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풍토병 수면병 사노피 치료제 내년 나오나?
최초 완전 경구요법제 펙시니다졸 EU 허가권고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11-20 11:18   

“의사로서 수면병에 인생을 바쳤지만, 내게 완전 경구요법제(all-oral treatment)란 지난 수 십년 동안 꿈에 불과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舊 자이레) 보건부에서 소외열대질환 전문 자문관으로 활동하는 빅토르 칸데 박사의 말이다.

유럽 의약품감독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펙시니다졸(fexinidazole)에 대해 허가를 지지하는 심사결과를 도출했다고 사노피社가 16일 공표해 주목되고 있다.

펙시니다졸은 두 단계에 걸친 수면병에 모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최초의 완전 경구요법제 후보물질이다.

CHMP의 허가권고 결정은 비영리 연구‧개발기관 소외질병의약품이니셔티브(DNDi)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사노피社가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것이다.

허가권고 결정이 나옴에 따라 수면병이 풍토병으로 창궐하는 세계 각국에서 내년 중으로 펙시니다졸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을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수면병 또는 인간 아프리카 트리파노소마병(HAT)은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 통례인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체체파리에 물렸을 때 감염되어 공격성, 정신병, 수면패턴의 파괴적인 와해 등의 신경정신병학적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수면병’이란 병명은 이처럼 수면패턴이 파괴적으로 와해되기 때문에 이 소외질병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부지역에 거주하는 6,500만여명이 발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칸데 박사는 “수면병 감염자들이 비록 전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콩고에서 가장 외진 지역 같은 곳에 분포하고 있다”며 “그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면서 약물투여가 간편한 치료제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뒤이어 “10년이 채 안되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수면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소 유사물질을 사용했는데, 전체 환자들의 5%가 사망했다”며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여전히 환자들은 입원을 필요로 하는 데다 공급상의 문제점도 상존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펙시니다졸은 간편한 경구요법제여서 우리가 이 치명적인 질병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약을 가능케 해 줄 것이라고 칸데 박사는 단언했다.

펙시니다졸은 열흘 동안 1일 1회 복용하는 감비아 파동편모충(트리파노소마 브루세이 감비엔스: Trypanosoma brucei gambiense) 수면병 치료제이다.

특히 펙시니다졸은 발병 초기와 원충이 혈뇌장벽을 뚫고 들어가 환자들에게서 신경정신병학적 제 증상을 유발하는 2기에 모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최초의 완전 경구요법제여서 주목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및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749명의 환자들을 충원해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펙시니다졸은 초기 및 2기 환자들에게 모두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나타냈다. 이 시험의 피험자들은 성인들과 6세 이상이면서 체중 20kg 이상의 소아들이었다.

피험자들에게서 펙시니다졸은 입원해야 할 필요성이 없게 했을 뿐 아니라 요추천차 시술횟수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요추천차란 뇌를 감싼 경막과 뇌 사이의 공간인 거미막하 공간에 있는 뇌척수액을 뽑거나 약을 투여하기 위해 시행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소외질병의약품이니셔티브(DNDi)의 베르나르 페쿨 사무총장은 “펙시니다졸이 비영리 연구‧개발 모델에 의해 개발된 전혀 새로운 화합물의 하나이자 DNDi에 의해 개발된 최초의 신규조성물”이라고 강조했다.

페쿨 사무총장은 “이처럼 최대 소외질환의 하나로 손꼽히는 질병을 겨냥한 획기적인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허가취득 단계까지 밟고 있는 현실은 DNDi와 사노피 사이의 유례없이 긴밀한 제휴관계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5-니트로이미다졸 유사체의 일종인 펙시니다졸은 DNDi가 구충제 후보물질을 검색하던 기간 동안 스위스 열대공중보건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지난 2005년 재발견한 약물이다.

원래 펙시니다졸은 훽스트社(현재의 사노피社의 한 전신)에 의해 연구‧개발이 이루어졌다가 지난 1980년대에 전략적인 사유로 중단되었던 약물이다.

그 후 펙시니다졸은 지난 2009년 DNDi와 사노피가 펙시니다졸의 개발, 제조 및 공급을 진행하기로 제휴계약을 체결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DNDi 측이 전임상, 임상 및 개발까지 진행하면, 사노피 측이 산업적 이용을 위한 개발과 허가절차, 생산 및 공급 등을 맡기로 했던 것.

펙시니다졸이 허가를 취득하면 사노피 측은 이 약물을 세계보건기구(WHO)에 공급해 수면병 박멸이라는 사명을 수행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한편 사노피 측은 지난해 12월 EMA에 특별심사절차를 내포한 법 58조 726/2004 조항에 따라 EU 지역 이외의 지역에 공급할 신약에 적용되는 심사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펙시니다졸의 허가신청서를 제출했었다.

이 법이 적용된 약물들은 국가별 등록절차와 환자 접근성 확보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DNDi는 펙시니다졸의 전임상 및 임상단계 개발 등을 진행하기 위해 5,500만 유로(6,250만 달러)의 비용을 지출했다.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및 영국 등 EU 7개국과 빌&멜린다 게이츠재단, 국경없는 의사회 등의 단체들이 도움을 제공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