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임상시험, 단순 자료 아닌 전략적 자산…국제 기준 따라야 임상도 산다"
김동환 교수가 짚은 비임상 성공 전략, 단순 독성평가 아닌 임상 설계 출발점
국내 규제에만 매달리면 임상 늦어진다…ICH·FDA 흐름 읽어야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2 15:00   수정 2025.08.22 15:12
건양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김동환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2차'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신약 개발에서 임상시험 진입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그러나 임상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바로 비임상시험이다.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임상 설계의 기초를 다지는 이 과정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임상 성공을 좌우하는 전략적 관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규제과학센터(센터장 박인숙)는 21일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2차'를 개최했다.  이번 교육은 한국규제과학센터와 중앙대학교 규제약학과, 아주대학교 바이오헬스규제과학과가 공동 주관했다.

건양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김동환 교수는 의약품 품목허가를 위한 비임상 평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비임상시험은 규제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만드는 문서 작업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신약의 가능성과 위험을 가늠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비임상시험은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전략적 자산인 만큼,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누가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비임상을 설계하느냐가 결국 임상 성공과 시장 진입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비임상시험 목적은 안전성과 유효성 균형

비임상시험은 신약 후보물질 및 의약품의 안전성(Safety)과 유효성(Efficacy)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독성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임상시험에서 어느 용량을 어떻게 투여할지를 설계하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다.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임상 심사 원칙을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는지 여부에 두고 있다. 즉, 두 규제기관에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는 것은 해당 약물의 이점이 잠재적 위험 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은 환자에게 직접 투여되는 만큼, 작은 오차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임상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균형 있게 확보해야 환자와 규제기관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임상시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특히 김 교수는 “첫째는 위험-이익(Risk-Benefit) 관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규제 충족에만 머무르면 임상 단계에서 좌초할 수 있기에, 임상 성공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최대 무독성 용량(NOAEL)과 효과가 절반 수준에서 나타나는 용량(ED₅₀) 간의 노출비를 정확히 계산해 안전마진(Exposure Margin)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는 보통 TD₅₀와 ED₅₀의 비율을 의미한다.

후기 단계에서는 NOAEL에서의 노출(AUC)과 실제 임상에서 사용될 유효 용량의 노출을 비교해 안전성을 다시 평가한다. 김 교수는 "이 수치는 반드시 경쟁 약이나 기존 승인 약물과 비교해야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Risk-Benefit 분석은 단순한 숫자 계산이 아니라, 임상에서 얼마를 투여해야 하는지, 또 2상과 3상에서 어떤 설계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 달리 개별 사례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단일클론 항체(mAb)의 경우 사람 조직을 활용한 조직 교차반응(Tissue Cross Reactivity, TCR) 시험이 요구된다. 그러나 단백질성 생물의약품은 통상 유전독성 시험이 면제된다. 

또한 생식·발생독성의 경우 원숭이가 유일한 적절한 종일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EPPND(Extended Pre- and Postnatal Development Study)로 대체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라벨링으로 위험을 알리는 방식도 활용된다.

성공적인 비임상시험 전략에서 시험종과 기간 설정은 핵심 요소다. 합성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설치류와 비설치류를 함께 사용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사람과 실제로 반응하는 종(Relevant species)만 선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바이오의약품은 시험종 선정이 곧 임상 성패로 이어진다"며 "반복투여 기간도 임상 설계와 연계해 1~6개월로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규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라

국제 규제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국내 기준만 맞추다 보면 글로벌 임상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며 "ICH와 FDA 가이드라인을 우선 반영하고, 국내 규제는 사전 협의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ICH M3(R2)와 S6(R1)은 비임상시험의 간소화와 효율화를 지향하는 추세다. 단회투여 독성시험은 일부 경우 생략이 가능해졌고, 반복투여 독성이 중심이 되며, 안전성 약리시험은 독성시험과 조합해 수행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설치류+비설치류 2종, 2경로, GLP' 원칙을 기본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실제 제출 단계에서는 경구 단일종만으로 허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국제 기준과 괴리된 규정은 국내 기업의 비용과 시간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ICH 가이드라인과 FDA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며 "국내 규제에만 맞춘 비임상 설계는 오히려 임상 진입을 늦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2차'에서는 김 교수 강연 이외에 △의약품 허가 후 제조방법 변경관리(식품의약품안전처 김미정 보건연구관) △바이오무균의약품 GMP 최신 요구사항(비앤피케어 정재호 전무) △바이오의약품 공정밸리데이션의 이해(알버트사이언스 이천우 대표) 강연이 진행됐다.

또한 △바이오의약품 공정서 시험법의 이해(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나동희 교수) △독성시험의 현대화(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비임상지원센터 정자영 센터장) △바이오의약품 개발 시 PK 관점에서의 유의점(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이승학 팀장) 강연도 이어졌다.

일반적인 바이오의약품에 필요한 비임상시험 목록.©건양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김동환 교수,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2차'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2차'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2025년도 규제과학 단기교육-의약품 2차'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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