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는 진짜 FDA 승인받을 수 있을까? '기본 중의 기본' 품질조차 무너진 현실③
주사제 기본 품질관리 항목 '육안검사' 절차 미비 지적에 업계 신뢰도 하락
이물 생성 및 혼입 시, 환자 몸속에 그대로 들어가 심각한 위해 초래 우려
HLB "PAL 파트너사 보안사항으로 구체적 공개 어려워…항서제약, 지적사항들 조속히 해결 가능 시사"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4-11 06:00   수정 2025.04.11 13:58
품질관리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주사제를 표현한 이미지.©DALL-E

HLB는 중국 항서제약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FDA의 2차 지적사항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FDA 1차 승인 실패 이후 1년 가까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들과 투자자들은 또다시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 내몰리고 있다. 반복되는 CMC(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문제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 방침은 결국 주주들의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FDA 2차 지적사항 중 '육안검사 미비'는 주사제 생산과 품질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항목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항서제약 품질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허술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을 병용한 간암 치료제에 대해 미국 FDA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1차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21일에는 2차 CRL까지 받으며 두 차례 연속 FDA 승인에 실패했다.

이에 4월 3일 HLB그룹 진양곤 회장은 중국 항서제약을 방문, 쑨 퍄오양 회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항서제약은 FDA로부터 보완 요청의 구체적인 사유가 담긴 포스트액션레터(PAL)를 수령한 상태였다. 그러나 진 회장은 해당 내용이 항서제약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지적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HLB는 4월 4일 "새로운 지적사항이 추가된 것은 아니며, 기존에 지적받은 의약품 품질보증을 위한 ‘육안검사 절차의 미비’가 보완할 사항"이라고만 밝혔다. 특히 지난 2차 CRL에서 FDA 승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사제 멸균 및 공정 살균 과정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육안검사 미비 또한 주사제 품질관리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오히려 더 큰 의구심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HLB가 육안검사 절차 미확립을 두 번이나 언급함에 따라, 항서제약이 육안검사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HLB는 4월 4일 언급에 앞서 3월 21일, FDA 2차 승인 거절 통보 직후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HLB생명과학 한용해 대표이사는 "지적사항(옵저베이션) 두 번째는 의약품 품질보증을 위한 적절한 육안검사 절차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육안검사 품질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포스트액션레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멸균·살균'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항서제약이 FDA로부터 주사제 품질관리를 위한 '육안검사 절차 미확립'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적받았다는 사실은 명확한 것이다. 이는 곧, 품질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간주되는 육안검사 항목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멸균 프로토콜 미흡과 육안검사 절차 미비가 주사제 품질보증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항목이라는 점이다.

HLB는 3월 21일 FDA 2차 지적 중 중요한 지적으로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멸균 프로토콜의 충분하지 않은 확립 및 미준수'와 '환경오염 물질 모니터링의 적절치 않음'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미생물 오염 방지를 위한 멸균 프로토콜의 미흡'과 '육안검사 절차의 미비'가 동시에 지적됐다는 것은, 멸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이물질이 품질관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제조 공정 중 혼입될 수 있는 이물질 역시 적절하게 제거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이러한 이물이 환자 몸속에 그대로 투여될 수 있고, 이는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식약처로부터 GMP 인증을 받은 한 주사제 제조소 관계자는 "육안검사는 오래전부터 주사제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사용해 온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품질관리(QC) 절차"라며 "이 항목에서조차 지적을 받았다는 것은 기본적인 품질보증 체계 자체에 균열이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 세계 품질관리 시험의 기준서로 여겨지는 미국약전(USP)은 주사제에 대해 육안검사(Visual inspection)를 필수 절차로 명시하고 있다. FDA도 '주사제의 육안 이물 검사에 관한 산업계 지침(Inspection of Injectable Products for Visible Particulates Guidance for Industry)'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발간, 주사제에서 육안검사를 품질보증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FDA만큼 까다롭기로 알려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찬가지다. 식약처에 따르면, 주사제는 각 제조 단위별로 수동, 반자동, 자동 이물 검사 방법을 통해 이물질 검사를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동안 이물 검사 공정을 통해 제품을 전수 검사(100% 검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육안검사 자체가 입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발견 여부가 달라지는 확률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완전한 무결성(Zero Defects)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최근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외 기업들은 휴먼 에러(Human error) 를 최소화하고, 품질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육안검사 공정을 더욱 엄격하게 재정비하고 있다. 또한 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최첨단 기술과 장비 도입에도 지속해서 힘을 쏟고 있다.

한편, HLB에 취재를 요청한 결과, 11일 입장을 전해왔다.

HLB그룹 관계자는 "PAL에 담긴 지적사항은 파트너사의 기밀 보안사항에 해당해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장 우려가 컸던 멸균·살균 관련 내용은 아니라고 공유했다"며 "CMC 지적사항 3가지 역시 포괄적인 수준에서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파트너사와의 계약과 신뢰 관계를 존중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며, 최근 항서제약 측과의 면담을 통해 해당 지적사항들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