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식도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통해 치료 포기 말고 계속하길"
이영주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금주·금연, 정기적 내시경 검사 중요"
전이성 식도암에서 30년 만에 생존기간 연장 시킨 1차 치료제 '키트루다'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6-09 06:00   수정 2022.06.09 12:25

기존 1차 식도암 치료에는 항암화학요법 외에는 치료 옵션이 달리 없었기에 새로운 약제에 대한 의료진 및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는 높았다. 그러다가 MSD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이성 식도암 및 위식도접합부 선암에서 1차 표준치료요법으로 적응증을 허가 받으면서 식도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키트루다'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도암은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암에 속한다. 식도라는 장기 특성상 타 장기 및 림프절 등으로 전이가 쉽고, 이미 전이가 상당히 이루어졌을 때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12월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수는 254,718명이었으며, 그 중 식도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2,870명으로 전체 암의 약 1.1%로 나타났다. 그 만큼 기타 다른 암에 비해 환자의 수는 적지만, 전이성 식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6.6%로 전체 암 5년 생존율이 66.5%인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얼핏 목 속에만 존재해 짧을 거라고 오인하기 쉬운 식도는 사실 목구멍에서 시작해 위장까지 약 30cm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생각보다 긴 통로다. 식도의 위치 특성상 입은 물론이고 흉부, 위 등이 연결되어 있고, 심장, 폐, 대동맥 등 주요 장기들이 식도와 인접해 있는 만큼 인체에서 중요한 부위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이영주 교수를 직접 만나 식도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이영주 교수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박사를 지내고 2011년 월부터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및 임상시험센터에서 전문의로 지내고 있다. 2019년부터는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를 실제 처방한 경험이 있는 국내 식도암 전문의다.
 

▲이영주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Q. 우리나라에서 식도암을 앓고 있는 환자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나라에서 식도암은 희귀암에 속하는 편이다. 10만명 당 조발생률은 5.6명이고, 2019년 국내 식도암 환자 발생률은 1.1%로 나타났다. 다만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은 높아 2020년 암 사망원인 9위로 나타났다.

Q.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식도암의 발병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이 발병하는 식도암 종류가 있는지 궁금하다.

보통 식도암은 식도에 접촉하는 발암물질(carcinogen)에 의해서 생기는데, 발암물질로는 주로 알코올, 흡연, 뜨거운 차 등이 있다. 

인도나 중국, 우리나라, 일본과 같이 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경우 뜨거운 차가 식도에 직접적으로 닿으면서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이 발생하고, 서양은 뜨거운 차 대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이 많아 이로 인해 선암이 많이 발생한다. 

즉 중국인이 미국에서 태어나서 살았다면 확률적으로 뜨거운 차가 원인이 될 수 있는 식도 편평상피세포암이 발병할 확률은 낮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뜨거운 차 보다는 술(알코올)이나 흡연과의 연관이 큰 편평상피세포암이 약 92.9%를 차지하고 있다.

Q. 식도라는 위치 특성상 환자들의 불편함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진료 현장에서 식도암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첫번째가 못 먹는 것이다. 처음 식도암 진단을 받게 되는 계기도 밥을 먹을 때 음식을 삼키기 힘들거나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다. 살도 많이 빠져서 오신다. 

식도암의 증상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식도는 근육으로 된 일종의 관이어서 탄력이 좋아 종양이 생겨 길을 막더라도 음식물이 비집고 들어가거나 연동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민한 환자의 경우 종양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구취를 느껴 불편감을 호소하시거나, 식도암 종양에서 나오는 하얗고 끈적한 분비물로 인해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시는 경우도 있다.

Q. 식도암은 발생률은 낮지만 생존율 또한 낮은 암이다. 식도암이 치료하기 까다롭고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식도암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식도가 위치한 해부학적 특징에 있다. 

식도 주위에 기도, 심장, 기관지, 위, 후두 등 중요한 기관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암이 조금만 더 커져도 이 같이 중요한 장기를 침범하게 된다. 종양이 다른 기관을 건드리면 다른 기관까지 모두 절제해야 해 수술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는 다른 소화기암(위, 대장 등)과 달리 식도 장기 자체에는 장기를 감싸고 있는 장막이 없기 때문에 주변 장기로 빠르게 침범해 전이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위 임파절도 있기 때문에 침범이 잘되는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다. 식도가 폐암과 같이 뇌나 간 등에 전이되는 암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식도의 해부학적 구조에 있고, 이를 피해 치료를 하기에는 조기진단이 안돼 어려움이 많다.

