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90 억제제’, 새 항암제 가능성 확인
천연물질 ‘디굴린’ 통해 혈관 생성 차단하는 기전에 주목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10-20 18:20   수정 2017.10.20 20:54

혈관 형성 억제 기전을 통한 항암제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20일 열린 대한약학회 학술대회에서 이호영 교수(서울대학교 약학대학)는 “새 항암제 개발을 위해 HSP90 억제제 발굴을 통한 혈관 형성 억제 기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영리한 암세포들은 바로 사망에 이르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세포를 타겟해 돌연변이화 하는 등의 대사작용을 통해 약물의 효과를 상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은 효과는 좋지만 많은 부작용이 뒤따라온다. 이에 연구자들이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암 진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요소들을 분석해 암에 없어서는 안되는 분자들을 찾아 정상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표적 세포만 타겟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암세포에 내성을 가지지 않고 온전한 약효를 발휘하는 약제는 어떤 방식으로 개발해야 할까? 한 가지 대안으로 이 교수는 ‘저산소증 유도인자(Hypoxia inducible factor, HIFs)’를 활용하는 방안을 꼽았다. 혈관 생성 저해 활동을 포함한 여러 가지 항종양 활동들을 하는 HIF의 기전에 집중한 것.

이 교수의 연구팀은 HSP90이라는 열병합단백질을 타겟하는, 일명 새 ‘HSP90 억제제’ 발굴을 위해 나섰다. HSP90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HSP90들의 클라이언트 단백질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를 억제한다면 수많은 타겟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HSP90은 오래 전부터 차세대 항암제 개발 물질로 거론돼 왔다. HSP90에 대한 임상 실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HSP90 저해의 바이오마커인 HSP70은 암세포에서 항암제 내성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내성이 없으면서 독성이 약하고 효과가 높은 약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HSP90 억제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많은 천연물신약을 스크리닝한 끝에 디굴린(Deguelin)이라는 물질을 발견했다. 디굴린은 폐암의 발생 및 악성화를 막는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디굴린의 항암효과에 주목했다. 먼저 발암 물질에 노출시킨 마우스 모델을 두 군으로 나눠 한 군에는 담뱃잎(Tobacco)을 주고 다른 한 군에는 디굴린을 투여했다. 실험 16주 후, 담뱃잎을 투여한 군에서는 악성 종양 두 개(0.4, 0.5mm)가 발견됐고 디굴린을 투여한 군에서는 1.1mm 크기의 종양 한 개가 발견됐다.

실험 20주 후 상황은 더 놀라웠다. 담뱃잎 투여군은 기존에 있던 종양 2개가 더 커진데다가 0.3mm 크기의 새 종양이 발생했다. 반면 디굴린 투여군에서는 기존에 있던 1.1mm 종양이 사라졌다.

이 밖에도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서 위암, 두경부암, 전립선암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디굴린을 투여한 결과 유의한 항암효과가 나타났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이 교수는 “실험을 통해 디굴린이 임상에서 사용하는 약물보다 HSP90에 훨씬 잘 접촉해 열역학적으로 더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활용한 신생 혈관 억제 기능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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