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중 정원과 현원의 격차가 무려 106명에 달하는 의료기관도 있는 등 의사인력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타 직종이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행위가 의료계 전반에 만연해있다는 주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전국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사인력 부족 의료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원과 현원의 격차가 최고 106명에 달하는 의료기관이 있는 등 현재 의사인력은 충원해야 할 의사 정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진료보조인력(PA)은 사립대병원 1개 병원당 평균 78명, 국립대병원 1개 병원 당 74.5명으로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타 직종이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행위도 만연해 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의사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대리처방을 하는 행위(75.3%) ▲의사를 대신해 간호사 등이 대리 동의서 서명을 받는 행위(69%) ▲타 직종이 의사를 대리해 수술·시술하는 행위(63.2%) 등이 자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 별로 보면 산부인과가 의사 부족이나 의사를 구하지 못해 가장 진료 차질을 빚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어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기의학과, 외과·정형외과, 내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순이다.
의사인력 부족은 다양한 피해를 유발한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환자들은 진료차질, 골든타임 상실, 원정출산,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시간, 의료사고 위험 증가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노조는 우려했다.
또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의사업무 대리, 극심한 감정노동, 노동강도 심화, 의사 갑질 등의 피해가 생길 수 있으며, 의사들은 장시간 노동, 업무 과중, 수면 부족, 육체적·정신적 고갈, 사직 및 이탈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실효성 있는 기피진료과 지원 정책 ▲우수 의료인력 양성·공급 정책 추진 ▲불법의료 완전 근절 및 직종 간 업무범위 명확화 ▲9.2노정합의에 따른 의사인력 확충 위한 사회적 대화 즉시 추진 등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벌어진 30대 간호사 사망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의사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없도록 의사인력 확충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