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혈우병 최초 유전자 치료제 EU 데뷔 성큼
자문위, 바이오마린 파마 ‘록타비안’ 조건부 승인 권고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6-28 06:00   수정 2022.06.28 06:05
유럽 의약품감독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미국 캘리포니아州 샌라파엘에 소재한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기업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社(BioMarin Pharmaceutical)의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Roctavian: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권고하는 심의결과를 24일 제시했다.

CHMP는 제 8혈액응고인자와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혈청형 5(AAV5)에 대응하는 항체가 부재한 성인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록타비안’의 조건부 승인을 권고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제 8혈액응고인자’란 면역계에서 생성되어 제 8혈액응고인자 치료제들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자가항체들을 말한다.

A형 혈우병 환자들은 혈액이 응고되고 출혈이 멈추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단백질인 제 8혈액응고인자가 생성되지 못하는 특징을 나타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출혈이 나타날 위험성이 높은 데다 상처를 입었거나 수술을 받았을 때 출혈이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형 혈우병은 파괴적인 희귀질환의 일종이어서 유럽 각국의 경우 유병률이 10,000명당 0.7명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 환자들은 출혈이 뇌, 척수 또는 장(腸) 내부에서 발생했을 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A형 혈우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의약품들은 대부분 제 8혈액응고인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제 8혈액응고인자를 결핍된 단백질을 대체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들은 매주 또는 매월 1회 이상 주사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환자들의 잦은 주사횟수 부담을 덜어줄 새로운 치료대안을 원하는 충족되지 못한 의료상의 니즈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록타비안’은 A형 혈우병을 치료하는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이다.

‘록타비안’의 약효물질인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valoctocogene roxaparvovec)은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에 유전적 변형을 가해 사람들에게서 혈우병을 유발하지 않도록 개량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제 8혈액응고인자의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어 환자에게 1회 주입하면 제 8혈액응고인자 유전자가 간세포 내부로 이동해 결핍된 제 8혈액응고인자의 생성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혈액이 좀 더 수월하게 응고되도록 하고, 출혈을 예방하거나 돌발성 출혈횟수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록타비안’을 1회 투여했을 때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치료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인지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한 단계이다.

다만 주요 시험에 참여한 100여명의 환자들에게서 1회 투여 후 최대 2년 동안 긍정적인 치료효과가 지속된 가운데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 측이 진행한 1건의 보완시험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최대 5년 동안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록타비안’의 지속적인 효능반응 및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HMP는 1건의 임상 3상 단일그룹 주요 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허가권고 심사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이 시험에는 제 8혈액응고인자 저해제를 사용한 전력이 없고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혈청형 5(AAV5)에 대응하는 항체들이 검출되지 않았던 총 134명의 남성 A형 혈우병 환자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시험에서 피험자 무작위 분류를 거치지 않았다.

투여 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효능을 평가한 자료를 보면 ‘록타비안’을 투여한 환자들은 대다수에서 제 8혈액응고인자의 활성이 괄목할 만하게 증가한 것으로 입증됐다.

출혈이 발생한 비율이 85%까지 크게 감소한 데다 대부분의 환자들(128명)에서 제 8혈액응고인자 대체요법제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

가장 빈도높게 수반된 부작용을 보면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제들에 의해 유도되는 면역반응으로 인한 간 독성(간 손상)이 관찰됐다.

이로 인해 간내 효소의 일종인 알라닌 아미노 전이효소(ALT) 수치의 증가가 보고됐지만,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성공적으로 치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부작용들로는 두통, 관절통 및 구역 증상 등이 보고됐다.

‘록타비안’을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은 이 유전자 치료제의 장기 효능 및 안전성을 확립하기 위해 15년 동안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또한 ‘록타비안’은 충족되지 못한 의료상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EMA의 ‘PRIME 제도’ 적용대상으로 지정되어 초기단계에서부터 학술 및 법무 측면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EMA의 세포‧유전자 기반 치료제 전문가 그룹인 첨단치료제위원회(CAT)는 지금까지 확보된 전체 자료를 검토한 끝에 A형 혈우병 환자들에게서 ‘록타비안’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CHMP도 이 같은 CAT의 검토결과에 동의하고 이번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CHMP가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은 EU 각국에서 ‘록타비안’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이 확보되는 데 필수적인 한 과정이다.

가까운 장래에 EU 집행위원회가 도출할 ‘록타비안’의 승인 유무에 대한 결론이 이목이 쏠리게 하는 이유이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