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신문사가 2024년 창간 7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을 때, 나는 홍현오 선생이 1972년에 저술 발간한 『한국약업사』의 보정판을 재발간하여 널리 보급하자고 제안하였다. 『한국약업사』는 구한말에서 1970년에 이르는 시기를 창업시대, 유년시대, 혼란시대, 재건시대 등으로 나누어 각 시대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에 활약한 인물들을 망라하여 상세하게 서술한 불후의 명저이다. 이 『한국약업사』의 재발간 및 보급이야말로 100여 년에 걸친 근대 우리나라 약업사를 통틀어 가장 기념할 만한 사업이라 할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한국약학사(2011년, 한국약학대학교육협의회)』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100년사』(개정판, 2017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등을 편찬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때마다 『한국약업사』를 자주 참고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펴면 약계(藥界)의 선각자들이 그 어렵고 혼란스럽던 시기에 마치 서부영화의 주인공처럼 또는 삼국지의 영웅호걸처럼 동분서주 약업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런 영웅호걸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제약 수준이 신약개발강국 운운할 정도로 발전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선배님들의 과감한 도전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 홍현오 선생은 어떻게 이처럼 약계의 모든 일을 빼놓지 않고 상세히 조사해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을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2014년 김진웅 교수, 주승재 교수 등과 미력을 합쳐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藥學史分科學會)를 창립한 나로서는 이 책을 우리나라 약학사 및 약업사 연구의 가장 튼튼한 초석(礎石)으로 삼게 되었다.
다만 이 책이 우리나라의 약업인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불후의 명작임에 틀림없지만 오늘날의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읽기에 불편함이 있어 보였다. 이는 발간 당시인 1971년의 흐름에 따라 본문이 세로쓰기 및 2단으로 편집되어 있고 또 당시의 말과 글의 표현 습관이 오늘날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 귀중한 책이 그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로 인하여 덜 읽힌다는 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약학사분과학회의 김진웅 회장과 이영남 운영위원(충북대 명예교수), 그리고 서울대 약학역사관(藥學歷史館)의 주승재 관장 등과 협의한 끝에 이 책의 보정판을 약업신문사의 창간 70주년 기념사업으로 발간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 네 사람은 본문을 가로쓰기로 바꾸고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당시의 표현을 오늘날의 표현으로 바꾸기로 하였다. 다만 원저의 향기를 잃지 않도록 지나친 변화는 자제하였다. 우리들은 각자 이 책을 몇 번씩이나 면밀히 읽고 일부 문장을 다듬고, 일부 오류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바로잡았으며, 주요 등장인물이나 사건 관련 사진, 그리고 연표와 인물 색인 등을 추가하였다. 이런 작업의 실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박주영 학예연구원이 도와주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아쉬움도 많이 느꼈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세환, 이석모 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사진을 구하지 못한 점, 그리고 오히려 1970년대 이후의 약업사가 정리되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웠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시선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때 기록으로 남은 역사는 비로소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미래학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쪼록 이 보정판의 발간을 통하여 홍현오 선생의 대 역작인 『한국약업사』가 널리 보급되어 모든 약업인들이 근대 한국약업사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한국약업사』 이후의 한국 약업사 정리에도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끝으로 우리나라 약계전문지의 종가(宗家)인 약업신문의 창간 71주년을 충심으로 축하 드린다.
2025년 3월
한국약업사 보정판 발간위원회를 대표하여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 겸 서울대학교 약학역사관 명예관장 심창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