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정신과 약물 복용 소아 급증
10년 前의 10배...과잉처방 우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7-30 06:39   
줄잡아 50만명에 달하는 미국 어린이들이 각종 정신과 치료제들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용 정신과 약물들을 복용하는 어린이들이 10여년 전에 비해 10배 가량이나 급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소아들이 자폐증이나 주의력 결핍 활동항진증(ADHD), 공격적인 성격 등을 치료받기 위해 부적절하게 각종 정신과 치료제를 과잉복용한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전 세계 메틸페니데이트(리탈린) 공급량의 90% 가량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80%가 어린이 또는 청소년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으리라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전문가들은 '리스페달'이나 '자이프렉사' 등 원래 성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분열증을 적응증으로 허가되었던 이형성(atypical) 정신과 치료제들이 '오프-라벨'(off-label)의 형태로 어린이들에게 빈번히 처방되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신세대 치료제들의 출현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지난해 정신과 치료제 처방건수가 3,350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1999년도에 비해 34%나 증가한 수준의 것.

컬럼비아大 소아정신건강센터의 피터 젠슨 소장(소아정신과)은 "입원하지 않은 채 각종 정신과 치료제를 복용하는 6~18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53만2,000명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직 이형성 정신과 치료제들이 출현하기 이전이었던 10년 전만 해도 이들 약물을 처방받는 어린이들이 고작 50,000명선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수치인 셈.

뉴욕주립정신보건국(NYSOMH)의 샤론 카피넬로 부국장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성인들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각종 정신과 치료제들을 장기복용할 경우 뒤따를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자료가 크게 부족한 현실에서 우려감이 비롯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록 신세대 정신과 치료제들이 기존 약물들에 비해 부작용을 수반할 확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작용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시킨 약물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만·진정작용·당뇨병 유사증상 등이 일부 성인 복용자들에게서 보고되고 있는 데다 어린이들의 경우에도 이 같은 사례들이 점차로 눈에 띄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

젠슨 소장도 "대부분이 미공개된 일련의 연구사례들을 통해 이형성 정신과 치료제들이 자폐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문제는 그 같은 사례들 대부분이 500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1년 남짓 수행된 소규모 연구에서 확인된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리스페달'을 발매 중인 얀센社의 대변인 그레그 파니코는 이에 대해 "우리도 신세대 정신과 치료약물이 어린이들에게 '오프-라벨'로 처방되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형성 정신과 치료제들은 성인들의 경우 효능과 안전성을 이미 입증받았으며, 현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어린이들의 정신과 치료제 사용실태를 담은 자세한 연구결과가 내년 발간될 '소아·성인 정신의학 학술誌'(the Journal of the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에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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