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SP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RepID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한 모델(이하 RepID 억제 모델) 에서 크로마틴에 위치한 CRL4의 양이 90% 이상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2018년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RepID 억제 모델에서 CRL4 단백질이 크로마틴에 결합하지 못함으로써 DNA 복제 원점에 위치한 CDT1 단백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암세포 내에 축적돼 DNA 복제가 계속해 이뤄지는 현상이 발생, 염색체의 안정성을 저해해 결국 암세포의 사멸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CRL4의 기능이 상실된 RepID 억제 모델의 세포는 또 다른 유비퀴틴 효소인 CRL1이 CRL4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실제로 CRL1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암제 SZL-P1-41을 RepID 억제 모델 세포에 주입한 결과 높은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이 밖에도 연구팀은 SAC(Spindle Assembly Checkpoint) 단백질 중 하나인 BUB3 단백질이 CRL4에 의해 유비퀴틴화돼 분해가 유도되며, 세포 분열 중기에서 후기 (metaphase-anaphase transition)로의 진행을 일으킨다고 전했다. 이는 CRL4의 새로운 기질인 BUB3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며, CRL4의 기능을 세포 분열기에서 확인한 첫 사례다.
특히 RepID 억제 모델 세포에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결합시킨 결과, 암 세포가 사멸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CRL4 내의 ‘기질 인식 단백질 전환’ 기작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현재 기질 인식 단백질은 현재 100가지 이상의 종류가 알려져 있지만, 그 기능은 전부 같을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즉, 모든 기질 인식 단백질은 기질을 인지해 유비퀴틴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 박사 연구팀은 CDT1 단백질을 인지하고 유비퀴틴화 시키는 것은 RepID 단백질이 아닌 CDT2 단백질이었으며, BUB3 단백질을 인지해 유비퀴틴화를 촉진하는 단백질 역시 RepID 단백질이 아닌 또 다른 기질 인식 단백질인 RBBP7 단백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적어도 2가지 이상의 특징을 가진 기질 인식 단백질 그룹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상황이다. 즉, CRL4를 크로마틴에 유도하는 기질 인식 단백질 RepID, CRL4 기질을 인지 및 유비퀴틴화를 유도하는 기질 인식 단백질 CDT2·RBBP7, 필요에 따라 CRL4 내 기질 인식 단백질 부위가 빠르게 전환(switching)되는 기작을 규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