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 하향과 비대면 진료 계도기간 종료가 오는 31일로 맞물렸다. 이같은 변화를 일주일 앞둔 24일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또 국회 문턱에서 좌절되며 플랫폼 업계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선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보류(계속심사)로 결정됐다. 여야 모두 비대면진료 법제화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로 별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플랫폼 업계는 정부가 의약계 단체들의 입장만을 수용한 채 정책 준비는 제대로 안해 국내 원격의료 산업이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업계 1,2위인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가 이달 말 계도기간 종료에 맞춰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
플랫폼 관계자는 "초진환자 제한과 약 배송 금지 등 규제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기존 이용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고객센터 상담 기능만 남겨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면진료 신규 환자의 99%가 초진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31일 종료되면 거동 불편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초진의 경우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불가해진다. 더구나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하향되면 초진 예외 환자는 더 줄어들게 된다. 현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에 따르면, 법정감염병 2급 환자는 초진의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재택 수령이 가능하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비대면 진료를 붕괴하게 만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실제로 비대면진료 이용건수도 감소추세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5월만 해도 일평균 5000건에 달하던 비대면진료 요청건수가 6월 4100건, 7월 3600건, 8월 23일 현재 3500건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자체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만큼 31일 이후부턴 업계의 사업 종료나 전환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를 미루는 가운데, 한국원격의료학회는 23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구체적 조항으론 △목적 △용어의 정의 △비대면 진료 실시의 기본 원칙 △본인확인 △비대면 진료의 한계와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관한 고지 및 환자의 동의 △환자의 정보 제공 △초진 비대면 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 및 초진 비대면 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 △유권해석 등 8가지를 명시했다. 그 중 초진 비대면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증상 및 초진 비대면처방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의약품의 경우 초진 진료나 처방을 금지 또는 제한 하는 것이 아니고 권고사항일뿐 의사는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고, 최종적인 판단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다고 돼있다. 학회 측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은 앞서 국내에서 비대면진료연구회와 대한내과의사회 등이 발표한 내용과 미국, 일본 등 해외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만들었다.
학회 측은 "환자의 '의료접근성'과 '권익'을 중점에 두고 비대면 진료의 원칙과 조건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며 "대면 진료처럼 비대면 진료도 환자 입장에서 진단부터 처방과 의약품 수령·투약이 막힘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담은 만큼, 이를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참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