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스테라이드, 전립선암 발병률 낮춰

현재 전립선 비대증·탈모 치료제로 발매

양성 전립선 비대증과 남성형 탈모증을 치료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가 전립선암의 발병을 예방하는 효능도 발휘할 수 있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년여에 걸친 추적조사를 진행할 결과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한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플라시보 복용群에 비해 25% 낮은 수치를 보였다는 것. 피나스테라이드가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확실한 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이 연구는 당초 예정했던 것 보다 15개월여 앞서 조기에 종료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美 텍사스大 헬스사이언스센터에 재직 중인 비뇨기과 전문의 이언 M. 톰슨 박사팀에 의해 24일 공개된 것이다.

톰슨 박사팀의 연구논문은 다음달 17일 발간되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전문이 게재될 예정이다. 그러나 NEJM측은 이 논문의 결론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24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내용을 공개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머크社가 '프로스카'(Proscar)와 '프로페시아'(Propecia)라는 이름으로 발매하고 있는 약물. 물론 FDA는 피나스테라이드의 전립선암 예방용도를 허가하지 않은 상태이다.

머크측은 이번 연구결과를 근거로 조속한 시일 내에 피나스테라이드의 적응증에 전립선암 예방용도를 추가시켜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美 국립암연구소(NCI) 암 예방·관리부를 이끌고 있으면서 이번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했던 피터 그린왈드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전림선암도 최소한 일부는 예방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피나스테라이드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위험성 또한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그린왈드 박사는 덧붙였다. 즉,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한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암이 발병했을 경우에는 한층 공격적인 형태를 띄는 사례가 다소 증가한 데다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 비율도 상승시킬 수 있음이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전립선암은 오늘날 미국에서 암 발병률 및 사망원인 2위에 올라 있는 다빈도 암. 매년 22만1,000여명 이상의 환자들이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해마다 2만9,000여명이 전립선암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고 있는 형편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NCI의 레슬리 포드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피나스테라이드는 남성 1,000명당 15건 꼴로 전립선암의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피나스테라이드 복용群에서 훨씬 공격적인 형태의 전립선암이 발생한 사례도 1000명당 4건의 비율로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콜로라도大에 재직 중인 병리학자 M. 스코트 루시아 박사는 "피나스테라이드 복용과 위험한 수준의 전립선암 발병과의 상관성은 불분명하다"고 피력했다. 루시아 박사도 이번 연구에 동참했던 일원이다.

한편 피나스테라이드는 남성 性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DHT)로 전환시키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전립선암은 대부분 이 DHT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톰슨 박사팀은 총 1만8,900여명의 55세 이상 남성들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 시험이 처음 착수될 당시에는 전립선암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피험자들에게 연구팀은 피나스테라이드 또는 플라시보를 1일 5㎎씩 복용토록 했다.

그 후 시험이 종료되던 시점까지 계속 참여했던 피험자 9,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피나스테라이드 복용群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플라시보 복용群에 비해 25% 낮게 나타났음이 확인됐다. 다시 말해 플라시보 복용群의 24%(1,147명)에서 전립선암이 발생한 데 비해 피나스테라이드 복용群에서는 18%(803명)에서만 전립선암이 발생하는데 그쳤다는 것.

그러나 피나스테라이드 복용群 가운데 6.4%(4,368명 중 280명)에서 보다 공격적인 형태의 전립선암이 발생, 플라시보 복용群의 5.1%를 상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톰슨 박사는 "따라서 전립선암 예방을 목적으로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코자 할 경우에는 이에 수반될 효능과 위험성의 경중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