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부속 환각성연구소 연구팀이 버섯에서 추출된 물질의 일종인 실로시빈(psilocybin)이 우울증 개선에 괄목할 만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우울감이 가시게 하고 있다.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우울증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실로시민을 6주 동안 섭취토록 하거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 계열의 항우울제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같은 기간 동안 복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
임상시험 결과는 의학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15일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로시빈 또는 에스시탈로프람을 공급하면서 진행한 임상시험’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시험에서 두 그룹 모두 우울증의 중증도를 수치화한 점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실로시빈을 섭취한 그룹에서 좀 더 신속하고 눈에 띄는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두 그룹 사이에 나타난 격차가 통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다 대규모로 피험자들을 충원한 후 한층 더 장기간 동안 진행된 후속 임상시험에서 실로시빈 섭취그룹의 비교우위가 재입증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했다.
시험에서 ‘COMP360’이라는 코드네임이 부착된 실로시빈은 전문의가 지도하는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경구섭취가 이루어졌다.
실로시빈을 섭취하거나, 에스시탈로프람을 복용하는 동안 피험자들은 엄선된 음악을 청취했으며, 정신의학 전문의가 포함된 심리지원팀의 지도를 받았다.
시험을 진행한 결과 실로시빈을 섭취한 피험자 그룹은 희열감, 감정표현, 불안감 및 자살충동 감소, 행복감 증가 등 다양한 평가지표들에 걸쳐 뚜렷한(marked)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입증됐다.
시험을 설계하고 총괄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부속 환각성연구소의 로빈 카하트-해리스 소장은 “두가지 용량의 실로시빈을 43일 동안 매일 섭취토록 하거나, 가장 우수한 SSRI 계열 항우울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에스시탈로프람을 같은 기간 동안 복용토록 하면서 진행한 이번 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볼 때 실로시빈이 정신건강 치료제 분야에서 유망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 예로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의미하는 관해율을 보면 실로시빈 섭취그룹에서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그룹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59명의 피험자들은 무작위 분류를 거쳐 각각 고용량의 실로시빈 또는 위약(僞藥), 저용량의 실로시빈 또는 에스시탈로프람을 공급받았다.
실로시빈 섭취그룹에 속했던 피험자들 가운데 30명은 착수시점에서 실로시빈 25mg을 1일 1회 섭취한 후 3주 뒤부터 같은 용량을 1일 2회 섭취했다. 뒤이어 6주 동안 위약을 매일 섭취했다.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그룹에 포함된 피험자 29명의 경우 매우 적은 1mg 용량의 실로시빈 섭취를 병행했다. 에스시탈로프람은 첫 복용주기 동안 1일 1회 10mg을 복용했고, 두 번째 복용주기 동안에는 같은 용량을 1일 2회 복용했다.
전체 피험자들은 표준 우울증 증상 중증도 척도인 ‘QIDS-SR-16’을 적용한 평가를 받았다. 0~27점까지 나타나는 이 척도는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증의 중증도가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착수시점 당시 실로시빈을 섭취한 피험자 그룹의 평균 점수는 14.5점이었다. 하지만 6주 후에는 이 수치가 8.0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증 점수가 착수시점에 비해 최소한 50% 감소했음을 의미하는 반응률을 보면 실로시빈 섭취그룹에서 70%,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그룹에서 48%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6주차 시점에서 0~5점으로 평가한 우울증 제 증상 관해율을 보면 실로시빈 섭취그룹에서 57%,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그룹에서 28%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시험에서 도출된 결과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시험기간 내내 위약을 섭취한 그룹이 부재했던 데다 전체적인 피험자 수가 적었던 만큼 확정적인 결론을 제시하는 데는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집고 넘어갔다.
아울러 피험자들이 대부분 백인들이었고, 남성들의 비율이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았다는 점 등을 상기할 때 피험자 그룹의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실로시빈을 섭취한 그룹에서 수반된 부작용을 보면 구갈, 불안증, 졸림, 性 기능 장애 등이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작용 발생률에 괄목할 만한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
실로시빈을 섭취한 그룹에서 가장 빈도높게 수반된 부작용으로는 두통이 관찰됐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들이 실로시빈으로 자가치료(self-medicate)를 시도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인들에 의한 심도깊은 지도가 부재한 가운데 섭취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