치료 옵션의 제한점도 주요한 요인이다. 국내 암 사망률 1위의 폐암도 한 환자 당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았을 경우 5번 정도의 항암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식도암은 치료옵션이 워낙 제한적이다. 그나마 최근 면역항암제(키트루다)가 1차 치료요법으로 허가를 받으며 개선되고는 있지만 2~3년 전만 하더라도 쓸 치료제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식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술(알코올)이다 보니 남성 환자가 특히 많다. 식도암의 특성상 다른 암보다 입원 기간도 길고, 퇴원한 이후에도 신경 써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통 독신이거나 주변에서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분들이 주 환자 층이다 보니 퇴원 후에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못해 외래에서 만났을 때 살이 많이 빠져있어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본인도 관리가 안되어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문제들이 모두 식도암의 치료 예후에 장애물이 된다.

Q. 1차 치료와 달리 2차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항암 치료를 시작할 때 2 사이클 정도 치료가 진행되어야 어느정도 약물 농도가 체내에 짙어졌다고 생각하고 CT를 찍어 치료 전과 비교를 한다.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4 사이클 정도 치료를 진행하고 종료한다. 내성이 생겨 다시 종양이 커지기 시작한다면 해당 치료제는 환자에게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환자와 다음 치료제에 대한 논의를 한다.

어떤 암종이든 효과가 있는 치료제는 무조건 1차로 써야한다. 그래야 전체 생존기간을 봤을 때 좋기 때문이다. 

또, 식도암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면역항암제(니볼루맙)는 단독요법인데,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세포독성 화학항암제와 병용하며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5-FU/시스플라틴은 암 세포를 깨면서 종양을 줄여가는데, 이때 여러가지 종양특이항원(tumor antigen)을 방출하면서 그게 자극이 되면 면역반응이 더 높아져 시너지가 올라가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단독요법보다는 병용요법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고, 근본적으로 어떤 항암제든 효과가 있다면 1차부터 쓰는 것이 전체 생존기간 연장 측면에서 더 좋다.

Q. 발견이 늦고 전이가 쉬운 만큼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할 것 같다. 전이성 식도암은 어떠한 프로세스로 치료가 진행되며, 기존 치료의 한계는 무엇이었나?

식도암 증상을 느껴 내원하시면 식도 내시경을 진행한 후,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을 내린다. 어느정도 병변이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흉부 CT를 찍고, PET CT(전신 CT)도 촬영한다. 4기(전이성) 환자의 경우 기본적인 치료가 전신항암치료이다. 

때문에 당뇨나 심장병 등 기저질환 유무와 같은 전신 상황을 살피고, 이미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체중이 많이 떨어져 체중 회복 등을 위한 영양학적 치료도 진행한다. 식도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경우 위루관을 삽입해 유동식을 주입하며 컨디션을 올려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3주 또는 1주에 1번 치료를 진행하고, 2~3사이클 진행하면 CT 촬영과 같은 검사를 다시 진행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치료제 지속 여부 또는 교체 등을 결정한다. 

(면역항암제가 1차 병용요법 허가 전) 급여 상황을 고려해 가장 먼저 식도암에서 처방을 하는 전신 항암 치료제는 5-FU/시스플라틴 항암제다. 그러나 효과 지속 기간이 3~4개월 밖에 안 된다. 

식도암 환자가 2차 항암 치료를 시작할 확률은 50%가 안 되는데, 2번째 항암은 반응률이 10%가 채 안 된다. 4기 암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은 9개월 정도로 임상연구에서 보고되어 있는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임상 시험에 참여한 환자보다 전신 상태가 나쁜 환자가 많기 때문에) 9개월도 안 된다. 식도암은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지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먹지를 못하니 전체적 영양상태와 면역상태가 나빠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굉장히 불리하다.


