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에 이어 올해부터 유통업체들의 의약품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 제도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논란이 됐던 약국·병의원 등 요양기관까지의 일련번호 제도 확대는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약국의 경우 일련번호 제도 수용에 따른 업무 및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고, 제반환경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 약국에 일련번호 제도를 적용한다면 의약품 입고 작업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약국에 약사 1명, 직원 1명이 근무한다고 보면 만약 하루에 한번 오전에만 약이 배송된다고 해도 이 약들을 근무시간 전에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약국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추가 업무와 신규 인력 고용에 대한 부담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약국에서 입고작업이 부담스러워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자료만 믿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도 문제”라며 “유통업체의 경우 입고 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유통업체가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약국에서 의약품 판매 후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의약품 포장단위가 처방일수가 일치하지 않는 국내 상황에서 약국들이 한 약포지에 다수의 약들을 함께 조제하고 있고, 더욱이 자동조제기(ATC)를 사용하는 약국은 늘어나는데 ATC에 들어간 의약품의 일련번호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냐는 것.
결국 현재 일련번호제도로 인해 유통업계가 자체 부담하고 있는 물리적인 비용, 바코드와 묶음번호 등에 대한 세부기준 미비 문제뿐만 아니라 의약품 포장단위와 조제환경까지도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일련번호제도는 애당초 의약품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체 유통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이력을 추적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재 제약사와 유통업체까지 의무화 한 데 이어 약국 등 요양기관도 참여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일련번호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제도 도입 과정에서 현장 수용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가 지난해 입찰 공고한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제도의 효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사업 내용에 요양기관 확대 관련 비용 효과 분석도 포함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요양기관으로 확대하는 부분을 연구를 통해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으로 전혀 계획이 없다”며 “현행법상 공급내역 보고 주체를 요양기관까지 확대하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