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때문 위기는 Remainㆍ기회는 Leave?
EU 탈퇴 이후 영국 제약ㆍ의료기기산업 득실 평가 백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07-01 06:46   수정 2016.07.01 07:10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시행되었던 지난 6월 23일 유권자들이 받아든 투표용지에는 “Yes or No”가 아니라 “Leave or Remain”(떠날 것인가, 아니면 남을 것인가)가 인쇄되어 있었다.

‘브렉시트’가 결정됨에 따라 위기는 “Remain”이면서 기회는 ”Leave“로 귀결될 수 있음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영국 내 요소요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런던에 글로벌 본사를 둔 비즈니스 정보 서비스업체 글로벌데이터社가 국민투표 이튿날 공개한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제약산업 및 의료기기산업에 나타날 결과물’ 백서를 통해 ‘브렉시트’가 영국 제약산업 등에 미칠 득실을 헤아려 주목되고 있다.

백서는 영국의 EU 탈퇴가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자국 제약산업 및 의료기기산업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기회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언급해 얼핏 고개가 갸웃거려지게 했다.

우선 백서는 ‘브렉시트’가 제약산업 및 의료기기산업에 규제, 연구‧개발, 숙련된 인력확보(access to talent), 지적재산권 및 시장 접근성 등 5가지 핵심영역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업체 및 의료기기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날 영향은 규제와 관련한 부분이라고 백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백서는 실제 ‘브렉시트’ 단행시기가 영국과 EU의 탈퇴협상이 진행될 2년여의 기간 동안 유예되는 데다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들의 탈퇴절차를 담고 있는 ‘리스본 조약’ 제 50조에 따른 협상 착수시점을 최소한 오는 10월 또는 가능하면 이보다 더 뒤로 미루기로 결정한 상태임을 상기시켰다.

이 같은 사실은 본격적인 탈퇴협상이 착수되는 시점까지는 영국과 EU의 관계가 현행과 같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백서는 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구, 글로벌데이터社의 데이비드 쇼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작동하는 시간의 스케일을 감안할 때 갑작스럽게 2년의 협상과정에 돌입하더라도 그리 오랜 시간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며, 투자 결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의 측면에서 보면 위험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서는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을 포함한 생명공학 분야가 영국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짚고 넘어갔다. 영국 무역투자청(UKTI)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고용자 수가 18만명을 넘어서는 데다 총 8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고, 의료제품 및 의약품의 51%가 EU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

의료계 쪽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브렉시트’는 여러모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백서는 추측했다.

예를 들면 현재 영국에 소재해 있는 유럽 의약품감독국(EMA)이 EU 내 다른 국가로 빠른 시일 내에 이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이는 데다 신약개발은 말할 것도 없고 의약품에 적용되고 있는 현행 규정과 규제 시스템이 당장 와해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백서는 국민투표를 앞두었던 시점에서 글로벌데이터社의 션 후 부회장이 “EU에서 영국이 탈퇴할 경우 제약기업들도 의약품 발매 여부를 저울질할 때 진입장벽이 더 높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해 영국을 후보지 검토대상에서 배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음을 환기시켰다.

EU에 집중하고 영국은 하나의 고립된 섬으로 그냥 남겨두는 시나리오를 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백서는 ‘브렉시트’ 표결의 산적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국 제약산업이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드러내면서도 차후 영국은 스위스, 캐나다 및 이스라엘 등과는 사뭇 다른 길을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표결결과가 매우 분열된 양상을 내보인 점에 대해서도 백서는 시선을 고정시켰다.

스코틀랜드는 압도적으로 “Remain”을 택했고, 북아일랜드는 이보다 근소한 차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Remain”에 기표한 데 반해 잉글랜드와 웨일즈는 “Leave”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내 주요 생명공학산업 집적지가 잉글랜드 남동부, 웨일즈 남부 및 스코틀랜드 중부벨트에 위치해 있어 지역별로 법인세 부담률이 다르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고 풀이했다.

백서는 “영국이 낮은 조세부담률과 유연한 노동법 뿐 아니라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지원과 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 등의 외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면서 생명공학 연구‧개발 분야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우수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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