Q. 방사선 치료를 수술보다 힘들어하는 환자분들은 없는지?

식도암은 그런 환자분이 적다. 

식도암 수술이 워낙 대규모로 이뤄지고 모든 암 수술 중 가장 대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특정 장기 부위만 절개하는 암과 달리 식도암은 전신을 대규모로 절개하기 때문이다. 문합(anastomosis) 부위를 잘 봉합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에 따른 사망률, 합병증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다. 또한 수술 후 음식 섭취를 위한 재활까지 필요한 만큼 제한 사항이 많다. 

Q. 식도암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어느 정도이며, 수술 후 전이되거나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기가 1~3기라고 하면 2~3기에서 수술을 많이 한다. 

1기는 내시경으로 절제하는데, 발견될 확률이 워낙 적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60% 이상으로 보는데, 그 중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30%의 환자는 수술을 안 하신다. 그러면 방사선 치료와 전신항암치료로 넘어간다. 국립암센터는 방사선치료 중에서는 부작용 적으면서 많은 양을 조사할 수 있는 양성자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분들이 많이 오셨다.

Q. 키트루다가 식도암 및 위식도접합부 선암 1차 치료에서 적응증 허가를 받았다. 기존 치료 대비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어떠한 특장점이 있으며, 어떠한 의의를 갖는지?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서 전체생존기간이 개선되었다는 연구가 발표된 것은 거의 20~30년 만의 일이다. 모든 항암제의 첫 번째 목표는 생존기간 개선이다. 

이번 키트루다의 식도암 적응증 허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 중 첫 번째는 1차 치료에서 생존기간 개선을 이뤄낸 치료요법(regimen)은 없었는데,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허가되면서 처음으로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것이다. 체중 감소가 심하고 면역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식도암 환자들도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부작용 크다면 1차부터 사용하기는 어렵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효과 면이나 부작용 면에서나 모두 식도암 환자에서 전반적인 생존율을 올릴 수 있는 치료라고 본다. 허가를 받은 환자나 보호자들도 많이 환영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Q. 임상에 참여하는 등 실제 처방 경험으로 볼 때,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 대비 환자에게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나? 현재까지 진행경과나 결과가 어떠했는지도 궁금하다.

KEYNOTE-590 연구에 참여하셨던 환자분은 76세의 고령 환자분이셨는데, 투약 1사이클만에 종양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간전이와 복막전이까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면역 부스팅이 잘 되셨던 것 같다. 

치료를 진행하며 5-FU/시스플라틴으로 인한 약간의 부작용을 보이셔서 현재는 치료를 중단하고 계신 상황이나, 종양 크기가 줄어든 만큼 치료에 여유가 있어서 충분히 몸을 회복한 후 항암제 용량 등을 조절해 다시 치료 사이클을 진행하려고 한다. 

Q. 식도암 생존율 개선을 위해 치료 현장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암 예방검진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모든 암 예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내시경 검진이다. 다만 식도암은 내시경만으로는 조기 진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조기 진단법도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치료 옵션이 적은 상황에서 빠른 보험 급여 적용 또한 이뤄져야 치료제를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건강 보험은 치료제 급여에 들인 비용만큼의 이득을 보려고 한다. 

때문에 발생률이 많은 폐암, 위암 등 큰 암 위주로 급여가 이뤄지는 편인데, 식도암은 환자가 적다. 국립암센터는 희귀암에 신경 쓰고 입원도 많이 시키고 있는데, 희귀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국가 보험 제도도 보완되었으면 한다. 

Q. 식도암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금연과 금주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연령별 국가건강검진 또한 빼놓지 않고 받아야 예방이 가능하다. 식도에 이물감이 생겼다면 의사와 상담 받고 필요 시 내시경 검사를 반드시 받기를 바란다. 

식도암 환자분들께 말씀드리기 제일 안타까운 것은 먹는 것을 포기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도 꽤 계시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고, 청력이 나쁘면 보청기를 쓰고, 다리를 다치면 의족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식도가 안 좋아 위루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다. 

또한, 전이성 식도암에도 치료 예후가 좋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허가를 받은 만큼 희망적인 치료 예후 사례들이 지속 나오고 있으니 치료를 계속 이어 나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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