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약산업 GMP를 준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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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11-05 10:21   

 최근 의약품의 품질과 관련된 제약사고가 언론매체를 통하여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 PL)법도 이미 발효되었으며 국민의 의식수준도 높아졌다. 이제 제조업자가 자기제품에 대해서 철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제조사고를 예방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문제점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제조단계에서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가장 중요한 방안은 GMP를 준수하는 것이며 GMP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면 제약사고는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제약사고가 GMP 정신에 투철하지 못하고 GMP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GMP 준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GMP는 왜 생겼는가?
 의약품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연관이 되는 제품인 만큼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윤리성을 가지고 취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의약품을 다루는 사람으로서는 이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약사회, 의사회, 도매업 등 의약품 관련단체에 각각 윤리강령이 제정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1958년 수면진정제로 개발되어 47개국에서 판매되던 thalidomide가 1961년 기형아의 출산원인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개발국인 독일에서 5,000명 등 세계에서 1만여명의 희생자를 내는 대형 약화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허가담당관인 켈시 박사가 신약허가자료의 불비를 이유로 허가를 거절함으로써 미국국민을 보호했다고 하여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시민훈장을 받기도 했다.

 의약품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약사법을 비롯한 각종 관련법령에 의하여 관리되어왔으나 탈리도마이드 약화사고가 계기가 되어 1962년 미국 식품·의약품·화장품(FD&C)법을 강화하는 Kefauver-Harris의 개정법률안이 의회를 통과하였고 여기에 세계 처음으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어서 안전성에 관한 GLP, 임상시험에 관한 GCP 기준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제정된 GMP를 준수하지 않아서 생긴 외국의 제약사고의 한 예로는 멸균기, 병 설계, 멸균조작법 등에 대한 GMP 불준수로 인하여 시판한 LVP(대용량 주사제)가 미생물에 오염된 것으로 판명되었고 이 사고는 GMP에 validation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이 우수품질의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의 기준이 되는 GMP를 준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제약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은 국제화시대
 가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다시 말하면 경제사정을 고려한 GMP 운영을 말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개방된 국제화시대이다. GMP는 국내용이라기 보다 국제용이며 따라서 소위 `한국적 GMP'를 말할 때가 아니다. 또 KGMP가 FDA나 EU GMP와 수준이 어떻게 다른가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어느 나라 GMP나 규정 자체는 대동소이하나 국가마다 운영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KGMP의 규정이나 운영에 연연하지 말고 국제화에 눈을 돌릴 때이다. 최근에 발표된 ICH GMP(Q7A)는 미국, EU 및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GMP 지침이지만 한국 제약산업이 국내 좁은 시장을 탈피하여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제규정들에 대해서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지침은 원료의약품에 관한 것이지만 완제의약품도 같은 의약품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관리측면이 많기 때문에 완제의약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
 GMP는 hardware와 software로 구성되어 있다. 1977년 KGMP가 제정·고시된 이후 1985년 KGMP적격업소 평가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GMP를 추진할 때 마치 hardware(구조·설비)가 GMP의 전부인 것처럼 시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우수의약품을 계속적으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software가 더 중요하다.

GMP 준수, 제약사고 막는 최선의 방법
국제화 눈돌리고 官·協·産 협조해야


 FDA GMP를 CGMP라고 하는데 여기서 C(current)는 시대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기술이나 시설을 이용하고 또 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품질의 의약품을 제조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번 시설하면 그만이고 예전의 제조방법 그대로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퇴보와 품질불량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
 필자는 KGMP를 본격적으로 개시하는 1985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software(조직·관리)가 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제약기업에서는 GMP적격업소로 인증받기 위해서 시설의 구비, 4대 기준서의 작성, 조직의 완비, 제조·품질관리 기록의 철저 등 매우 적극적으로 GMP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GMP를 준수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였으며 GMP를 생활화하고 있는지 자문자답해봐야 할 것이다. `GMP 생활화', `GMP 마인드' ! 이것으로 제약바탕이 이루어져야 GMP가 정착되고 제약사고가 없는 우수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1) 제약회사는 품질을 중시하는 품질경영(quality management)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의약품의 품질은 생산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며 품질은 작업현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영층에서부터 현장사원에 이르기까지 GMP 마인드를 가지고 품질경영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GMP를 생활화해야 한다.

