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영향 1순위는 ‘연령’…원한다면 미리 준비해야”
마르코스 메세게르 박사 “기술, 만능 해결책 아냐…미리 난자 동결 고려”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5-29 06:00   수정 2019.05.29 10:04
난임 치료는 원인에 따라 시험관 시술과 인공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 약물 치료 등이 시행된다. 난임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주로 보조생식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 ART)을 진행하게 되는데,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난자채취 주기 당 임상적 임신율은 30~34세에서 36.0%, 35~39세 27.3%, 40세 이상은 13.6%로 고령 임신일수록 임신 성공률이 감소한다.

약업신문은 스페인 IVIRMA 발렌시아 난임 연구소 내 체외수정 분과 과학연구 지도교수이자 선임 발생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르코스 메세게르(Marcos Meseguer) 박사<사진>를 만나 성공적인 난임 치료를 위한 요소들과 난임 치료 기술 발전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의 경우 만 35세부터 고령 임신으로 분류된다. 해외의 경우 몇 살부터 고령 임신으로 인식되는 편인가.

기본적으로 고령 임신(pregnancy of advanced maternal age)은 만 35세를 기준으로 정의한다. 생물학적으로 그 나이가 되면 임신을 하기가 어렵고 복잡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만 35세 이상이 되면 난자 품질이 임신에 적합한 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즉, 해당 나이는 임신이 가능하고 불가능한 상태를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하기 보다는 고위험 임신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물론 35세 이상이라 해서 임신을 영원히 못하거나 임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나이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난임을 겪을 수 있으며, 35세 이상이라도 큰 무리 없이 임신이 가능한 사례도 있다.


- 좋은 치료제나 기술을 통해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한다면 환자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 않나.

난임 치료를 위한 호르몬제와 기술들은 지속적으로 세대를 거쳐 가며 발전하고 있다. 특히 고날-에프의 등장으로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난포 개수가 늘어나게 됐고,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보조생식술 중 하나인 체외수정은 임신 성공률 증가에 큰 도움을 줬다.

이렇듯 임신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준 훌륭한 치료제와 기술이 개발됐지만 그럼에도 환자들의 나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 중 하나다. 난임 치료 기술과 치료제가 많은 진화를 거듭했으나 임신에 도달하기 위한 만능 해결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임신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중 제일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자의 연령이다. 따라서 임신을 원하는 난임 환자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 난임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이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을 포함하는 보조생식술이다. 보조생식술의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과거에 비해 난임 치료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보조생식술의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임신 시점’, 즉 환자의 연령이다. 앞서 지속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임신 시점이 늦어지거나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환자의 임신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임 치료에서 임신을 빠르게 유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6개월 동안 정상적인 성관계를 통해 임신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인공수정을 시도해볼 수 있다. 만약 인공수정 이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체외수정 등 다른 보조생식술을 통해 빠르게 임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번에 머크에서 새로운 난임 기기(fertility technology)들을 출시한다고 들었다. 다른 기기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먼저 연속 배아 모니터링 기술(Continuous Embryo Monitoring, CEM)이 적용된 배양기는 독립된 6개 인큐베이션 챔버가 있어 각 챔버 당 1명의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 환자 당 최대 16개 배아를 동시에 배양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자궁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가습(humidity) 기술도 탑재되어 있는데, 머크의 배양기는 습식 기능을 갖추고 있는 배양 의료기기이며,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타임-랩스(time-lapse) 모니터링 기능이 탑재돼 연속 배아 모니터링이 가능한 고성능 기기다.

또 세계 최초 자동화 유리화(vitrification) 동결기기도 보유하고 있다. 난자와 배아의 냉동 보존과정을 자동화, 표준화하고 유리화 동결 효율성을 높여주는 머크만의 고유한, 특화된 난임 기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보조생식술 작업 및 절차 등을 관리하는 장치인 ‘기젯(Gidget)’이다. 이 장치는 정자와 난자를 정확하게 수정하는 작업에 도움을 준다. 즉, 환자 미스매칭(mismatching)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연구실 내에서 진행되는 워크플로우(workflow) 관리와 더불어 체계적인 샘플 파악 및 추적을 지원해준다. 보조생식술이 진행되는 시술실 또는 연구센터 내에서 효율적인 작업을 도와주는 관리 장치다.


- 연속 배아 모니터링 기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눈여겨볼 만한 특징이 있다면.

연속 배아 모니터링은 특정 기간 동안 배아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하여 배아 상태를 기록하는 기술이다. 보조생식술 시 한 환자로부터 추출한 배아를 최소 1개에서 최대 16개까지 한 배양접시에 배양할 수 있다. 연속 배아 모니터링을 사용하면 5분~10분 정도 간격을 두고 추출한 배아들의 사진을 찍는다. 이 때, 배아를 단층별로 나누어 사진을 찍게 되는데, 배아를 좀 더 면밀히 관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찍힌 사진들이 누적되면 3D로 배아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된다.

모니터링 기간은 시술자가 원하는 만큼 설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진행하는 모니터링 기간은 보통 배아가 수정된 0일차부터 5일차, 즉 120시간까지 진행하는 편이다. 배양 5일차에 환자에게 배아를 이식할 경우, 모니터링 시작 시점은 치료에 사용되는 보조생식술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원이 인위적으로, 직접 수정을 진행하는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 ICSI)은 수정이 시작된 직후부터 모니터링이 이루어진다. 모니터링을 통해 모은 데이터는 2분 길이 영상으로 압축할 수도 있어 배아 발달 중 일어나는 현상들을 기록하고 배아의 표현형(phenotype)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선 우수한 배아를 생성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이에 배아 배양기나 배양액 선택에 있어 고려할 사항은 무엇인가.

배양기의 경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들을 최고 사양을 갖춘 기기라고 본다. 배아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줄 수 있는 환경인지, 즉, 모체 자궁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기기인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기기가 최고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배아가 배양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난임 치료 가능 범위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배양액의 경우 현재 시판되고 있는 배양액 종류가 굉장히 많다. 제조사마다 구성 성분이 다르고 제조 공정 상태에 따라 배양액 품질도 달라진다. 저온유통체계(cold chain) 유지 여부도 배양액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분, 공정 과정, 유통체계 조건을 모두 갖춘 제품이라면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배양액이라고 본다.


- 한국과 스페인의 출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 국가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나.

한국과 스페인은 닮은 점이 꽤 많다. 국가 소득 수준이 비슷하고, 두 나라 모두 기술적으로 발전한 나라에 속한다. 무엇보다 스페인은 여성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초혼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저출산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도 이와 비슷한 사회 분위기이며, 역시 낮은 출산율이 문제라고 들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사회적 난자 동결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여유가 없어 임신을 준비할 시간이 없거나, 가족 계획에 따라 당장 아이를 원하지 않는 젊은 부부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만약 만 35세 이상 여성이 병원에 찾아와 난자 동결을 원한다고 한다면, 만 35세 미만 여성에 비해 좀 더 늦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환자 상태에 맞춘 개별화, 맞춤형 치료도 중요하지만 가임을 준비하는 여성의 연령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장 임신을 원하지 않더라도 난자 동결을 선택하는 것이 맞춤형 치료에 더 가까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