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소프트웨어, 치료제보다 유연한 기준 필요“
허가 시 기술적 부분 검증 우선…임상적 정확도·유용성은 추후 평가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3-29 06:00   수정 2019.03.29 06:40
최근 다양한 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관련 의료보험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가운데, AI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범주인 ‘진단용 의료기기·검사’가 ‘치료용 약제·기기’보다 유연한 가이드라인 테두리 안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7일 대한영상의학회와 서울아산병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의료기기중개임상시험센터 세미나에서는 박성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가 ‘의료 AI 소프트웨어 기기의 인허가 및 보험급여 평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치료 약제나 치료 기기의 FDA 인허가를 위한 평가와 진단용 의료기기․검사의 FDA 인허가 평가는 다르다.

치료 약제나 치료 기기의 경우에는 품목인허가 평가는 일반적으로 의료보험 급여대상 평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먼저 적응증이 명시되고, 이 적응증에 대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환자에 어떤 약제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서 품목인허가 및 의료보험 허가가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적응증이란 구체적 대상 환자군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료 AI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진단용 의료기기·검사의 품목 인허가는 안전성과 기술적 정확도(technical/analytical validity)에 초점이 맞춰지며, 보험급여 평가는 주로 임상적 유용성(clinical utility)을 평가한다.

품목 인허가에서는 안전성과 기술적 정확도를 평가하지만, 어떤 기기나 검사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직접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품목 인허가가 보험급여로 직접 연결되기 어렵다.

또한 적응증에 대한 개념도 약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진단용 의료기기․검사를 사용하게 되는 환자군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보다는 기기와 검사의 목적(intended use)을 설명하는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즉, FDA 허가를 받은 약은 적응증으로 정의된 특정 환자에만 투여할 수 있는 반면, 진단 의료기기·검사는 일반적으로 의료인들의 판단에 따라 목적의 범위를 넘지만 않는다면 여러 적절한 상황에 쓰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진단 의료기기·검사의 인허가가 치료 약제·기기와는 다른 성격의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만약 진단 의료기기·검사가 약과 마찬가지로 FDA에서 허가한 특정 환자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해당 기기·검사의 임상 도입과 사용에 있어 제약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진료 환경에 큰 불합리와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처음에 사용 범위를 너무 제한하지 않고 덜 구체적으로 넓게 만들고, 이후 특정 임상 진료 상황이나 환자군에서 어떤 진단 기기와 검사를 사용했을 때 환자 진료에 명백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후에 이에 대한 의료보험 급여를 고려해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의료 AI 소프트웨어의 임상적 정확도를 처음부터 명확히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기술적 정확도 수준에서 검증이 이루어지면 FDA 인허가를 받고 이후 임상진료 환경에 가능한 많이 노출시켜 임상적 정확도와 임상적 유용성이 자연스럽게 평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 AI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진단용 의료기기에 해당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대상이다. 허가 후에는 기존 의료행위를 하는데 바로 사용이 가능하나, 추가적인 급여 및 비급여 수가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