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이 형성된 피부 부위에선 세포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이로 인해 손상된 콜라겐 등의 복구가 지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단백질 ‘빈쿨린(vinculin)’의 발현 저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피부 내 주름 부위에선 ‘빈쿨린’의 발현이 저하돼 세포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폴라화학공업
일본 폴라 오르비스 그룹 산하 폴라화학공업은 주름의 형성과정의 진피 내 섬유아세포의 이동 기전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내고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섬유아세포가 손상된 조직으로 이동해 복구하는 과정에 주목했고, 세포 이동을 빈쿨린 단백질이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진피층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의 구성 성분에 붙어 이동하고, 손상된 부위를 찾아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세포가 환경을 인지하고 기계적 자극을 화학 신호로 전환하면서 진행된다. 이때 중심에 위치한 단백질이 바로 빈쿨린이다. 빈쿨린은 세포막 내부에서 부착 단백질과 결합해 외부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고, 세포가 조직 내를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진은 동일한 개인의 얼굴 피부에서 주름 부위와 주름이 없는 인접 부위를 각각 채취해 비교 분석했다. 면역염색을 활용해 빈쿨린의 발현을 확인한 결과, 주름 부위의 진피에선 그렇지 않은 부위에 비해 빈쿨린 단백질의 발현량이 약 40% 감소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이미지의 밝기값을 수치화한 정량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로, 두 부위 간 발현량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후 빈쿨린이 세포 이동 속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진피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콜라겐 젤 위에 섬유아세포 배양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선 정상 세포와 더불어, 빈쿨린 유전자 발현을 인위적으로 억제한 세포를 사용해 각각의 이동 속도를 비교했다. 실험은 24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빈쿨린 억제군의 세포는 정상군에 비해 약 55%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 이 결과는 빈쿨린 발현 감소가 실제로 세포 이동 저하를 유발하며, 주름 부위에서 콜라겐 재생이 지연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빈쿨린 유전자 발현을 높일 수 있는 식물 유래 성분을 찾기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그 결과 어성초에서 추출한 진액이 섬유아세포 내 빈쿨린 유전자 발현량을 약 40%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효과가 실험군 간 비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폴라화학공업 측은 “주름 부위에선 빈쿨린 발현이 감소하면서 섬유아세포의 이동 속도가 늦어지고, 이로 인해 콜라겐 복구가 원활하지 않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