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물질 의존 신약개발 전략 재고를"
R&D 방법론 획기적 전환 시급한 시점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11-12 07:35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만성적인 신약개발 R&D 생산성의 저하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신약개발 방법론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미래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생명공학산업 분야의 선구자적 인물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휴먼 게놈 사이언스社의 윌리암 헤이젤타인 회장이 8일 '파이낸션 타임스'紙의 주최로 열린 한 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의 요지이다.

즉, 주요 제약기업들이 생물학적 방법론 쪽으로 인식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임에도 불구, 여전히 재래식 방법론인 화학합성물질에 의존하는(chemical-based) 신약개발 전략을 고수해 온 결과로 갈수록 막다른 길로 치닫는 愚를 범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거대 제약기업들간의 M&A가 연구진의 사기저하,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장기화를 초래하면서 R&D 생산성 진전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 2000년 인간게놈 유전자 지도가 완성됨에 따라 한때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었다. 그러나 신약개발의 산실이 되어야 할 각 제약기업들의 실험실은 오히려 갈수록 고갈 상태로 치닫는 듯한 느낌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FDA에 새로 허가가 신청된 신약들의 숫자는 총 111개에 그쳐 2000년도의 138개에 비해 2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같은 기간 중 허가를 취득한 신약들의 숫자도 94개에서 66개로 30%나 뒷걸음질친 것으로 드러난 것이 현실이다.

제약업계의 R&D 생산성 저하라는 현실을 이론의 여지가 없이 명약관화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수치인 셈.

헤이젤타인 회장은 "적절한 대처방안이 강구되지 못할 경우 FDA에 허가가 신청되는 신약들의 숫자가 감소하는 현실이 앞으로도 최소한 7~8년 동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다양한 유전자들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획기적으로 진전됨에 따라 이를 신약개발 기술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열렸음에도 불구, 메이저 제약업계에 자리잡고 있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

다시 말해 거대 제약기업들이 신약개발에 주력하기 보다 마케팅과 눈앞의 매출확대에만 정신이 팔려있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제약기업들은 아직도 화학합성물질(chemical)에 기초한 신약의 한계와 약물간 상호작용 가능성 증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고 헤이젤타인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60세 안팎의 고령층 약물 소비자들은 평균 2~5종의 다양한 약물들을 복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물간 상호작용 가능성은 갈수록 중대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화학합성물질에 기초한 신약에 의존하는 제약기업들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그 대신 제약기업들은 각종 단백질과 항체들을 활용한 신약개발 전략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헤이젤타인 회장은 피력했다.

이를 통해서만이 약물간 상호작용 가능성 등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임은 물 R&D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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