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논란 美 제약사 vs. 샌더스 상원의원 공방
램버트-이튼 근무력 증후군 치료제 ‘퍼댑스’ 약가 “장군멍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2-25 06:10   수정 2019.02.25 09:10

“한해 약값으로 37만5,000달러를 책정한 근거를 제시해 주시오.”

한때 유력한 미국 대통령 후보로 각광받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州)은 지난 4일 미국 플로리다州 코럴 게이블스에 소재한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社(Catalyst Pharmaceuticals)의 패트릭 J. 맥케너니 회장에게 서한을 발송해 ‘퍼댑스’(Firdapse: 아미팜프리딘 인산염)의 약가에 대해 질의했다.

‘퍼댑스’는 지난해 11월 램버트-이튼 근무력 증후군(LEMS) 치료제로는 최초로 FDA의 허가를 취득한 제품이다.

램버트-이튼 근무력 증후군은 신경과 근육 사이의 연결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 자가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유병률이 100만명당 3명 정도로 알려져 있을 정도의 초(超)희귀질환이다.

그런데 ‘퍼댑스’는 한해 약값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억2,000만원에 달하는 37만5,000달러로 정해지면서 접근성 이슈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더욱이 램버트-이튼 근무력 증후군 환자들은 지난 20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3,4-댑(3,4-DA)으로 알려진 약물을 FDA의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에 따라 무료로 공급받아 왔다.

제이코버스 파마슈티컬社(Jacobus)의 3,4-댑은 아미팜프리딘(Amifampridine: 피리딘-3,4,-디아민 또는 3,4-디아미노피리딘)의 약칭으로 다양한 희귀 근육질환에 사용되어 왔지만, 램버트-이튼 근무력 증후군 치료제로 FDA의 정식허가를 취득한 약물은 아니었다.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3,4-댑의 사용권을 확보한 데 이어 ‘퍼댑스’의 7년 독점발매권까지 보장받았다. ‘퍼댑스’가 개발단계에서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었기 때문.

샌더스 상원의원은 인터넷 전화 스파이프(Skype)를 통해 아이오와州에 거주하는 레베카 호브드라는 이름의 LEMS 환자와 통화했다. 레베카 호브드는 “3,4-댑이 떨어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에 샌더스 상원의원은 6일 보건부(DHHS)와 보건부 산하 의료보장‧의료보호서비스센터(CMMS)에도 추가로 서한을 발송해 ‘퍼댑스’로 인해 납세자들이 치러야 하는 부담에 대해 질의했다.

서한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은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가 의료보장(Medicare) 및 의료보호(Medicaid) 제도를 통해 납세자들이 약가를 부담하도록 바가지를 씌운 것(gouging)”이라고 꼬집었다.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이 지난해 증권감독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LEMS 환자들이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40%를 의료보장 또는 의료보호, 그리고 10%는 의료보장 및 의료보호로부터 이중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마침내 지난 21일 샌더스 상원의원에서 답신을 발송했다.

답신의 내용을 살펴보면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첫째로 LEMS 환자들에게 크게 충족되지 못한 의료상의 니즈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퍼댑스’가 허가를 취득하기 전까지 총 200여명의 일부 LEMS 환자들이 허가를 취득하지 못해 연구가 진행 중인 약물인 아미팜프리딘을 무료로 공급받았다는 것. 하지만 미국 내 전체 LEMS 환자들은 3,000명 정도여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아미팜프리딘마저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갔다.

오히려 ‘퍼댑스’가 FDA의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전체 LEMS 환자들이 ‘퍼댑스’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라는 의미이다.

둘째로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공제혜택을 수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정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퍼댑스’가 허가를 취득한 후 의사들이 처방전을 발급하면 2~3일 이내에 환자들이 공급받을 수 있게 된 데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월별 본인부담금이 10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강조했다.

셋째로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퍼댑스’가 오래된 약물(old drug)도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받은(repurposed) 약물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퍼댑스’가 허가를 취득하기 전까지 아미팜프리딘 기반 약물들은 미국에서 어떤 적응증으로도 허가를 취득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퍼댑스’가 FDA에 의해 신규조성물(new chemical entity)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넷째로 같은 맥락에서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퍼댑스’가 허가를 취득하기까지 2건의 임상 3상 시험을 포함해 총 70건 이상의 비 임상시험 및 임상시험을 거쳤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LEMS 환자들이 비로소 처음으로 FDA의 허가를 취득한 약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수많은 비용이 소요되었다는 의미이다.

다섯째로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 측은 앞으로도 FDA의 허가를 취득한 약물이 부재한 다른 희귀 신경근 장애 증상들에 ‘퍼댑스’가 나타내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시험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희귀 신경근 장애 증상들 가운데는 선천성 근무력 증후군(미국 내 환자 수 1,000~1,500명), MuSK 항체 양성 중증 근무력증(3,000~4,800명), 3형 척수성 근위축증(2,000~2,500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여섯째로 FDA의 허가를 취득하지 못하고 개발이 진행 중인 약물이 사용된 사례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것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지적은 제이코버스 파마슈티컬스社가 FDA가 진행 중인 임상시험용 의약품(IN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제한적인 인원의 LEMS 환자들에게 아미팜프리딘을 무료로 공급해 왔지만, FDA의 IND 규정에 따르면 허가를 취득하기 전까지는 무료로 공급되어야 하고 환자들에게 약가부담을 짊어지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퍼댑스’가 지난 2015년 튜링 파마슈티컬스社(Turing)의 톡소플라스마증 치료제 ‘다라프림’(Daraprim: 피리메타민)에 이어 또 다른 약가폭리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내보이기에 이른 가운데 샌더스 상원의원과 캐털리스트 파마슈티컬스社 사이에 야기된 약가논란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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