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의약품 불법유통 얼마나 잡을 수 있나
[창간특집 이슈5] 7월 제약업체 '실시간 보고' 전면 시행, 유통업계 재편 수순
최재경 기자 cjk0304@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04-01 13:00   수정 2016.04.01 13:01

의약품 일련번호제도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의약품 유통흐름이 얼마나 명확해질 수 있을까.

2016년 1월부터 의약품 일련제도가 시행됐지만, 제약은 6개월, 유통업계는 1년의 유예 조치로 준비가 부족하다던 업계의 불만은 다소 누그러진 상태이다.

일련번호 도입에 대한 정부 정책이 결정될 당시, 업계는 왜 불필요한 제도를 도입해 금전적 손실과 인력 투입을 감수해야 하는가이다. 프랑스나 미국이 2017년 일련번호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너무 성급하게 제도를 일찍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았다.


의약품에 최소 유통 단위에 고유번호인 일련번호를 부착해 의약품의 제조·수입·유통·사용 등의 전 단계에서 이력 추적이 가능하게 되고, 위조 의약품이나 불법 의약품의 유통이 불가능해지며 문제가 있는 의약품은 소비자가 시용하기 전에 회수 조치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제도 취지는 분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제도가 시행된 현재까지도 투명성이 강조된 의약품 유통관리는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만 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다는 이유이다.

보건의료산업의 근간이 되는 의약품 유통과정의 투명성 보장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결국, 투명한 의약품 순환과정이 결국 제약업계와   유통업계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제도 수행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정보종합관리센터는 몇 년 동안 의약품 일련제도 도입을 준비해 왔다.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와 유통업계(도매) 관계자 수백여명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설명회를 열고, 업계,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일련번호 도입 TF팀을 구성해 회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의약품 불법 유통, 일련번호와 실시간 공급보고로 차단

이에 일련번호 제도는 단계별로 제약사와 유통업체가 각각 다르게 추진된다.
우선 제약사는 오는 6월말까지 기존대로 출하 시 보고를 ‘익월 말 보고’로 할 수 있다. 현재 상당수의 제약사가 일련번호 포털을 이용해 의약품 공급내역을 보고하는 중이나, ‘실시간 보고’가 아닌 ‘익월 말 보고’를 하고 있다.

7월부터는 ‘실시간 보고’를 해야 한다. 내년 1월까지 위반 시 행정처분을 받지 않지만, 이를 믿고 실시간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은 실시간 보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오류를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유통업계는 2017년 7월까지 유예기간이 남아 있다. 행정처분은 2018년 1월부터 이다. 유예기간이 긴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련번호제도에서 유통업체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약사의 출하 의약품을 받고(입고), 그 의약품을 요양기관이나 도도매업체에 다시 보내는(출고)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박스포장 의약품을 다시 분류해 납품하는 등 업무량이 증가한 가운데, 입출고 내역을 관리하고, 의약품 정보센터에 출하 시 실시간 보고를 해야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모든 완제 의약품은 제품 출하 시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를 해야 한며, 이를 바탕으로 요양기관의 청구내역과 공급내역 비교를 실시해 의약품의 유통과정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제도 시행이 가져다 줄 가장 큰 성과이다.

영세규모 유통업체 ‘정리 될 것’

또한, 일련번호 도입으로 유통 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 지면, 난립된 의약품 유통업체 수도 자연스럽게 정리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새로운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곳과 영세한 규모의 유통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지난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의약품 공급 업체(도매상, 제조사, 수입사)는 2,515개소, 공급금액은 489,776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의약품 유통업계(도매상)는 2,014개소로 평균 공급금액은 257,783억원을 차지했으며, 제조사가 288개소 181,113억원, 수입사가 213개소 50,880억원을 나타냈다.

이중 전체 공급업체의 업체당 평균 공급금액은 195억원으로 상위 5% 업체 126개소의 평균 공급금액은 2,171억원으로 11배 차이를 나타냈다. 공급금액 상위 5%에 해당하는 업체가 전체 의약품 유통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매상은 전체 공급업체 2,515개소 중 2,014개소로 나타났으며, 상위 5% 유통업체는 101개소로 공급금액의 64.3%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위 5%업체를 제외한 1,913개의 도매사가 나머지 46%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의약품정보센터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업체의 난립은 의약품 유통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소수 품목으로 몇 군데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하다보면 원가이하 판매와 불법 유통 등의 문제점이 발생되기도 한다”며 “일련번호 도입과 실시간 보고 등을 통해 의약품을 관리하면 유통업체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감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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