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제도(1) - 약가정책(약가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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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3-26 16:15   수정 2006.09.21 17:36

건강보험 약가정책의 실패원인

 건강보험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일 뿐만 아니라 약제비 중에서 약가는 언제든지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므로 약가의 적절한 통제는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 대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약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제도든 도입이 되면 관련 당사자는 그 주어진 제도하에서 최대한 자기이익을 추구하며 이를 위하여 자신의 행태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현행 약가제도의 실패원인으로 제약회사나 병·의원의 불법적인 영리추구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들은 주어진 제도하에서 자기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경제적인) 행동을 추구하였을 뿐이며, 문제는 그러한 동기를 제공한 현행 제도의 제도적 결함과 복지부의 의지 부족에 있다고 생각된다.

 실거래가제도가 실패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복지부가 실거래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는 것과 약가상환제도의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실패한 실거래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복지부 약가상환제 작동원리 이해부족
공급자 제출자료 의존 유통가격 파악 안돼

 고시가제도하에서도 정부가 실거래가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는데 특별한 제도적 장치없이 오로지 공급자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실거래가제도하에서 정확한 유통가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새로운 제도의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판단된다.

 

산정 및 등재상 문제점

보험약가 결정과정

 현행 보험약가는 사실상 제약회사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회사가 미결정약제의 요양급여 및 상한금액을 신규로 신청할 경우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① 제약회사에서 판매예정가와 산출근거, 국내외 사용현황, 국내외의 연구논문 등의 자료를 구비하여 복지부장관 또는 심평원 약제전문위원회에 약제결정신청서를 제출한다.

 ② 약제전문위원회는 심평원 실무부서의 상한금액 검토가를 심의하고 이를 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한다.

 ③ 복지부장관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약값을 결정하여 고시한다.

 이처럼 현행 보험약가 산정이 제조원가와 연계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신청한 의약품의 전문성, 독창성, 특수성을 강조하며 기존 등재된 비교대상 의약품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게 된다.

 

약제전문위원회의 위원 구성

 최근 복지부가 위원구성을 다소 개선하긴 했지만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은 그대로 상존하고 있다. 위원구성에서 제약협회 등 공급자측은 7명이고, 소비자측은 공단 1명, 소비자단체 3명 등 4명뿐이다. 물가관리 및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제외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약제전문위원회는 제약회사가 산정한 `거품약가'를 여과 없이 합리화시켜 주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제약회사가 생산한 제품의 보험가격을 결정하는데 제약회사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조달청에서 정부납품물자를 구입할 때, 납품업자에게 최종 납품가격을 정하라고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산정 및 등재방식의 개선방안

정책의 기조:가격규제

 고시가제도든 실거래가제도든 그것이 제3자지불방식인 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은 피할 수 없다. 비효율을 축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가격규제이다.

 약가규제는 자원배분의 효율을 위해 집행되는 정당한 규제정책이다(약품비가 건강보험에서 지불된다는 측면에서). 따라서 보험약가에 대한 정부의 가격규제는 필연적이며, 선진국에서도 보험약가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여기서 정부가 약가규제의 기준으로 삼아야 되는 것은 한계비용이다(수요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만나는 점). 정부가 보험약가를 인하시키면 그에 따라 약가마진도 줄어들고 효율성도 증가하게 되며, 보험약가가 한계비용과 일치하게 되면 가장 바람직한 가격수준이 된다. 만약 한계비용 보다 낮은 가격에서 규제되면, 초과수요가 발생하므로, 초과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가정책은 점진적 가격인하 방식에 의하면 된다. 이 점에 대해 혹자는 주먹구구(rule of thumb )라고 반박할지 모르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같은 가격정책의 정확성과 유효성은 실거래가 방식을 훨씬 능가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약가에 거품이 아직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일단 기존가격에서 적절한 폭을 인하한 후에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여, 초과 공급시에 관찰되는 현상(리베이트, 제약사에 의한 병원이나 의사들의 학회지원 등)이 사라질 때까지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한다.

