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度, 세계 제약시장의 '다크호스'
제네릭 개발 등 역량배가, 틈새시장 공략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2-27 07:18   
아시아 대륙에서도 후발주자에 불과하다고들 하는 인도!

그러나 이 나라의 제약산업이 의외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다크호스로 그 존재를 확고히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제약산업은 최근 국내에서도 '글리벡'의 카피제품을 수입키로 결정함에 따라 새삼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인도의 제약기업들은 자국시장에서 과잉생산 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어 아무래도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인도의 제약산업은 한해 20억달러値 정도의 각종 의약품들을 수출하는 정도여서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는 평가이다.

이에 따라 랜박시 래보라토리스社(Ranbaxy)나 닥터 레디스 래보라토리스社(Dr. Reddy's) 등은 세계시장에서 갈수록 중요한 존재로 부상해 가고 있다. 제네릭 제품들을 발매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데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을 정도.

그 동안 인도의 제약산업은 제네릭 제형 개발에 관한 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널리 인정받아 왔다.

인도 제약업계가 일찍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우선 이 나라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지적이다. 즉,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모방한 제품(reverse-engineering drugs)들로 상당한 성과를 일궈냈다는 것.

게다가 아직까지 인도에서는 외국産 의약품들을 카피하는데 법적으로 별다른 걸림돌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오는 2005년부터 외국 제약기업들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관련법규를 강화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어 향후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인도 제약산업이 밖으로 눈을 돌린 또 다른 이유는 거의 만성화된 과잉생산에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제약협회(OPPI)에 따르면 오늘날 인도에는 총 8,000여곳의 제약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중 메이저급만도 300곳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랜박시社의 브라이언 템페스트 회장은 "메이저급 메이커들의 경우 평균 2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 중이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OPPI의 아지트 댄지 사무총장은 "가격인상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인도 제약시장이 8.5% 성장했지만, 이는 순전히 생산량의 증가에 따른 귀결일 뿐, 실질적인 성장(value growth)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저가의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인도 제약산업의 해외지향성을 설명할 수 있는 한 요소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하다기 보다는 연구인력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장점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닥터 레디스社의 G. V. 프라사드 부회장은 "미국과 달리 한해에 100명의 연구인력을 충원하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인도에서 신약개발 관련연구를 진행할 경우 15,000~20,0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불과해 미국의 70,000달러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부담으로 각종 R&D 프로젝트의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

한편 인도인들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자국 제약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제약입국으로의 성장에 장애요인들도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나 유럽의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단 하나의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한해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현재 인도에서는 한 제약기업이 발매 중인 모든 제품들의 매출을 합산하더라도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단적인 실례라는 것. 인도 제약기업들이 R&D에 투자하는 금액 또한 아직은 해외의 메이저급 메이커들과 비할 바가 못된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각종 규제와 엄격한 기준적용 등을 통해 아시아의 신흥제약국들이 발붙이기 어렵도록 방어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만만치 않은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많은 전문가들은 인도의 제약산업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단견에 불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의 제네릭 제품들과 제약원료 수출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다 이를 통한 역량배가로 갈수록 틈새시장을 깊숙히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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