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반대하는 영국 제약사는? 저요 저요..
AZㆍ글락소 CEO도 서명..찬ㆍ반 국민투표 예의주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05-13 06:00   수정 2016.05.13 10:14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을 당시 이 나라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 즉 ‘그렉시트’(Grexit)는 세계경제의 화두였다.

지금은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차이가 있다면 ‘그렉시트’는 퇴학처분에 좀 더 가까운 개념이었던 데 반해 ‘브렉시트’는 과도한 이민자 유입 등으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는 영국정부가 스스로 꺼내든 일종의 자퇴카드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와 관련, 영국이 다음달 23일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기 위한 국민투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제약협회(ABPI)가 지난 9일 EU 회원국 지위의 유지를 지지하는 공식입장을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다.

영국 제약협회는 이에 앞서 8일 영국 제약업계 및 생명공학업계의 최고지도자급 인사 93명이 서명한 연명장을 공개했다.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영국 내 환자들 뿐 아니라 이 나라 제약산업을 위해서도 여러모로 훨씬 유리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영국 제약협회가 영국 생명공학협회(BIA)와 함께 93명의 인사들로부터 서명을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이다.

영국 제약협회의 마이크 톰슨 회장은 “우리 구성원들이 EU 회원국 지위의 유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라는 우산(雨傘) 안에 남아있을 경우 영국 내 환자들은 EU를 탈퇴했을 때보다 각종 첨단신약에 대한 접근권을 훨씬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날 톰슨 회장이 제시한 회원국 유지 찬성론의 한 이유이다.

이날 영국 제약협회는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할 경우 영국 제약기업들은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 의약품감독국(EMA)과 함께 EU 내 상호인증절차에 따라 현행대로 신약에 대한 허가절차를 원-스톱으로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출범을 앞둔 EU 통합특허법원 또한 런던에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EU에서 탈퇴하면 영국 제약사들은 신약의 허가취득 절차를 자국 내 보건당국 따로, 유럽 보건당국 따로 투-트랙을 밟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직시했다.

이 경우 영국 내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만큼 아무래도 영국 제약사들은 EMA에서 먼저 허가취득 절차를 밟은 후 영국 보건당국의 문을 두드리는 이중과세를 각오해야 할 것이고, 우리 회원사들은 이 같은 사실을 유념하고 있다고 영국 제약협회는 언급했다.

또한 현재 영국은 유럽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획기적인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제약산업 프리미어 리그의 한축으로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과학자, 의사 및 제약산업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국제적인 협력관계가 깨져버릴 위험성을 배제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영국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며 깊은 우려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영국이 같은 유럽권역 내의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EU로부터 연구‧개발과 관련한 비용지원 측면에서 크게 수혜를 받아왔고, 덕분에 영국 제약사들이 항암제에서부터 치매 치료제, 항당뇨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데 힘이 실릴 수 있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이후로도 영국이 신약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제몫을 하는 나라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당장 R&D 자금수혈에 구멍이 뚫린 현실에 가위눌려야 할 것이라며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톰슨 회장은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할 때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변함없이 다른 나라들보다 영국에서 투자와 고용, 연구, 제조 및 수출에 나서도록 장려하는 약효가 지속적으로 발현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명에 동참한 93명의 인사들 가운데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앤드류 위티 회장과 아스트라제네카社의 파스칼 소리오트 회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삼스럽지만, 영국 제약업계에서 양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절대적임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와 관련한 이 나라 제약업 종사자들의 밑바닥 정서를 짐작케 해 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과거 1‧2위와 현격한 차이로 ‘넘버3’ 제약사의 위치에 랭크되었던 샤이어社만 하더라도 1년 총매출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및 아스트라제네카 각사의 한 분기 매출과 엇비슷하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양사의 위세에서 벗어나고자 했는지 샤이어는 지난 2008년 ‘파가니니 변주곡’ 1번 “파갔니”(?)를 틀었다. 세금도치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본사를 옮기고자 영국호적을 파갔다는 의미이다.

그런 샤이어마저 한 분기 매출이 국내 1위 제약사의 1년 매출보다 훨씬 많을 정도로 덩치가 만만치 않다. 영국 제약산업의 위엄이 여실히 느껴지게 하는 팩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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