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배우는 교훈…2024년 글로벌 임상시험 주요 실패 사례

애브비, 세이지, 화이자 등…"신약 개발의 복잡한 현실 보여줘”

2024년 신약 개발 분야는 여러 실패 사례가 발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통찰을 얻기 위한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DALL.E

신약 개발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치열한 여정이다. 특히 신경계 질환 치료제는 실패율이 높아 더욱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2024년은 주목할 만한 임상시험 성공 사례들이 있었지만, 동시에 큰 실패로 인해 많은 화제를 모은 해이기도 했다.

최근 여러 제약 기업들이 중요한 임상 성과를 거두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은 비마약성 진통제 임상시험에서 세 가지 3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FDA에 새로운 약물 신청을 접수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은 9월 정신분열증 치료제 KarXT가 코벤피로 승인받음으로써 3상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으며, 앨나이램 파마슈티컬은 transthyretin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분야에서 3상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제약 산업에서의 약물 개발은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연구 중인 약물 시험의 약 90%가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패 원인으로는 약물 후보 자체의 문제, 용량 설정, 부작용 등이 꼽히며, 이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신경학적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 개발에서의 실패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신경계 질환 약물 개발은 중기 및 후기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실패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생명 과학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 전문지 BIO SPACE는 최근 2024년에 헤드라인을 장식한 실패한 임상 시험 5개를 꼽았다. 

 

◇애브비의 '엠라클리딘(Emraclidine)'-조현병 치료제 실패

애브비는 지난해 12월 Cerevel Therapeutics를 약 87억 달러에 인수하며 조현병 치료제 엠라클리딘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올해 발표한 두 건의 2상 시험에서 모두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시험 결과 엠라클리딘은 조현병 증상 개선에 위약 대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으며, 저용량 투여군에서는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마저 나타났다.

이번 실패로 애브비의 장기적인 신경과학 전략에 의문이 제기됐으며, 반대로 BMS는 Cobenfy의 성공으로 해당 시장에서 유일한 승자가 됐다.

 

◇세이지 테라퓨틱스의 '달자넴도르(Dalzanemdor)'-신경퇴행성 질환 3연속 실패

세이지 테라퓨틱스는 올해 달자넴도르를 중심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4월 파킨슨병 경도 인지 장애 대상 2상(PRECEDENT) 실패 △10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2상(LIGHTWAVE) 실패 △10월 헌팅턴병 치료제 2상(DIMENSION) 실패 등 세 번의 큰 실패를 경험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세 번의 실패 이후 세이지 테라퓨틱스는 달자넴도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의 '포다디스트로진 모바파르보벡(Fordadistrogene Movaparvovec)'-뒤쉔형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실패

화이자는 6월 3상(CIFFREO)에서 포다디스트로진 모바파르보벡이 주요 평가 지표인 운동 기능 개선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실패는 이전 임상에서 나타난 심각한 안전성 이슈와 함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아밀릭스의 '릴리브리오(Relyvrio)'-ALS 치료제 시장 철수

아밀릭스는 2022년 ALS 치료제로 릴리브리오를 승인받았지만, 올해 3상(PHOENIX)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회사 공동 CEO는 ‘깊은 실망’이라는 표현과 함께 결과를 받아들였다.

 

◇길리어드의 '트로델비(Trodelvy)'-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실패

길리어드는 올해 1월 트로델비가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서 3상(EVOKE-01)에서 주요 평가 지표인 생존율 개선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트로델비는 일부 하위 집단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보였으나, 안전성 문제로 인해 전체적인 치료제의 잠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 같은 실패 사례들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이같은 실패 사례들은 결국 신약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신경계 질환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분야”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실패 속에서도 새로운 통찰이 얻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신약개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