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평균 8억9,7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수치는 시판 후 조사와 임상 4상 등의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포함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판 후 조사'와 '임상 4상'이란 제약기업측이 FDA로부터 신약의 발매허가를 취득한 후 후속절차로 진행하고 있는 ▲장기사용시 안전성 평가 ▲소아·노인 등 특정한 환자그룹이나 보다 광범위한 범위에 걸친 환자群에 대해 나타내는 효능 ▲새로운 적응증 추가를 위한 연구 ▲신제형 개발 등의 과정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美 매사추세츠州 보스턴 소재 터프츠大 부속 신약개발연구센터(TCSDD) 조사팀은 13일 공개한 분석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팀은 '보건경제학誌' 최신호에도 관련내용을 공개했다.
이 센터는 지난 1990년대에 10개 다국적기업 또는 미국 제약기업들이 개발을 진행했던 68개 신약 후보물질들을 대상으로 분석작업을 진행했었다. 68개 신약 후보물질들 가운데는 이미 발매허가를 취득했거나, 허가취득에 실패한 약물, 아직도 개발이 계속 진행 중인 신약 후보물질들이 망라되어 있다.
지난 2001년 11월에도 이 센터는 같은 맥락의 자료를 공개하면서 1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규모를 평균 8억200만달러로 추정했었다. 따라서 불과 1년여 사이에 R&D 비용이 12% 정도 더욱 치솟은 셈.
다만 당시 제시된 수치는 전임상과 임상, FDA의 발매허가 취득시까지 지출되는 비용만을 합산한 것이어서 시판 후 조사 및 임상 4상 소요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에 앞서 1991년에 동 센터가 집계했던 신약개발 비용은 평균 2억3,100만달러(1987년 환율 적용)였다. 이는 2000년 당시의 환율로 환산할 경우 3억1,800만달러에 해당되는 것.
현재 이 센터를 이끌고 있는 케네스 I. 카이틴 소장은 "신약개발이란 여전히 많은 시간과 위험감수, 비용부담을 필요로 하는 힘겨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이틴 소장은 "이처럼 갈수록 치솟는 R&D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10여년간 제약기업들이 기울여 왔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로 실험의 성패 여부를 초기단계에서 판가름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1990년대의 경우 막바지 단계에서 실패로 귀결되는 비율이 80년대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또 지난 1990년대의 경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전체적인 R&D 비용상승에 주된 원인을 제공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즉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동안 임상시험에 지출되는 비용규모의 증가율이 전임상 단계의 그것을 5배나 상회했을 정도라는 설명.
터프츠 신약개발연구센터에서 계량분석 조사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조셉 A. 디마지 박사는 "만성질환·퇴행성 질환을 타깃으로 한 신약을 개발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지고 있는 현실과 임상시험 규모의 확대, 피험자 충원비용의 상승, 임상절차의 복잡화 등이 임상시험 비용의 전반적인 증가를 가져온 주요 요인들"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자료에 따르면 시판 후 조사 및 임상 4상에 평균 1억4,000만달러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규모는 전체 R&D 지출액의 10.6%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 1상에 착수된 신약 후보물질들 가운데 불과 21.5%만이 FDA의 최종 발매허가를 취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터프츠 신약개발연구센터가 공개하는 보고서들은 제약기업들이 신약개발 투자예산 규모를 산정하고, 특허보호기간을 정당화하는 근거자료로 적극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美 제약협회(PhRMA)의 대변인 브루스 로트는 "신약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지출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발매된 신약들이 당뇨병·알쯔하이머·AIDS·암 등 각종 질병을 퇴치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