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들을 위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가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취득했다.
블루버드 바이오社(bluebird bio)는 β°/β° 유전자형을 갖고 있지 않고 조혈모세포(HSCs) 이식수술이 적합하지만, 백혈구 항원(HLA)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부재한 12세 이상의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TDT) 환자들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Zynteglo: 자가유래 CD34 양성 세포 암호화 βA-T87Q-글로빈 유전자)가 EU 집행위원회의 조건부 허가를 취득했다고 3일 공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州 캠브리지에 소재한 중증 유전성 질환 및 암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인 블루버드 바이오社는 이날 ‘진테글로’가 조건부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EU 각국에서 환자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급여적용 심의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테글로’에 대한 조건부 허가 결정은 EU 전체 회원국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및 노르웨이 등의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들에 일제히 적용된다.
이와 관련,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은 베타-글로빈 유전자에 변이가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중증 유전성 질환의 일종이다.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이 발생하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감소하거나 부재한 상태로 귀결되게 된다.
이 때문에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들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평생토록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아 헤로글로빈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혈은 피할 수 없는 철분과다로 인해 진행성 다기관 손상 위험성을 동반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테글로’는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을 유발하는 유전적 기저원인에 대응해 1회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일종이다. β°/β° 유전자형을 갖고 있지 않은 12세 이상의 환자들에게 투여하면 평생동안 수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블루버드 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블루버드 바이오社의 닉 레슐리 대표는 “EU 집행위가 ‘진테글로’의 발매를 승인한 것은 임상 연구자들과 의료인, 환자, 환자가족 및 블루버드 바이오 재직자들을 위해 중요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은 ‘진테글로’가 구상 단계에서 허가취득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데 많은 도움을 제공한 주인공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뒤이어 “처음으로 허가를 취득한 제품을 보유하게 됐지만, 블루버드 바이오 관계자들은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며 “우리는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 커뮤니티 및 의료계와 함께 이처럼 중요한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테글로’는 유럽 의약품감독국(EMA)의 ‘신속심사’(PRIME) 및 ‘조정절차’(Adaptive Pathways)가 적용되어 심사절차를 거친 끝에 이번에 조건부 허가를 취득했다.
‘신속심사’ 및 ‘조정절차’가 적용된 덕분에 ‘진테글로’는 심사 초기단계부터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EMA가 ATMP와 관련해 진행한 최단기간 내에 허가결정이 귀결될 수 있었다. “ATMP”란 최소한의 조작범위를 넘어선 세포여서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 등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소재한 사피엔자대학 의과대학의 프란코 로카텔리 교수(소아의학)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진테글로’가 길게는 수 십년 동안 수혈에 의존해야 했던 환자 및 환자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EU 집행위원회가 ‘진테글로’를 승인한 것은 일부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들에게 차후 수혈이 필요하지 않게 하면서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확보되었음을 의미한다”는 말로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진테글로’는 환자들의 조혈모세포에 기능을 복제한 개량형 베타-글로빈 유전자(β A-T87Q-글로빈 유전자)를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제이다. 바꿔 말하면 더 이상 기증자의 동종이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환자의 조혈모세포는 성분채집술(apheresis)을 통해 체내에서 채취된 후 제거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확보된 환자의 조혈모세포들은 렌티바이러스 운반체(lentiviral vector)를 사용해 환자의 조혈모세포 내 βA-T87Q-글로빈 유전자에 삽입하는 형질도입(transduction) 과정을 진행하는데 사용된다.
환자들은 개량형 조혈모세포를 주입받기 전에 항암화학요법제를 투여받아 골수가 βA-T87Q-글로빈 유전자를 동반한 개량형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βA-T87Q-글로빈 유전자가 확보된 환자들은 유전자 치료제 유래 헤모글로빈을 의미하는 HbAT87Q가 수혈이 불필요하거나 수혈횟수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생성되게 된다.
‘진테글로’의 투여를 통해 이처럼 생착(engraftment) 및 수혈 비 의존성 단계에 도달하면 그 효과가 평생토록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블루버드 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할 때 필요로 하는 고도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감안해 블루버드 바이오 측은 줄기세포 이식이나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분야에 노하우를 보유한 치료소들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했다.
국제 지중해빈혈연맹(TIF)의 안드룰라 엘레프테리우 사무총장은 “EU 집행위원회가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들을 위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한 것을 환영해마지 않는다”며 “덕분에 이제 수혈 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 환자들은 (수혈 이외에) 또 하나의 치료대안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수혈을 필요로 했던 삶에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뒤이어 “이번에 ‘진테글로’가 허가를 취득한 것은 긴 여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며 “국제 지중해빈혈연맹은 가능한 한 다수의 환자들에게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진테글로’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