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대도약기 "해법은 연결과 협력"
ATMP, 희귀유전질환·난치병 치료의 핵심축으로 부상
기술·제도·인프라·환자 접근성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와 국제 협력 필요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12 06:00   수정 2025.05.12 08:54
 2025 바이오코리아의 ‘글로벌 ATMP 포럼’ 패널 디스커션 현장.(왼쪽부터)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이득주 회장, 재생의료진흥재단 박소라 원장, VVMF 아니타 반 더 미어 사업개발 책임자, CCRM Nordic 짐 런드 최고사업책임자, 차바이오그룹 양은영 부사장.©약업신문

ATMP(Advanced Therapy Medicinal Product, 재생의학 및 첨단치료 의약품)는 희귀질환과 난치병 치료의 판도를 바꾸며 차세대 정밀의료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항체의약품처럼 대중화되기 위해선 기술, 제도, 인프라, 환자 접근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 산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5 바이오코리아(BIO KOREA)'의 주요 세션 중 하나로 열린 '글로벌 ATMP 포럼'에서는 ATMP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과 상용화를 위한 산업 전략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캐나다, 호주 등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정책과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협력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ATMP는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 조직공학 치료제 등을 포괄하는 차세대 의료 및 바이오의약품을 말한다. 기존 치료법으로 접근이 어려운 희귀질환이나 난치병을 대상으로,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대체·복원하거나 유전자를 직접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유도, 미충족 의료 수요를 타파할 새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패널 토론은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이득주 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재생의료진흥재단(RMAF 박소라 원장, 차바이오그룹 양은영 부사장, 스웨덴 CCRM Nordic 짐 런드(Jim Lund) 사업개발 총괄책임자, 호주 Viral Vector Manufacturing Facility 아니타 반 더 미어(Anita van der Meer) 비즈니스 개발 파트너십 책임자가 참여했다.

양은영 부사장은 한국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 이후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 발전과 임상 환경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희귀·난치질환 중심의 탐색 임상 활성화로 환자 접근성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가격 경쟁력 확보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양 부사장은 "항체의약품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규모 생산 기술을 통한 원가 절감이 있었다"면서 "세포유전자치료제 역시 상용화를 위해선 대량 생산 역량 확보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서 자가유래(Autologous) 방식과 동종유래(Allogeneic) 방식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요구되며, 초기 개발 비용과 성공 확률을 고려할 때 다양한 주체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가유래 방식은 환자 본인의 세포를 가공해 투여하므로 면역거부 반응이 적고 치료 효과가 높지만, 생산 과정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동종유래 방식은 동일 세포를 여러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과 비용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차바이오그룹은 한국, 일본, 미국에 총 6개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는 보스턴 CIC와 협력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 중이다.

짐 런드 총괄책임자는 ATMP의 지속 가능성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조 기술의 표준화와 산업화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제품이 상용화됐지만, 공정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장 확대가 제한적"이라며 "스웨덴에서는 생산 비용을 기존 대비 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컨소시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제조 자동화, 배양 효율 개선, 원료 접근성 제고 등도 중점 추진 과제로 언급했다.

또한 그는 "기술 플랫폼에 대한 라이선스 장벽과 핵심 기술의 분산으로 ATMP 산업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며 "공통 인프라 조성과 글로벌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니타 반 더 미어 책임자는 "ATMP 산업은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해 제조 효율성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희귀질환 및 울트라 레어(매우 희귀한) 질환과 같이 환자 수가 제한적인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우므로, 국가 간 공동 연구와 정부 및 비영리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R&D 세액공제 프로그램(R&D Tax Incentive)'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개발비의 일정 비율을 환급하는 방식으로 산업 육성도 도모하고 있다.

박소라 원장은 "ATMP는 단일 기술이 아닌 융합 기술 기반의 제품으로, 한 기업이 모든 역량을 자체 보유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술 공유와 상호 융합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협력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규제 측면에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박 원장은 "동일한 제조 플랫폼에서 생산된 치료제의 경우, 기존 허가자료를 공유·활용할 수 있는 '릴라이언스(Reliance)' 제도가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원장은 "자가유래 치료제의 경우, 병원 내 소규모 맞춤형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클로즈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며 "중소 GMP 시설을 네트워크화하고 이를 정부가 콘트롤타워 방식으로 통합 관리하는 전략도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생의료진흥재단-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CRM Nordic, 힘 합친다’

(왼쪽부터)재생의료진흥재단 박소라 원장, CCRM Nordic 짐 런드 최고사업책임자,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이득주 회장©약업신문

ATMP 포럼에서는 재생의료진흥재단,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CCRM Nordic 간의 3자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며,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국제 협력이 본격화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홍헌우 기획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각 기관이 보유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글로벌 시너지를 창출하길 기대한다"며 국제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생의료진흥재단 박소라 원장은 "이번 협약은 수차례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곧바로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과 유럽 바이오기업의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교두보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기조연설에 나선 주한 스웨덴대사관 라쉬 하마스트롬 과학혁신참사관은 "ATMP는 단순 치료를 넘어 완치 가능성을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춘 규제와 상용화 시스템의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병원·산업·연구 간 유기적 협력이 ATMP 대중화를 앞당길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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