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슈社가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OTC로 스위치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제약기업들은 처방약의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는 OTC 스위치를 검토하지 않는 것이 통례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로슈측의 움직임은 이례적인 현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로슈측이 이처럼 조기에 '제니칼'의 OTC 전환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제품의 매출이 당초 기대치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로슈社의 대변인 알렉산데르 클라우저는 13일 "현재 우리는 '제니칼'의 마케팅 방식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니칼'이 체중감소제들 가운데서는 선두품목으로 꼽히고 있지만, 좀 더 성공적인 약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매출실적을 좀 더 살찌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실제로 '제니칼'의 OTC 판매가 허용될 경우 기존 OTC 체중감소제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이 배가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로슈는 이미 호주에서 '제니칼'을 OTC로 발매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칼'은 스웨덴에서도 OTC 스위치 검토대상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본지 인터넷신문 6월 14일자 참조>
그러나 증권街의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제니칼'이 처방전 없이도 복용가능한 안전한 약물로 자리매김될 수 있으리라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허가당국의 승인을 취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니칼'은 일부 사용자들에게서 복통, 지방질 변, 갑작스런 변의, 배변량 증가, 복부팽만감 등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제니칼'은 지난 1998년 발매되었을 당시 획기적인 체중감소제로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약물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비만이 건강문제와 관련해 오늘날 서구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각되고 있는 핫 이슈로 꼽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
그러나 한때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한껏 기대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현재 '제니칼'의 매출액은 당초 예상치에 적잖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4억900만스위스프랑(2억7,300만달러)에 그쳐 전년동기에 비하면 18%나 다이어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로슈가 발매 중인 각종 처방약 가운데 매출순위 7위에 해당하는 것.
쮜리히에 있는 율리우스 바에르社의 애널리스트 데니스 안데르손은 "OTC 스위치가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기는 하지만, '제니칼'의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무래도 FDA 등이 쉽사리 허가를 내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코메르쯔방크의 마르크 부티 애널리스트도 "FDA가 OTC 전환을 승인해 줄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회의적인 전망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