 (2) 우수의약품 제조의 키는 사람이다. 우수인재의 확보야말로 우수의약품을 생산하는 터전이다. 조직은 제조관리부서 책임자와 품질관리부서 책임자가 의약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고 당해 부서의 업무와 작업원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약사로 구성하여 운영해야 한다. 최근 제약회사에서 약사 확보가 매우 어려운 여건이기는 하지만 약사를 채용하고 정착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3) 역시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인재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원에 대한 교육은 맡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내에서는 작업시간에 쫓겨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약협회, 한국PDA 등 외부에서 실시하는 교육에라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면 좋은데 일부의 제약회사를 제외하고는 열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작업원은 GMP에 관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전에는 작업에 관여시키지 않도록 하고 근무 중에도 사내 또는 사외파견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가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작업원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작업사고를 줄이며 품질향상을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관리기법·정보 등을 입수할 수 있다. 국가에서 `敎育은 百年之大計'라고 하는 말은 기업에서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기업의 백년 발전을 위해서 사원교육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官·協·産의 협조 절실
 국제개방화시대에 선진제약기업 제품의 무제한 수입에 대처하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체의 능동적인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선진제약기업을 보면 정부의 규정은 `minimum requirement'(최소한의 요구사항)로 생각하고 기업 자율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느 나라 GMP규정에서도 페니실린의 작업장 분리 외에는 세팔로스포린에는 그런 규정이 없는데도 기업체가 스스로 분리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에 발표된 ICH GMP에는 세팔로스포린 작업장도 분리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지난 날 GMP나 GSP 도입 당시를 보면 꽤 긴 GMP 자율기간을 주었으나 그 기간 중에 스스로 실시한 기업이 별로 없었음을 상기할 때 앞으로는 기업의 능동적인 업그레이드 자세를 기대하고 싶다.

 정부의 약사감시에는 한계가 있으며 결코 감시 강화만으로는 무결점(zero defect) 풍토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약사감시도 중앙과 지역간 또는 약사감시원간의 동등한 감시레벨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산업체의 레벨업을 위한 지도차원의 감시가 좀더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은 있다.

 그러려면 KGMP 21항의 조사관 규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규정에 의하면 GMP의 적합여부를 판정하는 조사관을 약사감시원 중에서 선발하도록 되어있다. 이것은 미국의 inspector(약사감시원) 및 investigator(조사관)와 같은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데 FDA가 GMP 공장을 사찰하는 investigator에 대해서는 임명 직후는 물론 6개월 후, 그리고 1∼3년 후에 재교육을 한다.

 제약회사는 GMP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폴로업이 더 중요하며 인증 이후의 철저한 사후약사감시가 요구되고 있다.

 제약협회 또한 소속회원사의 선진화를 위하여 지도팀을 구성하거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 론

 제조자의 책임은 생산량(quantity), 품질(quality), 생산성(productivity), 원가절감(cost-down) 및 적기공급(delivery)에 있지만 제일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품질'이다. GMP는 양심이고 철학이다. GMP 정신을 가지고 의약품을 제조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GMP가 의약품의 품질보증을 위해서 필요한 규정이라는 생각으로 준수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제약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의약품의 품질문제는 의약품을 환자에게 투여할 때 의사나 약국약사의 세심한 주의도 강조하고 싶은 사항이기는 하지만 의약품의 제조행위는 오케스트라와 같이 종합적인 기술이 어우러져서 어느 한 곳도 소홀하게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점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제약업무에 임하기를 강조하고 싶다.

 제약사고는 있어서는 안되지만 일부 회사의 잘못으로 생긴 제약사고가 마치 한국제약산업 전체가 낙후된 것처럼 매도하는 것도 지양되어야 한다. 다국적 선진제약기업도 불량품으로 인하여 클레임이 걸리고 리콜(회수)을 하며 행정처분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번의 제약사고를 제약업자가 `GMP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제약산업의 앞날은 보다 밝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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