 만약 초과수요시에 관찰되는 현상(제약사의 생산중단, 병원이 제약사에 웃돈을 얹어주고 약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현상 등)이 나타나면 가격을 다시 인상한다. 이런 방식은 그 비용에 비해 행정적 단순성 등 편익이 훨씬 크다.

약가계약제

 거래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든지 의약품의 원가분석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대신 의약품의 보험급여 여부를 정부가 선택적으로 적용하여,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고가약으로 둔갑시켜 대체 진입하는 경우 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약가계약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면 법에 정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험적용을 받았으며, 또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가격의 적절성 여부와 관계없이 등재초기의 가격이 유지되어오고 있다.

한계비용 기준삼아 약가규제 효율 극대화
`마크-업'방식…장기적 거래질서 확립 이점

 이는 가격결정에 있어 보험자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아닌 한, 시판허가를 받은 모든 약이 급여목록에 포함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보험자가 가격협상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험약의 등재 및 약가 자체를 매년 혹은 일정한 주기로 재계약 하도록 해야 한다.

가격결정과정 개선

 신약인 경우 대부분 선진 7개국 평균가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들 7개국은 우리나라 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선진국이며, 이들 국가 내에서도 자국의 가격집에 등재된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은 차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후발제품의 경우 현재 선발제품의 80% 수준에서 진입가격을 설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이전의 90% 수준에 비해 후발제품의 진입가격을 많이 떨어뜨린 것으로 바람직한 정책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두번째, 세번째로 진입하는 후발제품과 첫번째로 진입하는 후발제품 간에 차이를 부여해야 한다.

마크-업 가격설정방식의 도입과 약국조제료 폐지

 이번 기회에 마크-업(mark-up) 가격결정방식으로 약가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도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처럼 약국에 조제료를 지급하지 말고, 의약품 가격설정시에 약가에 적정한 이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조제료를 폐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의약품 거래질서확립이나 약제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렇게 되면 의약품 거래와 관련된 리베이트 문제도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일반약 비급여화의 개선

 보험재정 절감대책의 일환으로 소화제 등 일부 일반의약품을 급여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이 2001년 11월에 실시됐다.

 이후 만성질환자에 대한 투약문제, 급여대상 의약품으로 처방을 변경하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약제비를 증가시킬지, 아니면 감소시킬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에 이르다. 허나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처방변경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있었던 만큼, 이 제도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정부의 부담을 단순히 소비자 부담으로 수평이전 시키는 것도 문제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의사가 해당 일반약을 계속 처방할 경우에는 소비자의 부담이 해당 약값만큼 증가한다.

 약제전문위원회의 개편

 보험약가결정시 `거품'을 제거하려면, 보험자가 제약회사와 개별협상을 통해 최종약가를 결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가통제에 성공한 영국이나 프랑스 역시 정부 또는 보험자와 제약회사와의 협상을 통해 약가를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비용절감의 의지가 있는 보험자 및 가입자 단체가 최종적으로 제약회사와의 협상에 나설 때 고가화의 폐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프랑스처럼 보건복지부 내에 약가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또는 현행 약제전문위원회의 위원구성에서 제약사 대표를 당연히 제외하고 의약계의 숫자를 대폭 줄이면서,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를 참여시키고, 보험자 및 시민사회단체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약제전문위원회위원

2002년
8월 이전

2000년
8월 이후


①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②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임상약리학회
    대한약리학회
    대한병원약사회
③ 국민건강보험공단
④ 심사평가원
⑤ 소비자단체
⑥ 공익대표(학계, 전문기관,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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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15명

대형병원의 도매상 경유제도 폐지

 현재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의약품 구입시 반드시 도매상을 경유하도록 되어 있는데(약사법 시행규칙 57조 7항), 이 제도는 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악법이며, 유통회사의 이익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판단된다.

 이 제도하에서 일부 대형병원은 자체적으로 형식적인 도매상을 설립, 운영하여 법망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관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차단하여 약가인하를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제도이다.

 유통구조 개선의 철칙은 유통단계의 축소인데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오히려 유통단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유통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약제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내 유통시장이 소수의 유통회사에 장악 당하지 않도록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2001년 복지부는 이 제도를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적용할 것을 추진하였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 제도는 소수 의약품유통회사의 국내시장 지배력만 강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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