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사는 어떻게 글로벌 제약사가 되었나
경영진 변화 및 M&A 통해 급부상…중개 연구 강화 필요성 대두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5-17 06:20   수정 2018.05.17 13:32
최근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일본 제약사들이 과거 잇따른 경영 젼략의 변화, 오픈 이노베이션 및 글로벌 제약사와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열린 KoNECT-KDDF 포럼에서 박찬희 C&C신약연구소 센터장은 “글로벌 빅파마 상위 5곳은 대부분 200년 이상, 일본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길어야 50~70년 역사다.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모델이 일본 제약시장이다”라며 일본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시장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서구에 비해 고령화시대가 빨리 오고 있다는 것. 이에 고령화 관련 연구들이 진척되며 파이프라인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일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제약 산업은 1980년대 중반에는 큰 폭의 약가인하와 R&D에 집중해왔다. 90년대에는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와 대형 제약사의 M&A가 주로 이뤄졌고, 2000년대에는 대형사 간 합병으로 2차 M&A 및 해외업체 M&A가 활발히 진행됐다. 2010년부터는 일본 정부의 신약 개발 촉진 장려 정책에 따라 항암제, CNS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이 재편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일본 내 거대제약사로 발돋움한 다케다제약(이하 다케다)의 성장 요인으로 ‘서구화된 M&A‘와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을 꼽았다.

1781년 창업 이후 다케다는 타 일본 제약사와는 다른 전략을 취해왔다. 타 제약사들은 내수라는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제네릭에 초점을 맞추던 시대에 다케다는 미국 시장을 런칭을 목표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했다.

이후 창업가 7대손인 다케다 구니오(Takeda Gunio)가 CEO에 오르면서 경영 전략의 변화를 가져왔다. 무차입경영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15년간 출시된 신약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에 다케다 구니오는 창업가의 경영 대신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다.

그렇게 해서 2003년 하세가와 Y(Hasegawa Y)가 CEO로 취임한 후 내부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안되면 사들여서라도 개발 속도를 높이자’라는 전략이었다. 전략에 따라 2008년부터 Millenium, Nycomed, Ligocyte등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다케다는 인수한 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을 분석해 다케다의 영역인 당뇨, CV 중심의 질환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에서 타 질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작업을 시행한다.

2008년, 크리스토퍼 웨버(Christopher Weber)가 CEO 자리에 앉으면서 한층 더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이 진행된다. ‘Be the best R&D organization in our industry’를 목표로 총 파이프라인의 75%를 외부로부터 도입한 것. 이런 과정을 통해 다케다의 역량을 크게 키우며 CNS, 항암, GI 계열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8일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샤이어를 인수했다는 다케다의 공식 발표 소식이 더해졌다. 향후 더 큰 성장을 통해 세계 10위 내 제약사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박 센터장은 “주가이(Chugai) 제약의 경우는 빅파마와의 동맹을 통해 그 안에서 다변적인 발판을 만들어 성장해 온 회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43년 창업된 주가이는 설립 초기 타 일본 제약사와 차별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바이오 계열에 투자를 시작한다. 당시 EPO(Epogin), G-CSF(Neutrogin) 등의 단백질이 일본 내에서 허가를 받으며 관련 바이오 기술에 관심을 가진 것.

주가이 역시 경영자 변화에 의해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1993년 오사무 나가야마(Osamu Nagayama)가 CEO 자리에 오르며 2002년 로슈와의 합병을 진행한다. 이후 주가이는 로슈의 색깔이 입혀지게 되고, 로슈 그룹 멤버로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핵심(Core) 영역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2005년 줄기세포에 특화된 Forerunner Pharma Research, 2012년 항체 연구를 위한 chugai pharamabody를 설립함으로써 주가이 자체적으로도 연구를 진행하지만 저분자, 중분자, 항체 등으로 대변되는 자회사를 세워 운영하는 전략을 지속한 것.

또 Core 영역을 중심으로 연구와 개발을 위한 chugai global research network를 구성했을 뿐 아니라, 로슈 그룹의 일원으로 그룹 내 회사들과 파이프라인을 공유해 비교적 개발 가능성이 낮은 물질이라도 다른 신약 후보들과의 조합을 통해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역량을 키웠다.

그렇다면 한국 제약 산업이 글로벌 빅파마가 지배하고 있는 산업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박 센터장은 이에 대해 “한국 제약 산업 발전에 기업 사이즈, R&D 투자 증가, 혁신 신약 집중, 오픈이노베이션, 혁신신약, 정부지원강화 등이 과연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두는 복합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R&D 투자비용만 봐서는 한국은 크게 뒤쳐지지는 않는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대략적으로 15~20% 내외를 기록하며, 일본은 평균적으로 20% 가량을 상회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박 센터장은 “R&D 투자를 늘려야하는 것은 맞지만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없던 파이프라인이 생기고 후보 약물이 임상에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사를 글로벌화 시키는 것에 대해 정해져있는 답은 없지만, 먼저 자회사가 갖고 있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파이프라인을 가져와도 그것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제약사들이 기초과학에 집중하면서 중개연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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