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을 치료하는데 투여되고 있는 한 약물이 장차 알코올 의존성을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美 텍사스州 샌안토니오 소재 텍사스大 부속병원의 밴콜 존슨 교수팀은 '란세트'誌 16일자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사파들(heavy drinkers)에게 항전간제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를 정신치료와 병행해 투여한 결과 알코올 의존성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고 밝혔다.
  현재 알코올 의존성을 감소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들에 비해 한층 효과적인 약물로 자리매김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는 것.
  토피라메이트는 존슨&존슨社의 계열사인 얀센이 '토파맥스'(Topamax)라는 상품명으로 발매하고 있는 항전간제이다. 올들어서는 일부 국가에서 편두통 예방약물로도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은 디설피람(disulfiram)·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날트렉손(naltrexone) 등이 있다.
  그러나 디설피람의 경우 복용기간 중 술을 입에 대면 도로아미타불이어서 사실상의 고문을 강요하는 약물이라는 한계가 있는 데다 다른 두 약물들도 일단 술을 끊은 애주가들로 하여금 다시 음주를 시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용도라는 제한이 따라 온 형편이었다.
  존슨 교수팀은 150명의 주사파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여기서 '주사파'란 남성의 경우 1일 5잔 이상, 여성은 1일 4잔 이상의 술을 매일 마시는 주당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연구팀은 피험자들을 3개 그룹으로 무작위 분류한 뒤 3개월 동안 각각 정신치료법을 진행하거나, 토피라메이트 또는 플라시보를 투여하는 방식의 시험을 시도했다.
  그 결과 토피라메이트를 투여받았던 그룹에 속했던 55명의 경우 3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28명(50%)이 아예 술을 끊었거나, 1일 음주량이 3잔 정도씩 감소한 것으로 관찰되어 플라시보 투여群의 8명(16%)을 크게 상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중 금주일자가 플라시보 투여群 48명에 비해 6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을 정도라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는 토피라메이트 투여群의 경우 13명(24%)이 한달 이상 꾸준한 금주에 성공한 반면 플라시보 투여群에서는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한 이들이 2명(4%)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알코올 의존성을 유발하는 효소인 도파민의 혈중 농도를 측정한 결과 토피라메이트 투여群에서 눈에 띄게 감소했음이 확인됐다.
  존슨 교수는 "토피라메이트 투여群의 경우 1일 음주량이 4분의 1 정도 감소했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날 역시 같은 수준의 비율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토피라메이트는 또 약물 복용기간 중 술을 마시더라도 무방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토피라메이트가 알코올 의존성을 치료하는 새로운 무기로 각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될 뿐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치료약물을 개발하는 데도 가교역할을 해 줄 것으로 사료된다고 존슨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