세하게 풀어낸 콘텐츠와 리추얼을 통해 브랜드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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